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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림웍스, 디즈니-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을 소개합니다
  • 하정민  ( 2016.01.26 )  l  조회수 : 1058
  • <쿵푸팬더3>의 여인영 감독과 <굿 다이노>의 피터 손 감독
     

    2016년 새해를 활기차게 열어젖힌 <굿 다이노>와 <쿵푸팬더3>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 픽사와 드림웍스라는 애니메이션의 명가에서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 그래서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팬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그리고 두 제작사의 유일한 한국계 애니메이션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굿 다이노>는 피터 손 감독이 픽사에 입사한 이후 처음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쿵푸팬더3>는 여인영 감독이 2편에 이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애니메이션이다. 한국영화계의 해외 진출이 과거보다 빈번히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영화감독이 오롯이 할리우드 시스템과 자본 내에서 할리우드 주류 영화를 연출하는 건 지금도 드문 일이다.
     
    두 감독은 올해 1월 차례로 자신의 작품을 들고 내한했다. 이번 방한에서 여인영 감독과 피터 손 감독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필요한 자질까지,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블록버스터를 이끄는 흥행 감독, 여인영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여인영 감독의 미국 이름은 제니퍼 여 넬슨이다. 롱비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한 그의 시작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다. 평소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어드벤처와 공상과학 영화에 매료되었던 그는 자신이 생각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그림으로 그렸다. 졸업 후에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조니 퀘스트>(1996)와 <스폰>(1997)의 캐릭터와 배경을 디자인했고, 이후 드림웍스에서 일하고 있던 친언니 여인경의 권유로 마침내 드림웍스에 입사했다. 입사 후에는 <스피릿>(2002)에서 역동적인 말의 움직임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구현했고, <신밧드 - 7대양의 전설>(2003)에서 스토리 총책임자를 맡았다.
     
    <마다가스카>(2005)의 스토리 아티스트로 애니메이터로서 역량을 넓힌 그는 <슈렉> 시리즈와 함께 드림웍스의 간판 애니메이션이 된 <쿵푸팬더>(2008)의 스토리 총책임자로 합류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쿵푸팬더2>(2011)로 드림웍스 최초의 아시아인 감독이자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됐다. 1편은 전 세계에서 6억 3,174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편은 6억 6,569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쯤 되면 ‘흥행 감독’이라고 부를 만하다.
     
    5년 만에 돌아온 <쿵푸팬더3>도 여인영 감독의 눈과 손에서 시리즈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포는 여전히 능청맞고 귀엽고, 쫄깃한 액션 신은 성룡과 이소룡도 울고 갈 만한 액션의 쾌감을 선사한다. 3편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을 선보인다. 여인영 감독은 “<쿵푸팬더3>에서 우리가 중점을 둔 부분은 모든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액션 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악당, 그리고 그 악당과의 전쟁 부분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며 3편의 관람 포인트를 제시했다.
     
    <쿵푸팬더3>가 대작 영화인 것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엔딩 크레디트에서도 알 수 있다. 속편이 나올수록 명단을 늘려간 시리즈를 책임지는 사람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여인영 감독은 그 명단에 오른 재능 있는 사람들이 시리즈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재능 있는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내 일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바로 내가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이다.” 드림웍스의 성공적인 블록버스터를 이끄는 수장다운 답변이다.
     
    스토리보드에서 목소리 연기까지, 피터 손
     
    피터 손 감독이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게 된 계기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사뭇 동화 같다. 여인영 감독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품점 뒤편에 놓여 있던 TV에서 늘 영화를 접했다. 동생과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흉내 내는 것이 또 다른 오락이었다. 그의 영화광 피는 어머니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바쁜 생활 중 시간이 나면 꼭 영화관에 갔다. 피터 손 감독은 통역이 필요한 어머니를 위해 늘 동행했다. 그래도 어머니가 온통 영어뿐인 영화를 완전히 감상하기란 무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 모자는 애니메이션 <덤보>를 봤고, 어머니는 통역 없이 처음으로 영화를 온전히 이해했다. “이미지만 보고 영화를 이해하는 어머니를 보고 애니메이션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 입학했다.” 이 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의 기본을 배운 그는 캘리포니아의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를 거쳐 워너 브러더스에서 한동안 일했다. 그리고 2000년 픽사에 입사했다.
     
    픽사 사원증을 걸고 제일 처음 작업한 영화가 아트 팀의 일원으로 참여한 <니모를 찾아서>(2003)다. 이후 <인크레더블>(2004)의 아트 팀에서 일했고,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라따뚜이>(2007)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연이어 <월-E>(2008)와 <업>(2009)의 스토리보드에 참여했으니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업>에서는 오프닝으로 쓰인 단편 애니메이션 <구름 조금>을 연출해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보여줬다. 피터 손 감독은 “이 시절 아트, 아트 디자인, 스토리 등 여러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더 나은 애니메이터로 나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얼마나 다양한 일을 했는지 그는 다수의 작품에 목소리 연기자로도 참여했다. 심지어 <업>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빌려주기도 했다. <업>의 소년 러셀의 모델이 바로 그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부서별 업무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감독으로서 모든 업무를 효율적으로 총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터 손 감독은 이 다양한 경력을 디딤돌 삼아 <굿 다이노>로 마침내 픽사 최초의 아시아계 감독이 될 수 있었다.
     
    <굿 다이노>는 ‘6,500만 년 전 운석이 지구를 피해 가서 공룡이 멸종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출발한다. 그만큼 공룡과 그 시대의 묘사가 절대적인 애니메이션이다. 피터 손 감독은 리얼한 재현을 위해 공룡이 전시된 모든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스케치해 캐릭터에 응용했다. 프로듀서 드니스 림의 제안으로 미국 북서부 자연 탐방을 나서기도 했다. “난 도시에서 자라서 자연에 대한 감각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는데,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거친 물살에 카메라를 빠트린 적이 있는데 그때 촬영된 영상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물살의 방향과 힘은 실제와는 전혀 달랐다.” 북서부의 실제 지형은 영화에 그 능선까지 고스란히 반영됐다. 피터 손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다. 스티라코사우루스 ‘우드버시’가 배역이다. 다른 성우를 찾는 그에게 총괄 프로듀서인 존 라세터가 그의 목소리를 강력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애니메이터로 시작해 애니메이터로 뼈가 굵은 그이지만, 피터 손 감독이 정작 좋은 애니메이션 감독의 자질로 첫손에 꼽는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감독에게는 스토리를 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는 “자신만의 취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전 세계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한 <굿 다이노>는 현재까지 박스오피스에서 2억 6,869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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