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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드라마를 넘어, 웹무비로 간다
  • 안영윤  ( 2016.12.05 )  l  조회수 : 2739
  • <특근>이 보여준 웹무비의 가능성
     
     
    최근 화제작 중 하나는 극장용 영화도 TV 시리즈도 아니다. 34분짜리 웹무비 한 편이다. <블라인드>의 제작사 문와쳐가 제작한 웹무비 <특근>은 10월 21일 온라인에서 ‘파트 1’을 선보였고, 11월 1일에는 네이버 TV 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을 통해 1,500만 뷰를 돌파했다. 

    <특근>은 마케팅 단계부터 다른 웹무비와는 조금 달랐다. 웹무비로서는 이례적으로 극장에서 언론 시사회를 했고, 마케팅 방식도 장편영화를 개봉할 때와 비슷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영화의 콘셉트 덕분이다. 4회로 구성된 영화 전체 상영 시간이 34분에 불과하지만, <특근>은 강렬한 장르적 요소(호러, 스릴러, 액션)와 스펙터클의 규모로 기존 웹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확보했다. 그 결과 <특근>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12월 4일에는 SBS에서 방영됐다. 웹무비가 지상파로 진출한 흔치 않은 사례다.

    웹무비 <특근>, 무엇이 다른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짧은 콘텐츠를 일반적으로 웹드라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특근>이 웹무비를 표방하는 건 이 작품이 말 그대로 ‘드라마’보다는 ‘무비’로서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도시 판타지 액션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특근>은 정체불명의 괴수를 잡기 위해 국가 비밀 조직 B.U.G가 펼치는 활약상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세 명의 요원. 베테랑 정봉(김상중)과 원칙주의자 효찬(김강우), 열혈 신참 기웅(주원)이 있다. <특근>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을 심야 도로 버전으로 만든 듯한데, 특수요원들의 화려한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 장면이 가장 큰 볼거리다.

    특히 크리처들이 흥미롭다. 한국과 중국의 민간 설화와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특근>의 크리처로는 사람 가죽을 입고 사람인 척하는 화피 ‘매구’, 쇠를 집어삼키며 어떤 형태로든 자유롭게 변신하는 ‘불가살이’, 수많은 눈이 달린 ‘두억시니’ 등이 있다. 완성도를 위해 충무로 스태프도 대거 투입됐다. <아저씨>(2010)의 박정민 무술감독을 비롯해 특수효과 회사인 이펙트스톰, <명량>(2014)에 참여한 VFX 기업 매크로그래피 등이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연출을 맡은 김건 감독은 <악어가 있어요>(2011), <포커페이스>(2012), <멈추지마>(2015) 등의 단편으로 각광받은 신인이다. 특히 <멈추지마>는 SF 장르를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특근>을 “장르의 파괴, 파워풀한 카체이싱 액션, 괴생명체의 유니크한 이미지에 개성 있는 특수 요원 캐릭터들이 버무려진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자평했다. 제작사 문와쳐의 윤창업 대표는 “이런 장르를 장편으로 제작하기 힘들어서 중편으로 만들었다”며 “많은 관심과 기대가 있으면 준비된 장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건 감독은 “3~4년 안에 장편영화를 기대해도 좋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진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F 콘텐츠로 키우고 싶다”고 좀 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웹에서 태어나 웹을 장악하다
      
     
    <특근>에 의해 제시된 ‘웹무비’, 그리고 그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웹드라마는 현재의 규모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다. 단편 작업을 거쳐 <은하해방전선>(2007)으로 장편 데뷔한 윤성호 감독이 연출했고, 매회 5~10분 분량의 에피소드 12편으로 제작됐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인터넷에서 공개된 후 인기를 끌어 2012년에는 MBC 에브리원 채널을 통해 방영됐다.
     
    이후 웹드라마는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로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했다. 관건은 자본이었다.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제작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초기 웹드라마는 기업 PPL이 토대인 홍보성 콘텐츠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모바일 환경의 변화다. LTE가 등장해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교보생명의 <메모리 인 러브>(2013), 죠스 떡볶이의 <매콤한 인생>(2013), 삼성의 <무한동력>(2013) 같은 웹드라마가 등장했다. 

    이후 웹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윤성호 감독은 <출출한 여자>(2014)와 <출중한 여자>(2014)를 거쳐 <대세는 백합>(2015)과 <출출한 여자 시즌 2>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웹드라마를 통해 이 분야의 전문가로 부상했다.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등을 제작한 기린미디어처럼 웹드라마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아가는 업체도 등장했다. 기린미디어는 이후 웹툰 원작의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웹드라마는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인근 매체와 크로스오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기린미디어의 박관수 대표는 웹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IP의 확장성”이라며 “웹툰과 웹소설 등 새로운 형태의 매체로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김선권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시즌 2까지 만들어진 <후유증>(2014), 웹소설 기반인 <뱀파이어의 꽃>(2014), 김명현 작가의 웹툰을 각색한 <연애세포>(2014) 등 수많은 웹드라마가 크로스오버를 통해 탄생했다. 최근에는 조석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가 12월 5일 기준 무려 약 2,478만 뷰를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특근>은 그 반대의 과정을 거쳤다. 웹무비가 만들어진 후에 웹툰으로 각색된 것이다. 웹툰 <격투기특성화사립교고 극지고>의 작가 허일이 참여한 웹툰 <특근>은 웹무비가 담지 못한 내용을 총 8회에 걸쳐 연재해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웹툰이나 웹소설 기반의 웹드라마가 지닌 특징으로는 장르성을 들 수 있다. 코미디나 로맨스, 일상 드라마, 멜로 등에 치중되어 있는 일반적인 웹드라마와 달리, <후유증> <뱀파이어의 꽃> 등은 확고한 장르성을 지닌다. 

    아이돌과 더불어 TV까지 공략한다
     

    웹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긍정이 체질>은 <스물>(2015)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웹드라마로 엑소의 도경수가 출연한다. 이 작품은 네이버 TV 캐스트에서만 2,000만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엑소가 출연한 <우리 옆집에 EXO가 산다>(2015) 또한 2,0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당신을 주문합니다>(2015)에는 유노윤호가, <우리 헤어졌어요>(2015)에는 산다라박과 강승윤이, <매칭! 소년양궁부>에는 러블리즈가 등장한다. 

    웹드라마가 인터넷과 모바일을 벗어나 지상파나 케이블로 진출하는 케이스도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10부작 웹드라마 <퐁당퐁당 LOVE>(2015)가 5부씩 묶어 MBC에서 2회에 걸쳐 방영됐다. IPTV도 웹드라마의 좋은 창구다. 이는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IPTV 기업들의 시도와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SK브로드밴드는 모바일 플랫폼 옥수수를 통해 JTBC와 함께 <마녀를 부탁해>를 제작했다. <1%의 어떤 것>과 <여자 전쟁> 등도 IPTV 플랫폼과 결합했다. 해외 합작 사례도 있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국의 김종학프로덕션과 중국의 소후닷컴이 합작한 20부작 웹드라마로, 소후TV에서 방영된 후 SBS에서도 선보였다.

    이처럼 한국의 웹드라마 혹은 웹무비는 가장 유망한 콘텐츠로 각광받으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시장이 좁다”는 것이 결정적 한계다. 2,0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는 웹드라마라 해도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PPL이나 해외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취약한 구조는 완성도나 제작 규모의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후 웹드라마와 웹무비가 한 단계 나아가려면 이런 물적 토대를 좀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점에서 <특근>의 영화화 프로젝트 같은 공격적 전략은 그 중요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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