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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
  • 김형석  ( 2017.02.21 )  l  조회수 : 539
  • 뒤늦게 힘을 발휘한 흥행 영화들



    최근 극장가에 이변이 있었다. 설 시즌 영화로 맞붙은 한재림 감독의 <더 킹>(제작 우주필름, 배급 NEW)과 김성훈 감독의 <공조>(제작 JK필름, 배급 CJ E&M) 사이에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월 18일에 개봉한 두 영화의 첫 주 스코어는 <더 킹>의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정치 검사들의 ‘그들만의 역사’를 조인성과 정우성이라는 두 톱스타를 내세워 블랙 코미디로 만든 <더 킹>의 주말 관객은 131만 명이었다. 반면 현빈과 유해진의 버디 무비이자 남북한이 하나의 과제를 위해 공조 체제를 구축한다는 코믹 액션 스릴러 <공조>의 성적은 85만 명이었다.

    그 다음 주 본격적인 설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공조>의 예매 순위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개봉 9일째인 1월 26일(목)에 순위가 바뀌었다. 2위였던 <공조>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JK필름 관계자는 이 시기를 비롯해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조>는 500만 명만 들어도 공들인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여겼다. <더 킹>과 붙게 되었는데, 기간이 짧은 설 시즌 시장에서는 결국 같은 날 개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첫 주엔 밀렸지만 2주째가 되면 잘될 거라는 희망적인 예상이 나왔다. 조사해본 결과, 평점이나 입소문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첫 주말에 예매 순위가 뒤집혔다. 지표상 <공조>는 상승세였고 <더 킹>은 보합세였다. 일일 스코어라면 모를까 엔드 스코어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3주차에 접어들면서 뒤집었다.” 

    3주차 주말까지 <공조>와 <더 킹>의 관객 수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더 킹>은 흥행작의 전형적인 그래프를 보여준다. 초반 상승세는 가파르지만 2주차, 3주차에 접어들면서 경사도가 점점 완만해진다. <공조>는 2주차의 스퍼트가 놀랍다. 일일 스코어에서 <더 킹>을 앞지르고(개봉 9일차), 전체 스코어에서도 <더 킹>을 앞지른(개봉 13일차) 것이 바로 그 스퍼트 구간이다. 그 중심에 설 피크 시장인 1월 28일(토)~30일(월)이 있는데, 전체 스코어 역전이 일어난 날이 바로 1월 30일이다. 즉, <더 킹>과 <공조> 모두 설 시장을 노리고 개봉했는데, 기세는 <더 킹>이 잡았지만 실속은 <공조>가 챙긴 셈이다. 이후 <공조>는 안전한 흥행세를 타며 70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명절 시장을 겨냥하다
     

    그런데 같은 날 개봉한, 규모가 비슷한 영화의 승패가 2주차에 뒤집어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사례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공조> 흥행의 뒷심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첫 번째 원인으로 영화 자체의 힘을 꼽을 수 있다. 편안하게 보고 즐기는 설 시즌 가족 영화로는 <공조>가 <더 킹>보다 적절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빈과 유해진의 케미가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빈이 지닌 기본적인 호감도에 유해진의 대중성이 결합한 결과인 셈이다.

    그런데 <더 킹> 입장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최근 정국을 떠올려보면, 사실 이 영화만큼 완벽한 타이밍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 킹>은 거의 예언 수준으로 개봉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포착한 영화이며, 그런 이유로 첫 주에 <공조>를 가볍게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물론 위험 요소는 있었다. <더 킹>은 개봉 당일에 비해 주말 관객 수에서 조금 밀린 감이 있었다. 조금 늦게 발동이 걸리긴 했지만 첫 주부터 <공조>의 저항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주차에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관건은 설 시즌 가족 단위 관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조>의 역전은 최근 설 시즌 관객의 성향이 좀 더 가벼운 영화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킹>이 블랙 코미디라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소재의 무거움을 덮을 정도는 아니다. 반면 <공조>는 JK필름 특유의 웃음과 가족을 소재로 한 감동 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액션 스펙터클을 가미한 오락 영화다. 두 영화만 놓고 비교한다면, <더 킹>은 생각할 점이 많고 <공조>는 즐길 부분이 많은 영화라 할 수 있다. <7번방의 선물>(2013), <수상한 그녀>(2014), <검사외전>(2016) 등 최근 설 시즌 흥행작들의 흐름을 볼 때 코미디 요소를 지닌 영화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시즌 영화 시장 규모가 예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 작품이 독주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엔 여름∙겨울∙명절 시장에서 두 편 이상의 영화가 경쟁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2015년 여름 시장은 <베테랑>과 <암살>이라는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이처럼 확장된 시장 속에서, <더 킹>과 <공조>는 서로 견제하며 시장을 분할했고, 이 과정에서 좀 더 시즌 친화적인 <공조>가 최종 승자가 된 셈이다.

    이것이 바로 역전극


    그렇다면 이처럼 뒷심을 통해 흥행을 뒤집은 사례가 또 있을까? 정확히 5년 전 1월 18일에 개봉한 두 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이석훈 감독의 <댄싱퀸>(제작 JK필름, 배급 CJ E&M)과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제작 아우라픽처스, 배급 NEW)이다. 이때도 CJ E&M과 NEW가 맞붙었는데, 당시 승자는 NEW였다. 개봉 첫 주엔 <댄싱퀸>이 1위, <부러진 화살>이 2위였다. 주말 관객만 놓고 보면 <댄싱퀸>이 41만 명, <부러진 화살>이 31만 명 정도로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들도 <더 킹>과 <공조>처럼 개봉 9일차인 1월 26일에 일일 스코어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2주차 주말에 가면 <부러진 화살>이 1위에 오르며 이후 지속적인 우위를 기록하다가 2월 7일에는 전체 스코어에서도 <댄싱퀸>을 앞질렀다.

    <부러진 화살>이 이런 뒷심을 지닐 수 있었던 건 트위터 등의 SNS와 언론을 통해, 이 영화의 소재인 ‘석궁 테러 사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설 시즌을 맞이하며 <댄싱 퀸>과 <부러진 화살> 두 편 모두 스코어가 상승했는데,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부러진 화살> 스코어가 좀 더 상승하며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다. 

    이것은 최근 <더 킹>의 사례와 비교된다. <더 킹> 역시 사회적 이슈와 강하게 맞물려 있지만, <부러진 화살> 같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진 못했다. 여기에는 <부러진 화살>이 실화 영화로서 지니는 강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여름 <화려한 휴가>(제작 기획시대, 배급 CJ E&M)와 <디 워>(제작 영구아트필름, 배급 쇼박스)의 대결도 언급할 만하다. 7월 25일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는 첫 주 1위를 차지했고, 한 주 뒤인 8월 1일에 개봉한 <디 워>는 <화려한 휴가>를 밀어내고 흥행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디 워>의 강세는 놀라웠고 개봉 9일 만에 <화려한 휴가>의 스코어를 추월하는 괴력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화려한 휴가>는 2위권 아래로 처지지 않고 꾸준히 따라붙는데, <디 워>의 힘이 떨어지면서 8월 22일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한다. 그리고 개봉 첫 주 1위 이후 2주차와 3주차에 2위로 떨어졌던 <화려한 휴가>는 4주차 주말에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하는 뒷심을 보여준다. 

    이것은 콘텐츠의 차이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마니아 중심의 여름 시즌 영화 <디 워>가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었다면, 그 앞뒤에 있었던 <화려한 휴가>는 묵직한 힘으로 박스오피스에서 더 오래 생존한 셈이다. 하지만 최종 스코어는 결국 <디 워>가 843만 명, <화려한 휴가>가 731만 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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