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접속 통계

KoBiz 메인 바로가기

검색어 자동완성기능 펼치기

menu end
  • 트위터
  • 페이스북
  • 이메일
  • 프린트
  • 스크랩
  •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를 논하다
  • 황수진(영화진흥위원회 미국 사무소장)  ( 2017.03.20 )  l  조회수 : 1067
  •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회 엔터테인먼트투자포럼 참관기
     

    올해 9회를 맞은 엔터테인먼트투자포럼(Entertainment Finance Forum presented by Winston Baker)은 15년간 이벤트 프로듀서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해온 캐서린 윈스턴과 에이미 베이커가 2008년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영화투자포럼(Film Finance Forum) 시리즈의 일환이다. 영화투자포럼 시리즈는 투자라는 관점에서 영화와 텔레비전, 디지털 미디어, 게임, 광고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을 다룬다. 엔터테인먼트투자포럼은 미국 로스앤젤레스(3월)와 뉴욕(4월), 프랑스 칸(5월), 중국 상하이(6월), 스위스 취리히(10월), 멕시코 카보 산 루카스(11월)에서 연례행사로 개최되고 있다. 

    제9회 엔터테인먼트투자포럼은 3월 2일과 3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대로에 위치한 W 할리우드 호텔에서 개최됐다. 관객은 주로 업계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킹을 기대하고 참가한 독립영화 및 디지털 콘텐츠 프로듀서들이었다. 첫째 날에는 총 8개의 주제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및 패널 디스커션이 이루어졌으며, 둘째 날에는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3시간짜리 심도 깊은 패널 디스커션이 오전과 오후에 배치됐다. 

    이번 포럼에는 연사 포함 총 188명이 참석했다. 연사로는 호프상 1회 수상자로 선정된 아마존 스튜디오 대표 테드 호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오랫동안 프로듀서로 활동한 돈 한, ‘스플린터 셀’과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게임 회사 유비소프트의 장편영화 사업 부문을 맡았던 장줄리앙 바로네 등이 참여했다. 업계 각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패널 디스커션을 통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트렌드 및 독립영화의 투자 환경에 대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의 최전선을 만나다
     

    FTI 컨설팅의 컨설턴트 로이 솔터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유럽, 성장세가 한풀 꺾인 아시아, 특히 지난 10년간 세계시장의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향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는 중국으로 업계 현황을 요약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증명한 OTT 플랫폼과 디지털 미디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강조했다. 

    솔터는 특히 마블과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면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한 디즈니의 가치가 전 세계 미디어 기업 가치의 1/3을 차지할 만큼 거대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및 드림웍스 인수, 완다 그룹의 AMC 인수, 라이온스게이트와 서밋의 합병 등 지난 몇 년간 이루어진 미디어 기업 간의 활발한 인수 합병이 업계 구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메가딜을 비롯한 전략적 인수 합병은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에 대해 벤처 투자자이면서 미디어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미디어의 피터 세이티는 올해만 60억 달러를 콘텐츠 확보에 투자할 예정인 넷플릭스가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인수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미디어 산업 투자자인 컴캐스트 벤처스의 상무이사 마이클 양은 현재 투자 업계에서 주목받는 중요 아이템은 크게 자동주행 자동차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사업으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특히 VR과 AR은 하드웨어 보급이 가시화하는 2020년에 기존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가치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에는 라이브 스트리밍 콘텐츠의 시장가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언급을 덧붙였다.  

    영화의 새로운 정의
     

    제1회 호프상을 수상한 아마존 스튜디오의 테드 호프는 수상 소감으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타인과 공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영화는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영화 사업 모델의 재창조’ 프로그램에서 특히 활발히 논의됐다. 여기에는 스튜디오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듀서인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의 데이빗 앨퍼트, 라이온스 게이트의 영화 부문 EVP 젠 홀링스워스, 스트레이트업 필름의 마리아 폴비노, 미디어 스타트업인 매디슨+바인의 제임스 샤니가 참석했다. 

    이들은 어느 업계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영화의 미래에 대해 다소 상이한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평균 2시간 동안 상영되는, 영상과 사운드가 어우러진 경험이라는 영화의 전통적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는 기본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의 등장, 영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텔레비전 드라마, 웹∙모바일 콘텐츠, VR 콘텐츠의 등장 등이 그 변화의 원인이다.

    젠 홀링스워스에 의하면 라이온스게이트는 영화를 하나의 지적재산권 브랜드로 보고, 이에 다각적으로 접근 중이다. 이에 따라 회사 내에 프랜차이즈 위원회가 별도로 존재한다. 홀링스워스는 작년에 대성공을 거둔 영화 <라라랜드>의 경우, 5월에 야외극장인 할리우드 보울에서 라이브 콘서트의 형식으로 재창조되어 프랜차이즈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 스타트업 배경을 가진 제임스 샤니는 스냅챗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서 탄생한 새로운 창작자 커뮤니티와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이 조만간 영화의 정의를 바꿀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제 기존의 전통적인 미디어 구매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시대의 마케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디즈니 출신인 돈 한은 존 파브로 감독이 연출한 <정글북>처럼 실사와 애니메이션 하이브리드 영화에 주목했다. 그는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들이 결국은 하나의 ‘거대한 이벤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비소프트 출신의 장줄리앙 바로네는 게임 타이틀의 장편영화화 사례 분석을 통해 장르 하이브리드가 가져올 영화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영화의 정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영화 사업에 뛰어드는 회사들의 사업 모델도 다르기 때문에, 영화 투자에 대한 의사 결정도 다양해지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결국에는 자사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더 많은 소비재를 구매하는 데서 이윤이 발생한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마존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데 영화 콘텐츠 제공의 중점적 의미를 두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구독료 기반 사업이기 때문에 이 둘의 투자 결정 요소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주요 투자자인 훌루는 TV를 대체할 플랫폼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 넷플릭스와 아마존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결국 독립영화 제작자는 각기 다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의 비즈니스를, 그 어느 때보다 충분히 이해해야만 한다. 

    독립영화, 플랫폼을 노려라
     

    독립영화는 ‘독립영화 제작에 있어서의 황금 기회를 찾아서’와 ‘영화 제작 투자, 가치 평가, 리스크 완화 모델 워크숍’에서 주로 다루어졌다. 흥미롭게도 패널로 참석한 프로듀서 대부분이 뉴욕 출신이어서 미라맥스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뉴욕의 뿌리 깊은 독립영화 전통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주로 이어져온 독립영화 투자 모델은 할리우드 스타 패키징을 통한 해외 시장 프리 세일즈로 자본을 확보하면서, 로케이션 인센티브 등의 세금 크레딧을 활용하는 것이다. 선 순위 담보대출과 브리지론을 제공하는 은행 및 2차 금융기관이 특히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다. 

    그런 의미에서 15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문라이트>는 신생 부티크 투자∙배급사인 A24의 뚝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품이다. 2012년 설립 이래, A24의 약진은 매우 인상적이다.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거품을 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A24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A24 역시 뉴욕 기반 회사다. 

    A24와 브로드 그린 픽처스 같은 신생 투자∙배급사의 등장 외에도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고무적인 것은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행보다. 넷플릭스는 2017년에만 60억 달러를 콘텐츠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고, 지난해 32억 달러를 비디오 콘텐츠에 투자한 아마존은 올해 예산을 두 배로 늘리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제 테크놀로지는 영화의 정의를 새로 쓰고, 새로운 하이브리드를 꿈꾸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2017년, 각 플랫폼의 사업 모델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