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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화투자배급 시스템

미국의 투자/배급 시스템

6.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응 :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등판과 딜레마들
미국의 영화산업은 현재 영화, 방송, 머천다이징, 테마파크, 사운드 트랙, 출판 등의 수직적 통합이 이뤄진 복합기업화(conglomeration), 글로벌화(globalization) 그리고 디지털화(digitization) 시대를 맞이하여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현황은 미국영화 시장의 투자/배급의 패러다임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유선, 셀스루(sell-through) 등 부가판권 및 영상 컨텐츠 시장의 아날로그적 플랫폼이 디지털, 온라인 플랫폼으로 하루가 다르게 옮겨가며, 이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 아마존 등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매년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는 투자/배급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메가 블록버스터 규모, 예산의 프랜차이즈 영화는 여전히 극장 및 부가판권 시장에 있어서 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좀 더 다양한 소재, 규모와 예산의 영화를 소비하는 상업적 모델이 달라지면서 메이저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자 모델의 성공으로 AMC, Landmark Theaters, Alamo Drafthouse 등의 큰 극장부터 독립영화 체인들이 정액제로 일주일에 3 회 이상 영화 관람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데, 이런 사업 모델의 성공으로 영상 컨텐츠에 대한 수요가 급상승했다. 애플이 <문라이트>와 <미드소마> 등의 투자배급사인 A24 와 몇 년에 걸친 영상컨텐츠 공급 계약을 한 것, 넷플릭스는 파라마운트와 다수의 작품 계약을 맺은 것, 워너 및 20 세기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가 조만간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업에 뛰어들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 메이저 스트리밍사로 자리잡은 넷플릭스나 아마존이 알폰소 쿠아론, 봉준호, 코엔 형제, 마틴 스콜세지 감독들의 전작 판권 구입은 물론 오리지널 컨텐츠 투자/배급 포함 사업 규모를 대폭 늘린다는 것 모두 이를 반증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형성한 문화에는 거장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루키 감독들로 하여금 자체 투자, 제작 및 배급 영화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스트리밍 서비스사는 2013 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등을 포함한 자체 제작 시리즈물의 꾸준한 성공으로 많은 구독자 유입 등의 사업적 성공은 물론 에미상 수상 등의 성과로 회사의 인지도 상승 및 양질의 영상 컨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브랜딩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구독자들을 계속 서비스를 찾게 하는 요인이 시리즈물이라면, 비이용자를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역시 영화라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영화감독과 배우 등 영화 전문 인력과의 협업은 사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내에는 업계의 관례로 극장에서 부가판권 시장으로 넘어가는 최소한의 시기, 즉 극장 상영 90 일 후 다른 윈도우에서 해당 영화를 유통할 수 있는 90-day Theatrical Window 의 문제로 스트리밍 서비스사 서비스와 극장 상영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런 관례는 극장상영을 우선시하는 영화감독들의 입장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사 자체 제작영화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마존은 여전히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이 경계를 허물거나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 조만간 배급의 판도가 또다시 변화할 전망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 자체 투자/제작 영화들로 계속 극장들 혹은 칸 영화제를 포함한 주요 국제영화제들과 교착상태인 넷플릭스의 행보가 <로마>에 이어 올해 아카데미상 출품예정인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스티븐 소더버그의 <더 런드로맷(The Laundromat)>, 그리고 마이클 베이의 <6 언더그라운드(6 Underground)>의 향방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 자체 제작 시리즈물들의 성공으로 몰아보기(binge watching)가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더 많은 시리즈물 컨텐츠 확보를 위해 스트리밍사들은 영화 인력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새로운 포맷과 소비 형태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또한 전통적인 의미의 영화 접근과는 아예 다른 영상 컨텐츠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영화 감독을 포함한 영화 전문 인력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사와의 협업에 뛰어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사들의 거침없는 행보로 인한 변화로 또 하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컨텐츠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사업이 획일화된 미국영화 시장에 규모와 내용면에서 다양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주류권에서 <블랙 팬서>, <원더 우먼>, 그리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의 성공 사례가 투자 배급사들에게 확신을 줘 인종, 장르, 소재 등 내용적 측면에서 다양성 수용의 폭을 넓히고, 주류권에서 거부당한 흥행하기에 위험요소가 많은 장르인 청춘 로맨틱 코미디 <키싱 부스(The Kissing Booth)>의 흥행 성공 사례 등으로 중저예산 규모 및 ‘비인기’ 장르나 소재의 작품들이 투자/배급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사들이 현재 미국영화시장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문제이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지난 십 년간 미국영화시장의 재편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고,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