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미 만들어본 포맷은 더 이상 뉴미디어가 아니다”
영화 <옥자>, <대호>, <괴물> 등 진보한 시각효과로 회자되는 작품들 뒤에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4th CREATIVE PARTY, 이하 ‘포스’)가 있다. 2009년, VFX스튜디오 EON의 주요 멤버들이 설립한 포스는 참여 작품인 <옥자>가 미국 아카데미상 시각효과 부문 최종 후보 심사작에 오르고,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로부터 22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지난 몇 년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포스는 현재 시각효과 전문 기업에서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시각효과 부문을 이끄는 신대용 본부장과 최근 100인승 VR 시뮬레이터 ‘어크로스 다크’를 론칭한 뉴미디어콘텐츠사업부의 심상종 본부장을 만났다.
신대용 시각효과 슈퍼바이저/본부장
현재 어떤 작품의 시각효과 작업을 진행하고 있나?
얼마 전 왕대륙과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홍콩 영화 <더 루키스(素人特工)>와 MBC 드라마 <아이템>의 작업을 마쳤다. 지금은 연상호 감독의 <반도>, 성룡 감독의 <나의 일기>, 주성치 감독의 <미인어2>,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중국 완다 테마파크의 Full 3D-8K 플라잉 시어터 영상, 엔씨소프트의 게임 시네마틱 영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여러 매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이제는 VFX 기술력이 영화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포스는 5년여 전부터 VFX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영화 VFX, 뉴미디어, 애니메이션 3개 사업부로 나누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경험치를 바탕으로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맞춰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파이프라인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옥자>를 진행하며 4K 제작 기반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까다롭다는 넷플릭스 QC(품질관리)의 경험치가 아웃풋의 퀄리티를 한 단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각효과 전문업체로서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의 이름을 각인 시켜준 작품은?
<올드보이>, <박쥐>, <암살>, <설국열차>, <아가씨> 등 이슈가 되는 작품을 했지만 아무래도 <대호>의 크리처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 포스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근래 중국 VFX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중국 프로젝트의 참여 요청이 있었지만 수주를 위한 무분별한 진출보다 좀 더 내실을 다져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자는 회사의 결정도 <대호> 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옥자>는 제90회 아카데미상 시각효과상 부문 최종 후보 심사대상작 10편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필름 어워드와 대만의 금마상 영화제에서 수상한 적이 있지만,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 심사대상작으로 선정된 건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아시아 VFX업체 중 최초의 노미네이트이기도 하고 VFX 본토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해준 것이라 더 의미가 컸다.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다음엔 노미네이트 5위안에 들고 싶은 도전 의식이 생겼다.
심상종 뉴미디어콘텐츠 총괄 프로듀서/본부장
롯데월드 개장 30주년을 맞아 개발된 100인승 VR 시뮬레이터 ‘어크로스 다크’가 3월 초 문을 열었다. 이를 처음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16년 미래부 실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으로 롯데월드와 함께 기획·제작된 프로젝트다. 당시 롯데월드에서는 VR어트랙션을 도입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던 중이었고,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는 기획력과 기술력이 확보되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됐다. 작품을 기획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콘텐츠를 재미있게 잘 만드는 것 외에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고 연계 사업으로 확장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크로스 다크’는 VR라이드, 코믹스 VR, 공연 형태의 퍼포먼스와도 어울릴 수 있는 고해상도 실사 VR 영상 등 한편의 작품 내에 다양한 요소가 융합된 VR 콘텐츠로 기획했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두 가지의 결말 등 새로운 스토리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체험해본 관객들의 반응이 어떤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좋은 편이다. 우선 100인승 라이드 시뮬레이터와 결합된 시네마틱 VR 작품이라는 점이 관람객에게 새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기존 VR 영상은 개인이 HMD를 착용하여 관람하는 1인 체험 중심의 포맷이다. 하지만 ‘어크로스 다크’는 테마파크라는 공간의 특성에 맞게 다수가 관람할 수 있는 3D 입체 영상으로도 제작돼 관객들이 하나의 VR 콘텐츠를 관람과 체험 중 선택,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롯데월드에 있던 기존 라이드 시뮬레이터 극장의 공간 디자인을 작품 콘셉트에 맞게 모두 바꾸고, 영상에 등장하는 오브제를 실제 공간에 전시해 관람객이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게끔 했다. 이러한 차별점과 디테일이 결합돼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작업 과정 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촬영 과정과 촬영된 영상의 CG, VFX 작업 과정이었다. 국내외 모두 경험과 사례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VR 영상은 대부분 고프로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어서 하이엔드급 실사 촬영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6K 이상의 실사 해상도 퀄리티와 함께 기존 영화 촬영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VR이라는 새로운 포맷 제작 프로세스와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촬영 부분을 할리우드 전문 스튜디오인 프랙티컬 매직(Practical Magic)과 협업했다. 프랙티컬 매직은 영화 <스타트렉>의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한 SF 블록버스터 VR 영화 <헬프(HELP)>의 촬영을 진행한 팀이라 고해상도 VR 촬영 솔루션 협업이 용이했다.
포스는 ‘어크로스 다크’외에도 360도 상영관인 ‘360도 써클비전 시어터’, 하늘을 나는 체험형 어트랙션 ‘플라잉 시어터’, 시네마틱 VR 등 뉴미디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뉴미디어, 특수영상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스크린이나 TV를 벗어난 탈스크린 작업이다. 정해진 스크린에 맞는 영상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콘텐츠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작품, 콘텐츠를 통해 화면 속 내용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실감형, 체험형 인터랙티브다. 우리가 이미 만들어본 포맷과 작품은 더 이상 뉴미디어가 아닌 구미디어다. 트렌드와 시장 변화에 발맞춰 다른 미디어들과 결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