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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충무로로 간 까닭은?

2017.08.14
  • 작성자 송순진
  • 조회수6586
스펙트럼 확장을 꿈꾸는 최근 금융권의 한국영화 펀드 러시
 

2008년에 -43.5퍼센트의 최저점을 기록했던 한국영화 투자수익률은 2012년 13.3퍼센트의 흑자로 전환된 후 5년째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6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상업영화 투자수익률은 8.8퍼센트, 그중 300개관 이상 상영작을 대상으로 한 ‘핵심 상업영화군’의 투자수익률은 13.8퍼센트까지 상승했다. 보고서는 “핵심 상업영화군 전체 59편 중 30퍼센트인 18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전체적으로 수익률 100퍼센트를 상회하는 작품은 7편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80억 원 이상의 순제작비를 투입한 대작 10편 중 8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겨 평균수익률 53.9퍼센트에 달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대작들이 보여준 높은 수익률 덕분에 최근 한국영화 투자 분야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정부지원금을 바탕으로 한 모태펀드와 한국영화계의 중심에 선 CJ와 쇼박스, 롯데, NEW 등 투자배급사가 중심축을 이루는 가운데 소니, 워너 브라더스 같은 할리우드 배급사가 합세했고, 금융권과 증권사도 한국영화에 관심을 보이며 하나둘 투자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 재투자의 선순환 모델로 진화 중인 은행권 펀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권에서는 심심찮게 영화 등 문화콘텐츠 투자 소식이 들려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은행에서 3월에 출시한 ‘우리은행-컴퍼니케이 한국영화 투자펀드(이하 한국영화 투자펀드)’ 소식이었다. 이 펀드는 CJ E&M과 NEW, 쇼박스가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중견 벤처캐피털컴퍼니 ‘케이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이 손잡고 오직 한국영화에만 투자하겠다고 밝혀 화제에 올랐다. 우리은행이 30억 원을 투자하고 전체 규모가 120억 원에 이르는 이번 펀드는 3대 배급사에서 향후 4년간 배급할 100편의 한국영화에 투자된다. 

한국영화계가 이번 펀드에 기대를 높이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자 수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4년간 총 600억 원 투자를 목표로 삼았다는 점 때문이다.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펀드 자본금을 더욱 늘려 한국영화 투자 부문의 선순환 모델을 만들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3대 배급사에서 배급을 확정한 영화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 중단이나 흥행 실패 등의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도 이번 펀드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우리은행 측이 밝힌 목표 수익률을 10퍼센트 이상이다. 

한국영화 투자펀드는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펀드가 투자한 첫 번째 영화인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8월 10일 기준 누적관객 616만 명을 기록했으며 누적매출액은 479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한국영화 투자펀드는 <택시운전사> 외 5편의 영화에 대한 투자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우리은행은 자회사 우리종합금융이 만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위비크라우드’를 통해 박훈정 감독의 <브아이아피>, 이시영 주연 임경택 감독의 스릴러 영화 <오뉴월>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제 개최부터 독립영화‧VR 콘텐츠 지원까지
 

신한은행도 한국영화 투자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이 대열에 합류했다. <더 킹>, <히말라야>, <검은 사제들>, <사도>, <암살> 등에 투자사로 참여한 대성그룹 산하의 벤처캐피탈 ‘대성창업투자’와 함께 '신한은행-대성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을 출범한 것이다. 2016년 12월에 결성한 이번 투자조합의 주요 투자분야는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문화콘텐츠로 규정되어 있다. 대성창업투자의 경우 2003년 <올드보이>부터 <웰컴투 동막골>, <괴물>, <미녀는 괴로워>, <타짜>,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국제시장> 등 다수의 한국영화 흥행작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투자사로 업계의 신뢰를 얻고 있어, 신한은행과 만든 투자조합 역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또 올해 3회째 이어가고 있는 ‘신한은행 29초 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영화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IBK 기업은행은 이미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자사로 자리를 잡았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공연,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등 한국문화콘텐츠 전반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1월 은행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사업팀을 만들었다. 대출상품 운용 등과 프로젝트 투자를 병행하던 이 팀은 2013년 ‘문화콘텐츠금융부’로 승격된 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금융부 문화콘텐츠 금융팀’으로 탈바꿈했다. 기존 업무에서 대출 등 금융업무보다 콘텐츠 투자에 보다 무게를 싣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연평해전>, <부산행>, <국제시장>, <명량>, <인천상륙작전>, <베테랑>, <군함도>, <마스터>, <밀정>, <럭키> 등 주요 한국영화에 고루 투자해왔다. 이 중 <인천상륙작전>의 경우에는 직접 투자주관사로 나섰으며 <관능의 법칙>, <개를 훔치는 방법>, <화장>, <악의 연대기>, <무뢰한>, <좋아해줘>, <남과 여> 등 중저예산 영화에도 고루 투자했다. 기업은행의 행보가 영화계에서 특히 더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렇듯 너른 투자 범위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3월 ‘2차(2017년~ 2019년) 문화콘텐츠산업 지원계획안’ 발표에서 1차 계획안보다 60퍼센트 확대한 3년간 총 1조 2,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공표하면서 독립영화 및 VR 콘텐츠에 대한 지원 계획도 포함시켰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팀 박상현 대리는 “수익성 면에서만 보자면 영화는 여전히 리스크가 큰 시장이긴 하지만 국책은행으로서 수익성과 공익성을 함께 가져가자는 취지 아래 다양성 영화에 대한 투자계획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익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투자하는 다양성 영화는 CGV 아트하우스, 엠라인, 리틀빅픽쳐스 등 명망 있는 다양성 영화 배급사에서 제안한 영화 또는 유력 영화제 수상 경력을 가진 인지도 있는 영화인을 대상으로 내부 프로세스에 의거해 투자 검토를 진행한다. 박상현 대리는 “아직 초창기 단계라 투자 편수와 규모는 유동적이다. 그러나 전담 인력 등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독립영화 1편의 투자를 확정됐고 또 다른 한 편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가세
 

은행들의 발 빠른 행보에 증권사들도 움직이는 모양새다. 기업은행 계열사인 IBK투자증권은 심은경 주연의 <걷기왕>, 김명민 주연의 스릴러 영화 <하루>, <인천상륙작전>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올해 2월에는 코리아에셋투자증권도 쇼박스 영화 라인업을 대상으로 한 ‘코리아에셋 SHOWBOX 문화콘텐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쇼박스가 투자, 배급하는 모든 영화에 대한 투자를 약속한 이번 펀드는 5년 만기, 60억 원 규모로 조성됐다. <검사외전>, <럭키> 등 2016년 한국영화 흥행작을 잇달아 탄생시킨 쇼박스가 이번 사모펀드를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