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접속 통계
  • 홈
  • 뉴스/리포트
  • 뉴스
  • 메일쓰기
  • 페이스북
  • 트위터

뉴스

OTT의 선두주자 넷플릭스가 TV 방송을 따라한 이유는?

2021.01.12
  • 작성자 김수빈
  • 조회수2394
선택의 어려움 해결, 혼자서는 찾지 못하는 발견의 묘미 제공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하고 나섰다.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영하는 기존 리니어(선형) TV 방송처럼 넷플릭스 콘텐츠를 편성해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것이다. 서비스 명칭은 ‘넷플릭스 다이렉트(Netflix Direct)’로, 900만여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프랑스 지역에서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다. 뉴미디어를 대표하는 이름 중 하나인 넷플릭스가 레거시 미디어의 방식을 시험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의 보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가입자 늘었지만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증가  

 

첫 번째는 콘텐츠 선택에 따른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는 방대한 콘텐츠 속에서 시청자가 직접 콘텐츠를 고르는 재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대변한다. 엔스크린 미디어(nScreen Media)의 설립자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콜린 딕슨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리니어 TV는 선택의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사람들이 혼자서는 찾지 못했을 콘텐츠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시청자들에게는 좋은 옵션이며 그렇다고 주문형 시청 방식의 장점을 해치지도 않는다”고 분석했다.

 

 

『버라이어티』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다이렉트’ 서비스 출시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동안 넷플릭스 가입자는 전 세계적으로 늘었으나 동시에 작품들을 몰아보며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도 커졌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집중해서 보게 되는 OTT와 달리 시청자들은 TV를 틀어놓고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 다이렉트는 시청에 따르는 피로감을 줄이되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도록 유도한다. 넷플릭스는 ‘다이렉트’를 출시하면서 “당신이 콘텐츠를 고를 기분이 아니거나, 새로워지고 싶거나 또는 새롭고 다른 무엇으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고 싶다면 선택하는 대신에 그저 감상하라”며 서비스를 소개한 바 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의 가이 비손 연구소장은 “사람들은 리니어 TV가 여전히 미디어 시청 플랫폼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까먹는다”며 다이렉트는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지 않고 넷플릭스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가이 비손 소장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선 45세 이상 55세 이상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연령층은 리니어 TV를 훨씬 많이 시청하는 경향이 있어서, 넷플릭스 다이렉트는 이들에게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하나의 새로운 창구가 된다.

 

넷플릭스는 ‘다이렉트’ 서비스를 통해 새로 제작할 콘텐츠나 시청층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것이다. 콜린 딕슨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다이렉트’에서 집계된 데이터, 이를테면 사용자의 총 시청 시간이 증가했는지, 서비스 체류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넷플릭스와 다이렉트 중 어떤 서비스에 더 오래 머무는지, 다이렉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시청률이 오르는지 등을 확인해 사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오리지널 콘텐츠 소개할 기회

 

 

세 번째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는 뛰어난 작품성을 가졌지만 주목받지 못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이렉트를 통해 소개할 수 있다. 나아가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지속적으로 방영하며 새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팬을 확보할 수도 있다. 호주 상업방송국 네트워크 텐(Network 10)의 데이터 통계 및 분석 전문가 가레스 톰린은 호주 매체 『멈브렐라』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는 방송국이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국은 재방송을 반복하며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극대화한다. 새 시즌을 론칭하기 전에 전 시즌을 계속해서 재방송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라”며 “<빅뱅이론>같은 시트콤은 지속적인 재방송을 통해 팬층을 확보해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폭스 <더 마스크드 싱어>의 사례처럼 큰 규모로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는 건 극소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다이렉트를 ‘마케팅 깔대기(marketing funnel)’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마케팅 깔대기’는 마케팅 목표 지점까지 잠재 소비자들의 이탈률을 줄이며 이들을 고객으로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지속적인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도 넷플릭스가 새 프로그램을 출시할 때 다이렉트를 이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리 소르본-누벨 대학의 마리 프랑스 샴바트 휴일런 교수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새 에피소드 출시를 앞두고 다이렉트의 실시간성을 활용해 이벤트를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터넷이 시청자를 분산한다면 텔레비전은 이를 통합한다”며 “(뭔가 보기 위해) 특정 시간에 함께 모이는 방식을 넷플릭스가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안테나 지역으로 삼은 이유는?

  

 

 

그렇다면 여러 지역 중 왜 프랑스를 선택했을까. 넷플릭스는 서비스 출시 당시 웹사이트를 통해 그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직접 콘텐츠를 고르지 않아도 되는 ‘린 백(lean back)’ 경험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TV가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프랑스 시청자들의 성향이 주된 이유였음을 전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프랑스 가구의 94%는 텔레비전을 소유하고 있으며, 2019년 프랑스 사람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3시간 30분을 기록했다. 올해 초 락다운 기간 동안 이 시간은 4시간 40분으로 늘었다.

 

『와이어드』는 여기에 더해 프랑스의 미디어 정책도 넷플릭스가 이 나라를 선택한 주된 이유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넷플릭스 다이렉트가 TV 채널로 별도 분류되면 통신 회사의 TV번들에 포함되어 이용자를 늘릴 수 있고, 홀드백 정책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영화는 극장 상영 4개월 후에 DVD나 블루레이로 시장에 풀릴 수 있고, TV방송에선 22개월 후, 넷플릭스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36개월 후 방영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스스로를 리니어 TV 채널로 재분류하면 이론적으로는 영화를 더 빨리 선보일 수 있다.

 

프랑스의 강력한 플랫폼 규제 정책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현재 스트리밍 업체가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20%에서 25% 가량을 프랑스 현지 콘텐츠에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고 있다. 넷플릭스 다이렉트 채널이 리니어 TV 채널로 인정받으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프랑스에서의 리니어 TV 테스트가 성공적일 경우 이 모델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시장으로 쉽게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다이렉트가 프랑스처럼 전통 TV의 인기가 높은 국가에 한정된 서비스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넷플릭스의 실험 정신을 눈여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