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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8> 박준호 총괄 프로듀서, 플랫폼을 신경 쓰지 않고 플랫폼을 실험하다

2020.09.22
  • 작성자 김수빈
  • 조회수1629
“꼭 시리즈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SF8>은 민규동 대표를 포함해 김의석, 노덕, 안국진, 오기환, 이윤정, 장철수, 한가람 감독까지,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8인의 감독이 연출을 맡은 ‘한국형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다. 영화사 수필름과 한국영화감독조합, OTT 플랫폼 웨이브(wavve), 방송국 MBC가 만나 플랫폼을 넘나드는 협업으로 완성했다. 지난 7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SF8>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어 극장 관객들을 만났고 10월까지 MBC에서 매주 한 편씩 방영될 예정이다.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박준호 프로듀서에게 <SF8>의 기획 배경부터 속편에 대한 생각까지 들었다. 박준호 프로듀서는 민병국 감독의 <가능한 변화들>에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오감도>의 총괄 프로듀서, <김종욱 찾기>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아내의 모든 것>, <결혼전야>의 프로듀서, <부라더>의 기획을 맡으며 충무로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한국영화10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감독들이 참여하는 옴니버스 시리즈를 구상하던 것이 <SF8>의 시작이다. 프로젝트가 OTT와 방송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SF 장르‘로 콘셉트를 정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옴니버스 시리즈를 구상하던 중 최승호 전 MBC 사장과 한국영화감독조합 민규동 감독이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MBC가 웨이브와 손을 잡게 되면서 시리즈물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왕 협업한다면 익숙한 장르보다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있는 SF에 도전해보자고 합의하면서 <SF8>이 탄생했다. 그 뒤로 1년여에 걸쳐 국내 출판된 SF 소설과 웹툰 등 다양한 원작들을 검토했다. 50분이라는 제한된 러닝타임과 시각적으로 실제 구현 가능한 적절한 규모의 원작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했고, 미스터리, 액션, 코미디, 드라마 등 SF 안에서도 각기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8편을 선별했다. 선별된 원작으로 1차 시나리오 작업을 했고, 그 시나리오를 여러 감독들에게 제안하면서 최종 8명의 감독을 인선했다. 그 뒤로 선정된 감독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과정을 몇 개월 거쳤다. 하지만 감독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계약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아 MBC와 웨이브, 한국영화감독조합 3자 계약을 최종 날인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결국 올 초에, 작년에 합류하려다 다른 작품들의 제작 일정 등으로 유보했던 제작사 수필름이 합류하게 되었고, 수많은 계약 조항들을 조율하고 수정하면서 극적으로 타결을 봤다. 이후의 제작 실무 과정은 오히려 순조로웠다. 감독들에게 8명의 프로듀서를 매칭하는 것을 시작으로, 불과 몇 개월 만에 웨이브를 거쳐 MBC 방영까지 하게 됐다. 수필름이 OTT와 방송이라는 플랫폼 외에 영화관 상영을 추가로 추진하며 <SF8> 프로젝트는 최초로 방송, OTT, 극장이라는,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에서 상영할 수 있었다.

    

방송, OTT, 극장에 따라 선재물을 다르게 접근했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투자사에서 마케팅을 주관하고, 이미 규격화된 프로세싱이 있다. MBC나 웨이브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드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프로세싱이 없었다. 서로 상의하고 고민하면서 한 단계씩 풀어갔다. 매체별로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달랐지만 의기투합하자는 연대 의식이 강했다. 물론 처음엔 용어도 다르고 작업 방식이 달라 혼란스럽기도 하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후반 즈음에 이르러 전체 미팅을 하면 방송국 MBC와 OTT 웨이브, 영화사 수필름까지, 세 매체의 15명 정도 인원이 회의를 진행했는데, 매체별로 ‘아, 거기는 그렇게 합니까?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라는 식으로 각기 다른 방식의 공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런 경험은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소통이 가장 중요하듯, 매체에 상관없이 서로 배우고 나눈다고 생각하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영화계는 물론이고 방송이나 OTT도 이미 변화되고 있는 영상 산업에 대한 시야가 트여있기 때문에 겁낼 필요가 없다.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꼭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다. 

 


 

플랫폼별 화면 크기의 차이가 작업 과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나. 화면 크기 외에도 작업 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이 궁금하다.

다들 영화감독이다 보니, 애초에 영화를 베이스로 놓고 작업하게 됐다. 화면비율을 미리 영화적인 2.35:1로 정했고, 특별히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을 고려해 작업하진 않았다. 다만 콘티를 짤 때, 매 컷의 사이즈가 플랫폼별로 어떻게 보일지 테스트하고 연구하기는 했다. 스크린에서는 잘 보이는 장면이 스마트폰이나 TV에서는 안 보일 가능성도 있어, 와이드 앵글이나 풀샷 위주보다 인물 중심으로 촬영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너무 타이트한 샷만 있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영화적인 앵글이나 사이즈를 활용하기도 했다. 의식적으로 어떤 원칙을 정한 것은 아니고 감독님들이 본능적으로 대응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촬영부터 후반작업까지 작업하는 내내, OTT나 방송에 적합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모든 스태프들이 한편의 영화를 찍는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어쩌면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여러 매체를 경험한 노하우가 쌓이면 또 다른 방식을 찾겠지만 우리가 해왔던 방식으로 대응하자는 게 기본 원칙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게 있을 거다.

 

<SF8>은 평균적인 드라마 제작비보다 적게 투입되었다고 들었다. 장르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더 많은 제작비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물론 제작비는 적었고, 작품 내용과 상관없이 초기에 제작비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다행히 주연배우들도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의 특성에 맞게 제작사의 요청에 개런티를 조율해 주었고,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로 예산에 맞는 선에서 참여해 줬다. SF라는 장르가 경이감을 주는 시각적인 쾌감이나 미래적인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미술과 CG 비용이 많이 필요한데, 대작에서만 가능한 압도적인 규모의 SF 비주얼을 시도하기보다 드라마 위주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 근미래적인 설정의 작품들이 많아서 그나마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어떤 작품은 특수 분장에, 어떤 작품은 세트 비용에, 또 어떤 작품은 특수 의상이나 특수 소품에 예산을 많이 투입했다.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CG는 엔진이라는 파트너를 만나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자평한다. 웨이브 오픈 시기가 정해져 있었고 MBC의 방영 일자가 정해져 있는 상태다 보니, 다소 후반작업 일정이 빠듯해서 마지막까지 밤샘 작업을 하며 마무리를 했는데 그럼에도 최선의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SF8>에 참여해 준 모든 스태프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멀티 플랫폼 콘텐츠라는 면에서도 새롭지만 서로 다른 연출 경험을 가진 8명의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경험도 새로웠을 것 같다.

새롭고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언제 이렇게 다양하고 개성 있는 감독들과 작업을 해보겠나. 이미 데뷔작으로 평단의 인정을 받은 <죄 많은 소녀>의 김의석 감독,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안국진 감독, <아워 바디>의 한가람 감독, <나를 잊지 말아요>의 이윤정 감독, 그리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감독, <연애의 온도>와 <특종: 량첸살인기>를 만든 노덕 감독, <작업의 정석>과 <패션왕>의 오기환 감독, <내 아내의 모든 것>과 <허스토리>를 만든 민규동 감독까지, 작품의 성격과 작업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감독 8인과의 협업은 다시없을 기회였다. 민규동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원작을 발굴해 작품을 선정하고 시나리오 감수부터 감독 인선까지 총괄 기획자로서 역할을 잘해주셨고, 제작사인 수필름의 민진수 대표가 전체적인 제작 전반에 걸쳐 진두지휘를 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 역시 각 작품의 프로듀서와 함께 감독들의 개성이 십분 발휘될 수 있도록 뒤에서 서포트하는 데 중점을 뒀다.

 

 

8인의 감독을 섭외할 때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재능 있는 신예 감독과 경험 있는 중견 감독의 조화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공동대표인 민규동 감독이 총괄 기획을 하고 8명의 감독을 인선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감독조합 소속이어야 하니 데뷔하는 감독은 없었고, 첫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재능 있는 신인감독과 기성 감독의 조화를 우선시했다. 여성 감독의 비율도 일정 정도 고려했다. 물론 SF 영화에 대한 장르적인 관심이 있는지도 중요한 요건이었다. 실제 몇 배수에 이를 정도로 많은 감독과 접촉했고, 최종적으로 지금의 감독 8인이 결정됐다. 

 

8편의 촬영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여러 현장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여덟 작품의 캐스팅과 스태핑도 동시에 이루어져 몇 작품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겹치기도 했다. 그러나 역량 있는 각 작품의 프로듀서들과 처음부터 지속적이고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진행했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8작품이 모두 예정된 스케줄 내에서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 오히려 당시 코로나로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장소 섭외가 어려웠고 이미 섭외된 장소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방역과 현장 케어에 더 신경을 쓰며 촬영했다. 많은 경험을 가진 제작사 수필름과 프로듀서 8명이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격려도 하면서 진행했기에 걱정했던 것보다 원활히 마쳤다.

 

제작 과정에서 8편의 작품을 관통하는 원칙을 따로 세웠는지 궁금하다.

제작 관점에서 보면, CG를 제외한 각 작품의 편당 제작 예산을 동일하게 책정했다. 감독과 프로듀서도 작품 경험과 관계없이 동일한 개런티로 정했다. 이후 모든 예산은 각 작품의 프로듀서에게 자율적인 판단을 맡겼다. 예산이 동일하니 각 작품의 프로듀서들이 짠 캐스팅부터 스태프 개런티까지 비슷하게 책정되었고, CG는 시나리오를 분석했을 때 각 작품마다 물리적인 컷 수와 양이 달랐기에 여덟 작품을 묶어서 진행했다. 작품별 회차도 10회 내외로 비슷했고 프리 기간이나 포스트 기간도 비슷했다. 내용적으로는 각 팀에 최대한 자율성과 창작 의지를 존중하되 각 작품별 개성이 발현되도록 했다.    

 

 

방송국과는 어떻게 역할 분담을 했는지 궁금하다.

크게 원작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역할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민규동 감독과 MBC가 주도적으로 했고, 실무 제작은 전적으로 수필름에서 했다. 수필름은 이미 23편의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었기에 서로 역할을 분담해서 일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MBC와 웨이브가 투자사고, 수필름은 제작사인 셈이었다. 영화계도 그렇게 제작을 하니 자연스럽게 각자의 롤플레이가 이루어졌다. 다만 예산이 빠듯해 별도의 홍보 마케팅 비용이 책정되지 않아서 마케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진행했다. 예를 들어 각 작품 현장에도 스틸은 2회, 메이킹은 1회로 한정해서 내보냈고 포스터나 예고편 등 기본 선재물 제작도 수필름에서 직접 진행했다. 영화처럼 마케팅 비용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게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계약에 합의된 제작 예산과 별개로 MBC도 자체적으로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고, 웨이브도 서비스 시기에 맞춰 상당한 비용의 광고비를 지출하며 <SF8>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썼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각자 최고치의 노력을 했다고 본다.

 

‘시네마틱 드라마’를 지향하는 <SF8>은 연출자부터 스태프들이 영화계 인력 중심으로 꾸려졌고, 후반작업 공정 또한 영화 제작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SF8>이 영화계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처음 시작할 땐 방송국 단막극인가? 그런 생각도 했다. 그러나 여덟 작품의 감독들이 영화감독이다 보니 하나의 영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일치가 된 것 같다. 한 작품의 현장 스태프가 50명이면, 여덟 작품의 현장 스태프는 400명이다. 또 후반 스태프도 약 50명, 홍보 마케팅 인력까지 포함하면 여덟 작품의 모든 스태프가 약 1천 명 정도된다. 그 인원이 동시에 촬영을 하고 개봉을 했으니, 코로나로 인해 참여할 작품이 많이 줄어든 스태프들에게는 소소하지만 일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에는 예산이 작아 일하는 환경이 다소 풍요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숙련된 영화 인력이 매체를 가리지 않고 일하는 환경은 점점 커져갈 것 같다. 더불어 영화냐 아니냐의 경계는 불필요해질 것 같다. 누군가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 제작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번에 해보니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OTT든 방송이든 관객들에게 수용될 거라 생각된다. 

 

뉴욕아시아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도 <SF8>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플랫폼에서 상영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SF8>은 이미 미국 OTT 플랫폼인 코코와(KOKOWA)에 편성돼 영어와 포르투갈어 자막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동남아 시장을 비롯해 해외의 다양한 나라에서 각국의 언어로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방송으로 판매하는 것은 MBC가 진행하고 있고, <SF8> 작품 중 일부는 현재 장편화를 진행해 후반작업 중인데, 장편화 된 영화의 경우에는 수필름이 적극적으로 해외 상영에 목표를 두고 향후 일정을 진행 중이다. 

 

  


<SF8>의 성과에 대해 자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전체 제작진의 입장은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관객과 창작자 모두 SF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장르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이야기 자체에 대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하다. 또 8편 전체가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뉴욕아시아영화제에도 초청되었고, 각기 개별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춘천영화제, 스마트폰국제영화제,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 등 의외로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SF8>이 50분 분량의 단막극에 머물지 않고 영화로서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만족한다. 또 웨이브 OTT 플랫폼에서도 꽤 많은 마니아층과 SF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이 직접 찾아와 유료 결제를 하고 작품을 봐주셨다. 다만 MBC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낮아 방송이라는 플랫폼에서 50분 단막 형식이 아직 시청자들에게 낯설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방송에서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숙제일 것 같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편적인 재미를 줘야 한다는 것, 영화와 달리 채널이 돌아가는 이탈률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결과적으로 웨이브와 MBC의 협업은 최초의 도전이었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앞으로 이런 매체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니까.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

 

처음 프로듀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대 중반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땐 특별한 목표가 없었고, 프로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막연히 영화를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해외 영화제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감독상을 수상한 감독이 소감을 말하는 대신 무대 위로 누군가를 불렀고, 관객석에서 어떤 여성분이 올라왔다. 감독이 그 여성분을 꼬옥 끌어안더라. 순간 ‘와이프인가?’ 생각했는데, 마이크에 대고 “마이 프로듀서”라고 소개했다. ‘마이 프로듀서’ 그 말이 종소리처럼 울렸고, 그 순간 ‘나도 프로듀서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 첫 번째 프로듀서는 <가능한 변화들>이라는 독립영화였다. <강원도의 힘>을 하면서 알게 된 민병국 감독의 데뷔작인데,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그 해 모스크바영화제와 동경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아 감독님과 함께 다녀왔다. 그 뒤로도 ‘감독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가장 가까운 파트너’라는, 프로듀서 역할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제작자로서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 <SF8>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며 느낀 점이 궁금하다.

몇 년 전, <블링크> 원작을 쓴 김창규 작가의 ‘SF 글쓰기 특강’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앞으로 새로운 장르나 시장이 열린다면 SF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수업을 같이 들은 동기 5명과 2년 정도 SF스터디를 계속 했는데, 마침 <SF8> 총괄 프로듀서 제안이 들어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SF 드라마를 만든다는 설렘도 있었고, 최근 꾸준히 SF 문학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기에 문학과 영화의 조우라는 지점에서도 참신함이 있었다. 무엇보다 상업영화 시장에서 보기에 다소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그게 나를 비롯해 참여한 감독들의 창작욕을 자극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계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라는 이분화된 구분이 있지 않나. 사실 이번 <SF8>은 그런 구분이 무의미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었다. 이런 창작의 제약이 없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앞으로도 예산이나 포맷, 러닝타임에 대한 큰 울타리만 있고 내용에 대한 필터링은 최소화하는 방식의 작품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작가나 감독의 상상력을 가로 막지 않는 토양이 조성되면, 개성 있고 다양하게 빛나는 작품이 더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SF8>이 시리즈로 확장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시즌 2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아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예측’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시리즈로 안착이 되어 더 많은 원작과 감독들이 발굴되면 좋겠다. 앞으로 대작 SF 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질 텐데 그 물결은 그 물결대로 가고, 작은 규모의 SF 드라마도 많이 만들어져 대작 SF 영화와 다른 방식의 재미를 관객들에게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 <SF8>과 유사한 기획이 더 많이 생산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그때의 삶의 방식을 상상하고 구현한다는 것,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 않는 세계를 조금씩 실체화하는 것은, 창작자로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하기에 꼭 시리즈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다들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