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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2018.02.20
  • 작성자 김수빈
  • 조회수4912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 만들고 싶다”



디즈니 픽사의 신작 <코코>는 사후세계에 대한 통념을 깬다. 시종일관 눈부신 비주얼로 삶의 끝은 축제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 연출 등 모든 면에서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영화 <코코>는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주요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석권했다. 이 작품의 레이아웃에 참여한 한국인 아티스트가 있다. 2013년 <몬스터 대학교>를 시작으로 <굿 다이노>, <도리를 찾아서>, <코코>까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픽사의 김성영 아티스트. 그에게 픽사의 아티스트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어본다.  

-<코코>의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당신은 정확히 어떤 일을 담당했나?  
3D 애니메이션처럼 모든 것이 그래픽으로 된 영화에서 레이아웃은 극영화 촬영부서가 하는 일과 매우 유사하다. 시퀀스별로 촬영 계획을 세우고 렌즈 패키지를 정하고 콘티를 바탕으로 화면을 좀 더 영화적으로 만들기 위해 카메라 움직임, 캐릭터의 동선 및 숏 디자인을 생각하는 일 등을 다루는 부서다. <코코>에서 담당한 시퀀스는 미구엘이 처음으로 죽은자들의 도시로 가기 위해 메리골드 다리를 건너는 시퀀스 전체 (https://www.youtube.com/watch?v=yOvfedkA_JM)와 ‘Un Poco Loco’ 라는 노래로 미구엘이 첫 무대를 선보인 시퀀스(https://www.youtube.com/watch?v=yg8116aeD7E), 델라크루즈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진실이 드러나는 시퀀스다.

-<코코> 레이아웃 작업을 할 때 중시한 점이 있다면? 
감독마다 선호하는 촬영 스타일이 있는데, 리 언크리치 감독은 평면적이거나 그래픽적인 이미지보다 공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앵글과 렌즈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방 안을 찍는다고 하면 3개의 벽이 모이는 코너를 화면에 포함시켜 공간이 평면적으로 찍히는 걸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인크레더블 2>의 브래드 버드 감독은 좀 더 그래픽 노블 같이 평면적이고 실루엣이 강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편이다.

-레이아웃 분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한국에서 5년 정도 애니메이터로 일하는 동안 게임 씨네메틱 공동 연출을 맡아 진행할 기회가 2번 정도 있었다. 그때 애니메이터로서의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연출을 공부해 레이아웃이나 스토리보드 분야 쪽으로 진출하고 싶어 대학원 과정을 시작하게 됐고, 학과 과정 동안 만든 단편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레이아웃 부서로 이끌었다. 레이아웃은 한 아티스트가 3~5분 길이의 시퀀스를 맡아 카메라 연출을 하는 방식이라 단편을 한편 만든다는 느낌으로 매번 새로운 시퀀스를 만든다.

-<인크레더블 2>에선 프리비즈 역할로 참여한다. 프리비즈 작업은 어떤 것인가? 
프리비즈와 레이아웃을 같이한다. 픽사에서 프리비즈는 아트 비즈라고도 불리는데 아트와 세트 부서가 디자인을 디테일하게 하기 전 미리 공간이나 물건들의 적정 크기나 위치 등을 전문적으로 셋업된 카메라를 통해 같이 알아보는 작업이다.

-픽사는 매 작품마다 오디션을 통해 스태프를 구성한다고 들었다. 당신도 같은 과정을 거쳤나?
각 프로젝트의 리더십 포지션은 아티스트 포지션보다 훨씬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하지만 아티스트로서 참여할 때는 좀 더 단순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본인이 앞으로 참여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회사에 제안할 수 있다. 그 후 프로젝트의 리더가 해당 아티스트가 프로젝트에 잘 어울리는지 판단해 캐스팅한다. 중요한 건 이전 작품에서 리더십 포지션에 있던 사람도 다음 프로젝트에선 일반 아티스트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픽사에 사원, 대리, 과장, 부장 같은 직함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픽사에 입사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픽사는 3D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당연히 졸업할 즈음 도전해야 할 스튜디오 중 하나였다. 잡 포스팅 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라 지원에 특이한 점은 없지만,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단편 전체를 요구한 점이 특이했다. 한 장면 장면을 잘 만들 수 있는 능력보다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더 유심히 살펴 보려는 시도가 느껴졌다.

-픽사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면?
좋아하는 시스템을 꼽자면 ‘내부 상영 시스템’이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은 스토리 릴 단계에서부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마다 전 직원을 상대로 스크리닝한다. 전 직원은 익명으로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데, ‘좋았던 부분’, ‘안 좋았던 부분’, ‘헷갈렸던 부분’ 등 큰 틀을 잡는 질문에 대한 피드백 과정을 통해 스토리가 많이 다듬어진다.

-애니메이션 제작 일을 하기까지 영향을 준 작품이나 사건이 있나?
한국에서 학부 3학년 때 만든 첫 작품이 애니메이션 일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첫 작품인 만큼 부족한 게 많았지만 몇몇 페스티벌에서 상영됐는데 관객과 큰 스크린에서 내가 만든 영상을 같이 감상하는 경험은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짓게 할 만큼 감동이 컸다. 3D 애니메이션을 시도하게 된 건 <몬스터 주식회사>를 통해 처음 픽사의 영화를 접하고 나서부터다.

-레이아웃, 프리비즈에 관한 온라인 교육 사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영화다.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네마토그래피에 관해 전문적인 아티스트 혹은 부서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계속 만들어지는 걸 보고 ‘그래도 내가 아는 무언가는 공유해야 겠다’는 마음에 온라인 스쿨을 진행하게 됐다. 3~5년 정도 후에 디지털 시네마토그래피 전문가들이 한국의 극장용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큼 충분해져서 더 영화처럼 촬영된 애니메이션들이 극장에 상영될 날을 꿈꾼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당장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을 통해 레이아웃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따로 진행하던 개인 단편도 막바지 단계라 마무리를 해야 하고 올해부터는 여러 페스티벌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물론 현재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인크레더블 2>도 잘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앞으로 참여할 영화 프로젝트를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역량도 꾸준히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한국을 떠나온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 혹은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영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선후배들과 스튜디오들에 여전히 마음이 간다. 언젠가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스태프들이 주도하는 그룹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때가 왔을 때 쓰임새가 있도록 내 역량을 또한 꾸준히 다져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