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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혼연맹>의 김태균 감독
  • 송순진 기자  ( 2015.01.05 )  l  조회수 : 1207
  • “한중합작, 두려울 것 없다”
     
    최근 중국 박스오피스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배우 정지훈이 주연한 <노수홍안>과 추자연 주연의 <전성수배>, 장우혁이 주연한 <피지 99도의 사랑>, 지진희 주연의 <탁혼연맹>이 나란히 개봉했다. 12월 2일 개봉한 송혜교 주연의 <태평륜>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만든 <내 여자친구는 조기 갱년기>는 12월 12일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꾸준히 흥행에 선전하고 있다. 다가오는 1월 8일에는 한국영화 <수상한 그녀>와 같은 이야기를 담은 <20세여 다시 한 번>이 중국 관객과 만나게 된다. 합작의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한국 배우나 스태프, 원작자가 참여한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최근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경험한 <탁혼연맹>의 김태균 감독을 만나 중국 현지 분위기를 들어보았다.  
     
    지진희와 진의함이 주연한 영화 <탁혼연맹>이 11월 28일에 개봉했다.
    별자리 점성술사인 여자 주인공(진의함 분)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어느 날 한국 부산에 바리스타 공부를 하러 떠난 남동생(진학동 분)이 어린 여자(원더걸스 출신 아이돌 스타 혜림)와 결혼을 하겠다고 전화로 통보를 해온다. 별자리 점을 쳐보니 두 사람의 궁합이 좋지 않다. 게다가 아들처럼 키운 동생이 결혼을 한다니 내심 섭섭하다. 진의함은 남동생을 말리러 부산에 오는데 비행기 안에서 한 남자(지진희 분)를 만나 티격태격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는 예비 신부의 아버지다. 대략 이런 이야기를 담은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최근 중국영화에 한국영화인의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탁혼연맹>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 영화는 중국 동해전영집단(东海电影集团)과 ‘글로리 리치(Glory Rich)’ 영화사의 작품이다. 기획은 글로리 리치에서, 그밖에 투자, 제작, 배급은 모두 동해전영집단에서 진행했다. ‘두 도시 이야기’라는 가제로 해외 로케이션지를 찾고 있던 차에 한국 부산이 물망에 올랐고, 한 프로듀서가 한국 로케이션을 진행할 감독으로 나를 추천했다. 당시 나는 장혁이 주연한 <가시>의 후반작업 중이었는데, 여름에 짧게 촬영할 예정이라고 해서 ‘오케이’를 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부산 로케이션이 거의 95% 이상이었다. 어차피 한국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되니 내가 감독을 맡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 스태프 위주로 팀을 꾸렸다. 물론 중국 스태프도 함께 했다. 요약하자면 완전한 중국 영화인데 배경과 스태프가 한국인 셈이다.
     
    전작 <가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꼈나?
    이걸 찍으면서 초기작인 <박봉곤 가출 사건>이 생각났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사실 내가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번 영화도 여자 주인공이 극을 모두 이끌어가는데,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한류에 관심 있는 중국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듯하다. 이런 경향이 중국 내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 건가?
    최근 중국영화들이 해외 로케이션을 자주 한다. 파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미국 할 것 없이 밖으로 죄다 나가려 한다. 외화 유출이 예전에 비해 자유로워졌고 외환 보유고가 많다 보니 오히려 해외 로케를 장려하고 있다. 또 이런 영화들이 볼거리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한 번 터지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으니까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 중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시대 小时代, Tiny Times>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현재 1편부터 3편까지 개봉했고 4편 개봉을 준비 중이다. 이 영화의 1, 2, 3편은 총 12억 위안(한화 약 212,4억 원, 달러로는 약 1억 9천만 달러)을 벌었다. 내용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비슷하다. 재벌가 꽃미남, 꽃미녀들의 사랑과 우정, 음모를 화려한 세트 안에서 감각적인 화면으로 담아냈다. 중국 감독들은 이게 무슨 영화냐고 하는데 젊은 관객들은 열광한다. 5년 전 중국에서 <실연 33일>이라는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엄청나게 터졌는데, 그때 얻은 교훈이 있다. 더 이상 작품성을 논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팽배해졌고, 그게 중국 영화계를 변화시켰다.
     
    중국의 주 관객층이 변화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원래 젊은층이 관객이었는데 그들이 원하는 걸 주지 못하다가 이제 막 주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선 20대들이 한 달에 8편의 영화를 본다고 한다. 대도시가 팽창하고 거기서 일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극장에서 판타지를 충족한다. 극장은 시설도 화려하고 근처에 쇼핑몰도 있으니까. 이런 분위기가 어디 중국뿐이겠나. 대도시의 소비 형태는 다 비슷하다. 그러니 이런 시류에 따라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은 로맨틱 코미디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물론 대작도 많이 만든다. 단,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대작이 한 번 무너지면 잠시 대작을 안 만든다. 영화 산업의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중국 영화계가 왜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 중국 문화가 거대한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 손을 내미는 분위기도 얼마 안 가면 사라질 거라고 본다. 적어도 2-3년 안에 우리를 따라잡고 내부에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예전에 중국의 젊은 영화학도를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전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알아주는 영화학교인데, 그들의 질문을 받고 느낀 점이 있다. 여전히 문학과 예술을 중시하는 감성을 가지고 있더라는 것이다. 어떤 선을 넘어가는 도약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더라. 이해가 가는 게 중국에선 여전히 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장악하고 있고 광전총국(우리나라의 문화부)이 배급과 개봉 시기까지 결정하는 보수적인 분위기다. 한쪽에선 자유분방한 인터넷 작가가 튀어나오지만 이들이 주류를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 영화계를 끌어가고 돈을 벌어오는 것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다. 기획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머릿속에서 나온다. 80년대생들이 문화 생산과 소비의 주축이 됐다. 우리는 70년대생이 그런 역할을 맡고 있으니까 우리보다 더 젊은 셈이다. 이런 간극 사이에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니까 홍콩, 대만, ‘한국’이 필요한 셈이다. 한국 인력에게 본격적으로 손을 내민 것은 3년 정도 된 것 같다. 3년 전에도 감독 제안을 받았는데 사인까지 했지만 진행이 잘 안됐다. 곽재용 감독도 5년 전에 중국에 갔는데 이제야 영화가 개봉됐다. 그런데 작년부터 불이 붙었다. 촬영, 조명, 미술 등의 파트에서 꽤 많은 한국 영화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요즘 북경에 가면 한국 감독들을 찾아보기 정말 쉬워졌다(웃음). 인력 시장은 열렸고, 이제 문제는 자본 시장이다. 그 동안 중국은 자본 시장을 절대 안 열어줬다. 한국의 투자는 필요 없고 감독 지분도 절대 안 주겠다는 입장이었다. 투자하더라도 중국 수익은 그쪽이 갖고 한국 판권만 가져가라는 식이었는데, 한국 판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지금은 그 부분도 열어줄 용의가 있는 분위기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자본주의화 되고 있다는 뜻인데 홍콩, 대만과의 합작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가지 학습을 하게 된 거다.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인센티브와 지분을 요구하는 걸 보고 ‘아, 투자자가 다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구나’ 깨닫게 된 것 같다.
     
    한중 합작영화 바람이 불고 중국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진출을 꿈꾸는 영화인이 많아진 것 같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기본적으로 투자자, 제작자들의 마인드는 똑같다. 합리주의, 실용주의가 기본이다. 중국도 멀티플렉스 극장 배급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건 거의 모든 나라가 동일하다. 개봉 일주일 만에 성패가 갈린다는 점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극단적인 환경이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배우들이 너무 바쁘다. 우리나라처럼 한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도 만나기 힘들고 촬영 스케줄도 며칠 안 빼준다. 중국 영화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다 보니 배우들이 1년에 서너 편씩 영화를 찍느라 정신이 없다. 두 번째는 더빙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 알다시피 중국은 광동어와 만다린어가 서로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본토와 대만, 홍콩 사람들이 서로 얽혀서 일하고 있다. 양조위 등 유명 배우들도 성우 더빙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탁혼연맹>의 주요 배우들도 모두 더빙을 했다. 지진희 씨의 경우는 외국인이 가진 발음의 한계 때문에, 진의함은 대만 출신이라 북경어와 발음이 미묘하게 달라서 더빙을 했다. 캐나다 출신 배우 종려시는 스케줄이 바빠서 더빙을 했다. 그러니까 감독들이 이런 걸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프로덕션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프로덕션 기간의 개념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산업은 4주, 6주, 8주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반면 우리나라는 80회차를 석 달 안에 찍는다는 식의 회차 개념에 익숙해 있다. 이걸 바꾸는 게 적응력이다. <탁혼연맹>의 경우 6주 프로덕션이었는데, 6주 연속 촬영을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쉬는 일정으로 흘러갔다.  6주 연속이라 하더라도 배우들의 하루 촬영 시간이 최대 열 시간으로 잡혀있으니, 스태프들은 앞뒤 두 시간씩을 더해 최대 열네 시간씩 일하게 된다. 밤새는 일이 거의 없다. 나 같은 경우 <크로싱> 때부터 이런 시스템에 훈련이 되어 있어서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스태프들은 적응하기 많이 힘들어했다. 한국에선 보통 삼 일 찍고 이틀 쉬는 일정에 길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워할 것은 하나도 없다. 한국 영화인들은 성실하고 능력이 많다. 언어 문제도 두려워할 게 없다. 중국은 이미 대만, 홍콩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해본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한국보다 이런 부분에 더 열려 있다. 믿을 수 있는 통역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웃음). 
     
    한국 개봉 계획을 가지고 있나?
    중국 측에선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애초에 중국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영화라서. 간혹 아트무비들은 IPTV나 소규모 극장에서 개봉하기도 하는데 <탁혼연맹>은 또 아트무비가 아니니까. 이런 케이스는 어떻게 한국에서 배급할 수 있을지 나 역시 의문이다.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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