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을 영상화한 영화·드라마가 OTT 플랫폼에서 훨훨 난다. 대중성과 작품성에 대해서는 1차 검증을 마친 콘텐츠를 원작 삼고, 한국의 탄탄한 프로덕션이 글로벌 유통망과 만나 시너지를 톡톡히 내고 있다. 올해 흥행한 OTT 영화·드라마 대부분이 국내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K 웹툰 원작의 OTT 시리즈들이 꾸준한 흥행
대표적인 웹툰 원작 시리즈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디피)를 꼽을 수 있다. 2021년에 첫 번째 시즌을 공개해 한국의 흥행 콘텐츠 선두주자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작가 김보통의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탈영병 체포조라는 신선한 소재와 한국 군대 내 폭력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올해 7월 공개된 <D.P.> 시즌 2는 시즌 1의 흥행세를 몰아 공개 직후 290만 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TOP 10에서 TV 부문(비영어) 5위에 올랐다.
올해 가장 큰 흥행작은 단연 <무빙>이다. 글로벌 OTT 콘텐츠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공개와 동시에 월드 와이드 TV쇼 부문 TOP 21위에 올랐다. 또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일본, 홍콩에서는 1위에 올랐다. 이후 디즈니+의 한국 이용자 수가 100만 명으로 증가하기도 하면서 <무빙>이 한국 구독자를 늘리는 데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외에도 작가 매미, 희새의 동명 웹툰 원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TOP10에서 전세계 2위를 기록했고, 작가 민송아의 동명 웹툰 원작 <이두나!>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9개국 넷플릭스 TV쇼 1위(플릭스패트롤 제공)를 기록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디즈니+ 오리지널 <비질란테>,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또한 각각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다.
콘텐츠 베테랑 모인 한국 프로덕션, 글로벌 유통망 만나 시너지
<D.P.>는 작가 김보통이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원작 웹툰은 2015년에 레진코믹스와 일간지 한겨레에서 연재돼다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고, 2021년에는 네이버 웹툰과 네이버 시리즈로 옮겨가 완결판으로 독자를 만났다. 현재 김보통 작가는 네이버 웹툰에서 <D.P.> 후속편인 <SPT-박쥐의 시간>을 연재하며 그 세계관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중이다. <D.P.> 시리즈를 영상화 한 곳은 클라이맥스스튜디오다. 15개 레이블을 보유한 대형 스튜디오 SLL(스튜디오 룰루랄라) 소속 제작사이며, 변승민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대표는 NEW 공채 1기 배급팀과 투자팀, 워너브러더스 한국영화팀장을 거친 이력이 있다. 클라이맥스스튜디오는 올해 384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 한국영화 흥행 3위를 기록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넷플릭스 글로벌 1위(플릭스패트롤 제공)에 오른 영화 <발레리나>도 제작했다.
<무빙>은 작가 강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무빙>으로 처음으로 영화 각본까지 맡은 강풀 작가는 이미 17년 전부터 웹툰의 영화화에 익숙한 베테랑이다. 영화 <아파트>(2006) <순정만화>(2008)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이웃사람>(2012) 등은 모두 강풀 원작의 영화인데, 이 작품들은 모두 휴머니즘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누구나 즐기기 쉬운 익숙한 장르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그는 <무빙> 외에도 웹툰 <타이밍> <브릿지>를 통해, 초능력자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하나의 세계관을 계속 만들어냈다. <무빙>을 제작한 곳은 제작사 스튜디오앤유다. 이곳은 영화의 투자/배급 사업을 해오다 <부산행>(2017)을 세계적으로 흥행시킨 콘텐츠미디어 그룹 NEW의 계열사다.
국내 대표 영화·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N과 합작해 <이두나!>를 선보였고, 단독으로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를 제작했다. 또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CJ ENM에서 10여년간 투자·전략기획·영업전략을 맡았던 박철수 대표가 이끄는 필름몬스터(SLL 레이블)가 제작했다.
이처럼 한국 웹툰 원작 영화·드라마는 뛰어난 작가와 제작진의 결실이다. 국내 영화 산업의 노하우를 가진 제작사가 검증된 웹툰을 영상화해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유통망을 타고 국내외를 막론하는 흥행작이 탄생했다. 앞으로도 제작사 용필름과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준비 중인 <부활남>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등 K 웹툰 원작 콘텐츠는 계속해서 시청자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글 채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