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한국 극장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과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담은 상영작으로 꽉 찼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통해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11월 개봉영화와 12월 개봉 예정작 중 실존 인물이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만 6편. 휴먼 다큐멘터리부터 역사적 사건을 다룬 스펙터클한 장르영화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위로와 귀감이 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올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된 <약속>이 11월 1일 개봉했다. 데뷔작 <벌이 날다>(1998)로 토리노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뒤, 생명과 약속에 관한 영화를 각각 3부작 영화를 만들고 있는 민병훈 감독이 본인의 가정사를 다룬 사적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아들 시우가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아름다운 시를 영화에 담았다. 아빠인 감독은 슬퍼하는 아들을 다정하게 보듬고, 두 부자가 사는 제주도의 풍광을 담아 위로를 전한다. 시우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tvN)에 출연해 ‘시 쓰는 제주 소년’으로 알려진 어린 시인이다.
11월 15일 개봉한 <어른 김장하>와 <느티나무 아래>는 자신의 신념을 올곧게 지켜내는 사람들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어른 김장하>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모두 환원하고 인터뷰 한 번 하지 않은 한약사 김장하를 조명한다. 귀감이 될 만한 어른을 보여주지만 본인을 우상화하지 말아 달라는 주인공의 당부에 따라 본인 인터뷰나 생애를 요약해 소개하는 장면 없이 제작됐다. <느티나무 아래>는 친환경 벼농사의 사계절 관찰한 영화 <벼꽃>(2017)을 연출한 오정훈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고유 품종의 씨앗을 지켜내는 다양한 농부들의 일터를 담아냈다.
12월 20일에는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 실황 다큐멘터리 <크레센도>가 개봉한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현장과 그곳 모인 전 세계 음악계의 유망주들의 인터뷰, 이곳에서 18세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의 이야기가 담겼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 버전에서 15분 더 추가한 감독판으로 개봉한다.
한국의 역사 다룬 대작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
한국 대표 배우들이 출연한 장르영화들은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 배우 황정민, 정우성이 주연한 <서울의 봄>은 11월 개봉작 중 가장 빠르게 관객을 모은 흥행작이다. 1979년 12월 12일, 반란을 일으킨 군부 사조직인 하나회 수장 전두광(황정민) 일당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을 비롯한 진압군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이는 9시간의 전투를 긴박감 넘치게 담았다.
12월 20일 개봉 예정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을 잇는 이순신 장군 프로젝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김윤석)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글 채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