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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운드 ② 블루캡 사운드웍스 김석원 대표 인터뷰

2024.06.27
  • 출처 KoBiz
  • 조회수1196

"한국 영화 음향의 다음 단계는 세계화"

 

블루캡 사운드웍스의 김석원 대표 

 

파주 명필름랩 맞은편에 위치한 ‘블루캡 사운드웍스’(이하 블루캡)의 현관문을 열면 영화 포스터로 빼곡한 벽면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상징했던 <접속>(1997), <공동구역 JSA>(2000)부터 <한산: 용의 출현>(2022), <헤어질 결심>(2022)까지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들은 모두 블루캡의 손과 귀를 거쳐 간 영화다. 블루캡의 수장인 김석원 대표는 매 작품의 음향 작업이 끝날 때마다 영화의 포스터를 소장하고 있다.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그 작품에 열정을 쏟았던 시간이 떠오른다. 치열하게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던 순간과 뒤돌아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까지 포스터 안에 담겨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블루캡 김석원 대표의 고백에서 여전히 영화 음향을 향한 열렬한 애정이 전해진다.

 

분업화와 적극적인 시스템 도입이 강점

 

“블루캡은 정교한 프로덕션을 위해 파트 별로 명확한 분업화를 추구하고 있다. 작업 과정만큼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 비견할 수 있다.” 블루캡이 자랑할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석원 대표는 기술적인 요인보다 작업 공정의 탄탄함을 강조했다. 폴리, 다일로그, 앰비언스, 믹싱 등 각 파트별로 팀을 조직하여 업무를 분업하는 체계를 설립 초기부터 이식했다. “블루캡은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아무리 작더라도 한 파트를 직접 담당한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팀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를 원한다.”


블루캡 내에서 김석원 대표의 직책은 사운드 슈퍼바이저다. 작품 전반의 음향을 총괄하면서 팀을 진두지휘하는 데 있어 김석원 대표는 “모든 소리에 관여하기 보다는 적절한 조언을 주는 편”이다. 언어로 표현하기란 어려운 음향 작업의 특성 때문이다. 대신 블루캡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관객의 입장”을 항상 강조한다. “컴퓨터에 앞에 앉으면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는 감각을 잊기 쉽다. 작업하던 컴퓨터에서 한 발 물러서서 거리를 유지하면서 영화를 바라봐야 한다.”


블루캡 사운드웍스의 메인 믹싱 스튜디오


블루캡은 오늘날 전세계 영화 음향 스튜디오의 표준으로 통용되는 Pro Tools 시스템을 일찌감치 적용한 스튜디오다. 할리우드의 음향 스튜디오를 두루 탐방하면서 Pro Tools 시스템의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한국은 할리우드만큼 영화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았다. 고가의 장비나 풍부한 인적 자원이 필요한 할리우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프로덕션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Pro Tools는 컴퓨터와 마우스 그리고 키보드만 갖추고 있어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시스템 적용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처음에는 4채널밖에 지원하지 않았던 시스템이었다. 8채널 지원이 된 이후에도 부족함을 느껴 아날로그 릴 테이프와 베타캠을 활용해 작업을 했다.” 한국 영화 음향 산업에 블루캡의 Pro Tools의 도입은 영화 음향 작업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Pro Tools 시스템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블루캡은 포스트 프로덕션 환경에 일찌감치 적응할 수 있었다.


함께한 작품의 감독, 배우들과 찍은 폴라로이드 기념 사진.

블루캡 2층에 자리하고 있다.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영화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김석원 대표는 오랜 시간 고민하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을 꼽았다.


”<아가씨>는 그동안 블루캡이 고수하던 방식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던 작품이다.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의 연장선에서 박찬욱 감독의 작품 세계를 총 망라하는 작품이다.”


블루캡은 초기작인 <3인조>(1997)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다. 김석원 대표는 오디오 매니아로 잘 알려진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이 오히려 편했다고 고백한다. “박찬욱 감독이 오디오에 대해 민감한만큼 오히려 더 쉬울 때가 있다. 처음 작업에 들어갈 때부터 계획이 있기 때문에 사운드 디자인이 훨씬 명료해진다.”


블루캡은 신진 감독들의 작품에도 꾸준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석원 대표는 “경력이 오랜 감독들이 요구하는 소리는 간결하지만 영화와 공명”하는 반면 “신인 감독들은 머릿속에 그려 놓은 계획들을 표현하는데 서툴다”며, 신인들에게 “영화와 어울리는 세밀한 소리” 찾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돌비 홈 애트모스의 가능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2021년 공개되었던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그간 극장 영화에서만 주로 사용되던 돌비 애트모스를 OTT 콘텐츠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인 작품이다. “모니터 환경에 맞춘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애트모스의 장점을 5.1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가정에서도 최적의 사운드로 즐길 수 있게 제작했다.


<지옥>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천사 고지와 지옥 사자의 음성은 어떻게 빚어냈을까. “이미 연상호 감독이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확고한 그림을 갖추었다. 감독님이 천사 고지와 지옥 사자의 가이드 음성을 직접 녹음하여 제시했다.” 음향 파트에서도 철두철미한 연상호 감독의 디렉팅을 바탕으로 블루캡의 팀원들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음성을 실제 소스들을 이용하여 만드는 과정”에 집중했다. “음정을 바꾸거나 속도를 조정하는 등 사운드 몰핑의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지옥>의 분위기를 압도했던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음성을 직조해냈다.


김석원 대표는 올 하반기에 공개 예정인 <지옥 2>의 제작 비하인드를 슬며시 공유했다. “기존의 강렬했던 천사 고지나 지옥 사자의 음성은 연상호 감독의 의견을 반영해 시즌 1의 데이터를 적용해서 연출했다. 하지만 시즌 2는 서사의 부피가 커지면서 음향 요소가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이전보다 작업의 단위가 커졌다.”

 

입체 음향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블루캡 사운드웍스 외관 

 

“돌비 사에서 애트모스 시스템의 출시를 준비 중일 때, 블루캡의 IOSONO 시스템을 구경하려 오기도 했다“라는 일화를 밝히며 김석원 대표는 돌비 애트모스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블루캡이 독일 Barco의 IOSONO 시스템 라이센스를 구매하여 입체 음향 분야에 도전했던 점을 자부했다. “우연히 미국에 갔다가 시연장에서 입체 음향 시스템을 보면서, 한국영화와 극장 설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일찌감치 입체 음향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에 애트모스의 등장 이후에도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입체 음향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블루캡은 영화와 OTT 외에도 다양한 공간 음향 사업으로 분야를 확장해 왔다. 이는 블루캡 설립 초기부터 함께한 홍윤성 실장의 공이 크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홍윤성 실장이 여러 방면에서 활로를 모색해주었다.” 중국의 완다 그룹, 롯데월드, 여수 엑스포 등 입체 음향이 필요한 특수 공간 사업에 다수 참여한 블루캡은 AR, VR 등의 가상 공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상을 실재처럼 표현하기 위해선 입체 사운드 시스템 만한 것이 없다”라며 지금이야 말로 입체 음향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라고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블루캡이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공간은 극장이다. 지난해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관의 설계 자문을 맡았던 김석원 대표는 한국의 멀티플렉스 공간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격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사실 우리나라 극장 상황은 엄청 좋아졌다.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사운드 시스템이나 스피커의 질은 상당히 올라갔다. 하지만 제대로 조정이 완료된 관은 관객들이 맞이하는 감동의 질 자체가 다르다. 영화 음향을 만드는 작업자의 입장에서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소리가 의도한 대로 나왔으면 한다.”


김석원 대표는 한국의 영화 음향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며 “다음 단계는 세계화”라고 말한다. “근래 한국영화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서 한국의 사운드 스튜디오들이 외국으로 시선을 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 한국영화의 수출 사례도 잦은만큼 후반작업도 OTT로 인해 외국과 협업이 잦아지는 추세”라며, 이를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공동 작업을 위한 가교 역할을 잘 수행했으면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블루캡 사운드웍스의 대표작

2023 <콘크리트 유토피아>, <황야>(넷플릭스 오리지널)

2022 <헤어질 결심>, <비공식 작전>,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2021 <지옥>(넷플릭스 오리지널), <킬링 로맨스>

2020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2017 <1987>, <아이캔 스피크>

2016 <아가씨>, <더 킹>, <가려진 시간>

 

글 최현수  사진 최성열

 

관련 기사 :https://www.kobiz.or.kr/new/kor/03_worldfilm/news/news.jsp?mode=VIEW&blbdComCd=601001&seq=4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