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IC 통신원리포트- 2023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 분석
2023년은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최대 영화관 체인인 시네플러스 21(이하 Cinema XXI)에서 한국영화가 처음 상영되면서 현지에서의 관객 수와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단순한 상영관 확대를 넘어, 2억7000만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 시장에서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건으로 평가된다. 2024년 6월 발행된 KOFIC 통신원리포트에서 2023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한국영화 성장 부분을 중점적으로 짚어본다.
Cinema XXI, 한국영화 상영의 신기원을 열다
팬데믹 이후 2022년에는 빠른 회복을 보였지만, 2023년은 상영관이 한산하고 관객 수가 저조한 어려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잡으며, 인도네시아 영화 시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Cinema XXI이 한국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Cinema XXI은 인도네시아 전국 상영관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대형 체인으로, 그곳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2023년 6월 21일, Cinema XXI은 설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영화인 <귀공자>를 상영했다. 기존 블록버스터 헐리우드 영화들의 흥행 부진과 함께, 볼만한 영화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감행한 시도다. Cinema XXI에서의 한국영화 상영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즉각적인 효과를 보였다. <귀공자>와 <더문>은 각각 23만 명, 3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도 도달하지 못한 현지 20만 관객을 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전국 상영관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Cinema XXI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Cinema XXI의 한국영화 수용은 2024년 초반 <파묘>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파묘>는 인도네시아 전국 360개 이상의 극장에서 상영되며 2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Cinema XXI 스크린 확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성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파묘>의 성공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2023년 Cinema XXI의 한국영화 수용이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더 많은 한국영화가 Cinema XXI를 통해 인도네시아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3년 인도네시아 극장 개봉 한국영화
*노란색 표시는, 콘서트 영화와 뮤지컬 공연. 녹색 표시는 Cinema XXI 상영작
2023년 한국영화는 총 40편이 개봉됐으며, 이 중 28편이 극영화, 12편이 콘서트 영화, 2편이 뮤지컬 공연 실황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콘서트·공연 영화가 전체 상영작의 3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이다. BTS, 마마무, NCT 등 K-pop 아티스트들의 콘서트 영화는 일반 영화 대비 3배에서 5배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관객을 확보했다. 이는 콘서트 영화가 인도네시아에서 일정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한국 극영화의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 3>도 인도네시아에서는 2만1000명, 500만 관객작 <밀수>는 7000명에 그쳤다. <영웅>, <스위치>, <교섭> 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극명한 대비는 현지 관객들의 취향과 문화적 특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배급 채널의 다양화
한국영화 배급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배급 채널의 다양화다. 기존에는 CGV의 자회사인 CBI Pictures가 대부분의 한국영화를 배급했으나,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Purple Plan과 같은 독립 배급사들의 활동이 눈에 띈다. Purple Plan은 인도네시아 시네폴리스의 배급사인 Feat Pictures와 협력해 연간 6-7편의 한국영화를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배급 채널의 다변화는 한국영화의 현지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영화제의 양국 간 문화적 소통 역할도 크다. 2023년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KIFF)는 자카르타 그랜드인도네시아 CGV, 반둥 CGV 23 빠스칼, 족자 CGV 제이워크, 수라바야 CGV 마블시티 등지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12편의 한국 영화와 4편의 인도네시아 영화가 상영되었으며, 83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상영된 한국 영화에는 <거미집>, <외계+인 1부>, <브로커>, <공조2: 인터내셔널>, <영웅>, <밀수>, <유령>, <스위치>, <귀공자>, <옥수역 귀신>, <더문>, <범죄도시3>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포함됐다. 영화제는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일반 티켓 가격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수준인 1만5000루피아(약 1300원)에 티켓을 제공하여 현지 관객들의 높은 접근성을 확보하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켰다.
OTT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OTT 플랫폼을 통한 접근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OTT는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그리고 극장판 영화까지 폭넓게 포함되었으며, 현지에서는 이를 통해 다양한 한국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다. 쿠팡플레이, ENA, TVING 등 한국의 OTT 플랫폼들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꾸준히 인도네시아 관객들에게 소개되고 있으며, 영화와 드라마의 시놉시스, 출연진, 회차 정보 등이 매달 소개되고 있다.
2023년에는 총 15편의 한국영화가 OTT를 통해 인도네시아 관객과 만났다. Netflix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정이>를 시작으로 <길복순>, <발레리나>, <독전 2> 등이 공개됐으며, Prime Video에서는 <옥수역 귀신>이, Viu에서는 <동감>, <멍뭉이>, <더문> 등이 스트리밍됐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영화 제작을 통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서도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봉준호 감독의 단편영화를 다룬 <옐로우 도어: 90년대 로파이 필름 클럽> 등이 OTT를 통해 공개되며 장르적 다양성을 넓혔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다수 한국영화의 흥행이 저조한 것은 현지 관객의 취향과 문화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장르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흥행 성적은 보다 세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Cinema XXI의 한국영화 수용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한국영화가 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양국 간 문화교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 수립과 함께, Cinema XXI를 비롯한 현지 배급망과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OTT 플랫폼을 통한 배급 전략의 다변화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통신원 리포트'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olicyDetail.do?boardNumber=39&policyNo=6832
글 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