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인사만 총 232회 <서울의 봄>…대면 홍보 활발한 한국영화계
엔데믹 이후 극장가에는 ‘무대인사 상영’이 크게 늘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냉랭해진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모시기 위한 프로모션이자, 극장으로 와준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란 견해다.
과거 출연 배우들의 무대인사는 의례적인 영화 홍보 활동이었다. 기간도 길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개봉 1주차에 서울과 경기 지역을, 2주차에 부산과 대구 지역의 극장을 찾았다. 이마저 관객 반응이 크지 않은 영화의 경우에는 1주차에 활동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최근 무대인사는 팬 미팅에 가깝다. 배우들이 개인기를 뽐내는가 하면,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가 선물을 직접 나눠주며 악수, 포옹, 셀카 등 특급 팬 서비스를 펼친다. 애정 하는 배우를 향한 관객들이 손수 만든 슬로건이나 플랜카드 등장도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서울의 봄> 최다-최장 무대인사, '개근상' 정우성
개봉 65일 만에 13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배급 플러스엠)은 무대인사도 기록을 세웠다. 지난 1월 15일 김성수 감독과 11명의 출연 배우들은 관객들 앞에서 흥행 감사 인사를 올렸다. 횟수로는 232회, 시기로는 개봉 9주차에 진행된 무대인사다. 그동안 무대인사에 대한 공식 집계는 없었지만, 역대 최다, 최장기 무대인사 기록임에 틀림없다. 특히 배우 정우성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232회 무대인사에 모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개봉 3주차까지 서울의 극장 10곳을 방문해 주말 무대인사를 이어갔다. 1월 10일 개봉한 <외계+인 2부>(배급 CJ ENM)는 개봉 당일부터 시작해 첫 주에 서울 지역 6곳, 둘째 주에 경기와 인천의 극장 5곳을 방문했다.
흥행 분위기 조성, 영화사-극장 함께 하는 홍보 활동
무대인사 상영 회차 증가가 관객들을 유입하는 결과로도 이어졌을까. <외계+인 2부>의 예매 현황을 살펴보면 무대인사의 관객 유입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주말인 1월 20일과 21일에 진행한 개봉 2주차 무대인사 상영 회차는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 반면 같은 시점에 무대인사가 없는 일반 상영 회차는 전체 좌석의 7.5% 정도만 예약돼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무대인사는 관객 유치를 위한 효율적인 홍보 활동은 아니라는 결론이 지배적이다. 무대인사가 포함된 상영 회차는 일찍부터 매진 행렬을 이루기는 하지만,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아 예매한 경우까지 생각하면 관객 유입을 단순히 산술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탓이다. 다만, 영화사와 극장 양측 모두 영화 개봉을 알리는 홍보 채널 확장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홍보사의 설명이다.
<서울의 봄> 홍보사는 “관객 유치보다는 영화가 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리로 무대인사를 진행한다”며 “관객과 배우 모두가 눈앞에서 마주한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라고 밝혔다. 2주차 무대인사를 앞두고 있던 <외계+인 2부> 홍보사도 “극장을 찾아준 관객에 감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홍보사는 “과거에는 동시기 개봉작이 경쟁작이었다면, 이제는 OTT 콘텐츠가 경쟁작이 된 것 같다”며 팬데믹 이후 박스 자제가 쪼그라진 극장가에서 의미를 찾았다.
근래 눈에 띄게 늘어난 무대인사 상영은 거리두기와 대면 행사 금지 등이 시행됐던 팬데믹이 지나가고, 영화인들이 발로 뛰며 극장 관객을 반기는 ‘완전한 일상회복’의 한 장면으로 읽힌다.
글 채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