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주요 OTT 서비스가 일제히 요금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인기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각 서비스를 단기간 구독하는 이른바 ‘메뚜기족’ 소비 패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각 OTT 서비스는 요금 증가를 통한 즉각적 수익성 개선과 꾸준한 모객을 통한 안정성 사이의 셈법에 바빠지는 눈치다.
글로벌 OTT발 요금 인상, 눈치보며 따라가는 티빙
티빙은 지난 12월 1일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요금 인상을 적용했다. 웹 결제 기준 베이직 요금제의 가격이 월 7,900원에서 9,500원, 스탠다드 10,900원에서 13,500원, 프리미엄은 13,000원에서 17,000원으로 증가했다. 티빙은 더불어 1분기 내 월 5,500원의 광고형 요금제 도입을 통해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겠다 밝혔다.
토종 OTT의 대표주자 티빙의 가격 인상은 글로벌 OTT 서비스들의 요금 인상 추세와 맞물린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11월 요금제를 이원화하며 기존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멤버십에는 4,000원 인상된 13,900원을 책정했다.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넷플릭스 또한 계정 공유 금지, 베이직 요금제 신규가입 제한 등 직간접적인 요금제 개편을 통해 실질적 가격 인상을 꾀하고 있다.
‘스트림플레이션’에 ‘메뚜기족’ 등 이용자 이탈율 커질까 우려
‘스트림플레이션’이라 불리는 OTT 이용료의 전반적 증가 추세는 서비스 이용자수 유지에 어려움을 안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유료 OTT의 적정 구독료는 7,006원이었다. 이번 인상으로 대다수 서비스의 이용료는 그 두 배인 14,000원선에 형성된다.
또한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분석한 ‘OTT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 OTT 서비스 이탈자의 56.6%는 비싼 구독료가 해지의 원인이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2022년 1분기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넷플릭스는 사상 최초로 전세계 총 가입자수의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이에 특정 시기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특정 OTT에 가입하고, 시청 직후 요금제를 해지하는 이른바 ‘메뚜기족’ 소비 패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2023년 엔데믹 선언 이후 OTT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안 그래도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사용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진다.
‘메뚜기족’ 현상을 경험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성공으로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린 디즈니플러스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무빙>의 열기가 식은 11월과 12월 디즈니플러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월 대비 각기 약 15%, 7% 감소했다. 요금 인상의 여파로 신규 유입이 얼어붙은 가운데, 요금 변동이 유예된 기존 가입자 사이에서도 이탈이 감지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속적인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 1분기 라인업에 주목
이용자 이탈 방어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지속적인 유입과 꾸준한 인기상품 발매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신규가입자 요금 인상을 도입한 12월에도 오히려 약 27만명의 MAU 증가를 이끌어낸 티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월 파트 1이 공개된 서인국, 박소담 주연의 <이재, 곧 죽습니다>는 OTT 정보 사이트 키노라이츠 기준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더불어 <환승연애3> 등 검증된 IP를 활용한 후속작 발매 등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양시권 티빙 콘텐츠 총괄 국장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콘텐츠의 휘발성이 빨라진 현상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작품의 목적성을 명확히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완성도, 색다른 이야기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용자수 회복을 노리는 디즈니플러스도 1분기 신작 라인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현재 공개 중인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을 필두로,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 작품인 <삼식이 삼촌>, <무빙> 원작자 강풀 작가의 두 번째 시리즈 <조명가게> 등 다양한 작품을 준비 중이다. 신아름 디즈니플러스 로컬컨텐츠 프로듀서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야기의 본질과 그걸 가장 잘 전달하는 방식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트렌드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제작사들과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부지런히 이어갈 예정이다”라 말했다.
글 박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