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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초청, <파묘>

2024.02.16
  • 출처 씨네21
  • 조회수605

  

<파묘> 국내 포스터 (사진=쇼박스 제공)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파묘>에 대해 "작가주의 영화와 장르 영화를 아우르는 올해 포럼 섹션 선정작 가운데 장르 영화로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감독과 배우들에 대해서도 장재현 감독은 의심할 여지없이 놀라운 연출가이며 배우들 역시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덧붙였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를 연달아 내놓으며 한국형 오컬트의 신기원을 적립했던 장재현 감독 5년 만의 신작이다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제에서는 16일 오후 9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고이어 17일 오후 6 30, 24일 오후 3, 25일 오후 7(현지시각) 3회에 걸쳐 추가 상영될 예정이다국내는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연초에 영화주간지 <씨네21>과 나눈 장재현 감독의 대화를 옮긴다.

 

장재현 감독 "장면에 대한 집착을 배제했다"



 

- <파묘>의 기획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어렸을 때 살던 시골 동네에서 100년 넘은 무덤을 이장하는 걸 본 적 있다묘를 팔 때 나오는 흙의 색깔과 냄새작업하기 전에 제사를 지내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이장하는 이유도 몰랐지만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무서우면서 궁금하고 심장이 콩닥거렸다그 이후부터 관에 대한 페티시가 생겼다. (웃음장의사를 하던 친구 집에 가서 관에 누워 있던 적도 있다그런 경험과 취향에서 <파묘>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자료 수집을 한 뒤에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료 조사는 어떻게 진행했나.

= 1년 동안 장의사풍수사무속인들과 함께 일하여 이장 작업을 하고 다녔다장의사는 내 인력을 공짜로 쓸 수 있으니 좋고 나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장례지도사 자격증도 거의 땄다실습만 몇 시간 더 채우면 수료하는데 영화 찍느라고 아직 못했다.

 

직접 묘를 파본 소감은.

어느 날은 새벽에 갑자기 진안까지 가서 무덤을 판 적이 있다옆에 공장을 짓는데 수로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묫자리로 물이 들어오는 탓이었다급하게 관을 꺼내고 열어서 깨끗하게 태우는 일련의 과정에서 무언가를 완전히 없앤다는숨겨져 있던 과거를 들춘다는 것에서 정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발에 오래된 티눈이 있는데 ‘파내야지파내야지’ 생각만 하다가 정말 곪아 터져서 파내는 듯 무언가를 치유한다는 느낌이었고 이런 감각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




주인공 상덕은 풍수사다풍수사에 대한 조사는 어땠나.

풍수지리를 보통 미신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지질학민속지학미생물학을 기반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작업이다집을 짓는 걸 양택사람이 묻히는 걸 은택이라고 해서 풍수사마다 전문 분야도 다르고 커다란 학회도 조직돼 있다학회 내에서도 토지도심 개발 등 학파가 다양하다.

 

상덕 역시 <검은 사제들>의 김 신부(김윤석), <사바하>의 박 목사(이정재같은 전문가 캐릭터로 등장한다.

내가 좀 게을러서 그런가 보다. (웃음주인공이 전문가면 여타 설명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파묘>를 호러영화로 찍진 않았지만호러의 색채를 갖곤 있다보통 호러영화에선 귀신들에게 당하는 피해자가 자주 등장해야 하는데 난 예전부터 그런 방식이 재미없더라영환 도사가 나오는 <강시선생> 시리즈나 <반 헬싱> 같은 작품을 더 좋아했다귀신 입장에선 가해자들인 캐릭터들이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유해진 배우가 연기한 영근이 상덕 옆에서 코미디의 밸런스를 잡아주는지 궁금하다.

최근 영화를 보면 그런 식의 티키타카에 일종의 강박이 있는 것 같은데, <파묘>엔 특별한 서사적 목적 없이 재미로만 소비하는 대사를 넣고 싶지 않았다서로의 직업적 특징을 배우고 서로의 성향을 살리는 대사 외에 최대한 절제했다.


 

<파묘>의 '대살굿' 장면 (사진=쇼박스 제공) 

 

무당인 화림봉길은 상덕영근과 어떤 관계인가.

종종 대립하면서 협업하는 모양새에 가깝다각자의 분야에서 사건을 진행하며 거의 반반 정도의 분량을 교차하게 된다. <검은 사제들>이 캐릭터 위주로 가느라 서사가 다소 빈약했고 <사바하>는 서사가 너무 무거워서 캐릭터들이 손해 보는 느낌이 있었다이번엔 그 중간의 균형을 딱 잡아서 전작들의 장점만 가져 오려 했다각본을 쓸 때 팬데믹이 터졌다극장영화의 미래에 여러 이야기가 나올 때 나도 자주 극장에 가면서 고민했다관객들이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이고 직관적인순수하게 재밌고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자라는 결론을 냈다.

 

- <사바하>를 찍을 땐 소포모어 징크스를 꽤 우려했다고세 번째 장편을 만드는 마음가짐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웬만하면 CG를 지양하면서 배경과 물체를 실제로 찍으려고 했다최대한 세트를 짓지 않고 힘들게 찍었고혼령 사진 같은 것도 실제 배우가 6시간 동안 분장한 뒤에 일부러 흐릿하게 찍곤 했다오컬트 장르는 현실 판타지에 가깝다촬영이 힘들더라도 관객들이 실제 같은 느낌을 받고 배우들 역시 실물 배경이나 소품을 보면서 연기에 임하도록 했다.


전작들과 다르게 접근한 연출 의도가 있다면.

전작들을 찍을 때 내 한계를 느꼈다장면 하나하나를 멋지게 만들고 연기를 멋지게 담는 것에만 집중하니 영화가 단조로워졌다관객들은 극장에서 장면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영화의 어떤 기운을 느낀다그래서 <파묘>에선 장면에 대한 집착을 아예 배제했다편집으로 여러 장면이 이어지고 교차할 때 느껴지는, <황해> <아수라>에서 느꼈던 어떤 기운 혹은 에너지기세를 담고 싶었다한컷 한컷이 다소 투박할 순 있다카메라 초점이 잘 안 맞아도 이상한 느낌이 찾아오면 그 컷을 썼다.

 

<파묘>의 이 장면!

“극장이란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극도의 긴장감낯선 것이 등장했을 때의 실감을 최대화하려 했다지금 직접 얘기할 순 없지만영화 후반부에 정말 예상치도 못한 ‘낯선 것들’이 등장한다관객들이 그것들에게 굉장히 불편한 긴장감과 생경함을 느끼길 바란다.

 

글 이우빈 사진 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