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프로듀서 허브 성황리에 개최

프로듀서 허브 오프닝 이벤트
지난 10월5일부터 8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4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하 ACFM)에서는 생소한 프로그램이 참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바로 ‘프로듀서 허브’다. 10월5일부터 7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 4F홀에서 열린 프로듀서 허브는 전 세계 영화 프로듀서들의 네트워킹 확장 기회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국제공동제작 및 파이낸싱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행사다. 사전 제작이 완료된 콘텐츠 상품의 장터 역할을 넘어 양질의 신규 콘텐츠 생산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ACFM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더불어 오랜 기간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제작 과정 전반에 관한 전문성을 보유한 김영덕 ACFM 위원장이 첫 임기를 시작하며 제작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제77회 칸영화제 프로듀서 네트워크의 공식 협력사로 참여하는 등 한국영화자원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인 ‘KO-PICK 쇼케이스’를 적극 추진하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교류지원팀 신도원 주임은 “한국영화 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완성작의 수출을 중심으로 설계가 되었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영상제작환경 자체가 변화한 부분이 많다”며 “국제공동제작의 필요성을 절감해 KO-PICK 쇼케이스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프로듀서 허브 이외에도 ACFM 곳곳의 부대 행사를 주최하며 국제공동제작 시장의 적극적인 활로 개척을 모색했다. 일례로 10월5일 이벤트룸A에서 개최된 ‘KO-PICK 쇼케이스 -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 사우디아라비아’ 세션에서는 사우디영상위원회와 홍해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초청해 <블랙팬서>와 <노라>의 성공, 홍해국제영화제의 성장 등으로 신규 진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상산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스피드 미팅 현장
올해 프로듀서 허브에는 영화진흥위원회, 대만콘텐츠진흥원, 일본영상산업기구, 필리핀영화발전위원회, 문화창의산업개발창, 이탈리아영화진흥위원회, 부산영상위원회 영상산업센터,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협회가 기관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들이 선정한 각국의 대표 프로듀서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제작자 등을 합해 총 19개국 123명의 프로듀서가 부산을 찾았다. 프로듀서 허브는 매년 ‘올해의 국가’를 선정해 해당 국가의 영상산업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한국이 선정된 올해는 국내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들이 호스트 역할을 맡아 해외의 프로듀서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일정 첫날인 5일에는 오프닝 이벤트에 이어 참여 프로듀서간 첫인사를 나눌 수 있는 가벼운 네트워킹 이벤트인 스피드 미팅이 진행되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과 영화진흥위원회가 각각 주최한 두 차례의 스피드 미팅은 한국 프로듀서가 한 명씩 배치된 테이블을 해외 프로듀서들이 10분마다 돌아가며 방문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탁자 위에서 쉴 새 없이 오고가는 수많은 명함이 이날의 열기를 증명했다. 짧은 시간 안에 좋은 파트너를 물색하려는 참가 프로듀서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니즈가 일치하는 상대를 만난 아쉬움에 쉽사리 테이블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프로듀서도 보였다.
6일과 7일에는 개별 단위의 자유로운 네트워킹에 더해 국제공동제작 사례 연구와 시장 분석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가 열렸다. 먼저 6일 오후 2시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주최로 한국의 국제공동제작 현황을 점검하는 ‘한국과의 국제공동제작 – 현황과 전망’ 포럼이 열렸다. 메이저 스튜디오는 물론 개인 프로듀서 단위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 공동 제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소개되었다. 한국 콘텐츠의 전 세계적 수요를 재확인함과 더불어 민관 양측이 국제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해 더욱 활발히 노력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 허브 오프닝 이벤트
6일 오후 4시에는 PGK가 주최한 국제공동제작 사례발표와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자협회(APROFI), 홍콩 영화제작자협회(HKMPEA)와의 업무협약(MOU) 체결식이 개최되었다. 특히 이날 PGK가 공개한 ‘국제공동제작 핫라인’을 가장 큰 성과로 꼽을 만했다. 그간 컨택 포인트의 부재와 네트워킹 기회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제공동제작 피칭을 활성화하기 위해 PGK가 직접 중개자로 나선 것이다. 해외 프로듀서 측에서 프로젝트 요약안을 준비해 국제공동제작 핫라인으로 제안하기만 하면 PGK가 1주일 안에(one-week response) 250명의 회원에게 배포하여 관심있는 PGK 회원이 직접 응하는 방식이다. PGK 한진 국제위원회 디렉터는 “단일 컨택 포인트에서 모든 대화를 출발할 수 있다는 점에 해외 프로듀서들이 정말 좋아했다”는 현장의 반응을 전하며 “앞으로 핫라인을 운영하며 축적할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장비나 로케이션 지원 등 제작 사항 전반을 공유할 수 있는 포털의 역할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더해 7일에 한국영상위원회가 주최한 국내외 영상물 촬영 로케이션 지원 프로그램 소개 행사 또한 한국에서의 촬영을 물색하던 해외 프로듀서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6일과 7일에는 각각 유럽과 아시아의 영상 제작 허브인 스페인과 홍콩의 공동제작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세션이 열리기도 했다. 프로듀서 허브 일정 중 주로 발제 역을 맡아온 한국의 프로듀서들에게는 해외 사례의 케이스 스터디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3일간 개최된 첫 프로듀서 허브에 대해 신 주임은 “해외 프로듀서들 또한 한국 제작자들만큼이나 국제공동제작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마땅한 플랫폼이 없는 상황이었다”며 “프로듀서 허브를 통해 교류할 기회가 마련되어 프로듀서들이 무척 만족했다”고 밝혔다. 한 디렉터도 “내년 프로듀서 허브의 주빈국을 노리는 국가들이 많은 것으로 들었다”고 귀띔하며 “앞으로도 프로듀서 간의 오프라인 네트워킹 기회가 부산에서 매년 안정적으로 제공될 것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3일간의 프로듀서 허브에서 연을 맺은 각국의 뛰어난 프로듀서들이 몇 년 뒤 공동제작한 작품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로 돌아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글 박수용 사진 백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