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좌석 점유율과 관객 수 기록
30돌 맞는 내년엔 9월 개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1일 폐막식을 끝으로 10일간의 영화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영화제는 역대 최고 수준의 좌석 점유율과 관객 수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후 완전한 회복을 넘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왼쪽부터 박도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김영덕 ACFM 위원장.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총 145,238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으며, 좌석 점유율은 84%를 기록했다. 이는 300편 이상을 상영하던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278편의 영화가 633회 상영되는 동안 꾸준히 높은 관객 수를 유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영화제의 견고한 팬덤과 프로그램의 질적 성장을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영화제 관계자는 "좋은 영화를 좋은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제의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BIFF 앰버서더로 불리는 충성도 높은 관객층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구성에 집중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의 참여로 빛난 축제
올해 영화제는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의 참여로 더욱 빛났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으며, 미겔 고메스, 파트리샤 마쥐이, 허안화, 레오스 카락스, 지아장커 감독 등이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과 소통했다. 이들은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마스터클래스, 오픈 토크 등을 통해 자신들의 영화 철학과 제작 경험을 나누며 관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또한 마츠시게 유타카, 주동우, 카니 쿠스루티, 김선영, 류준열 등 국내외 유명 배우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거나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며 영화제의 다양성과 국제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영화 상영 외에도 다채로운 이벤트가 영화제의 매력을 더했다. 오픈 토크, 야외무대인사, 마스터 클래스, 스페셜 토크 등 총 46건의 이벤트와 303건의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려 영화인과 관객 간의 직접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The E&M/DMP Studios, CJ ENM, 넷플릭스가 개최한 포럼은 영화 산업의 최신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액터스 하우스'에서는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 배우가 참가하여 배우로서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은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배우들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의 전당에 마련된 굿즈샵. 야외행사부터 영화 상영까지 상영관들을 종횡무진하는 관객들의 열정에 굿즈샵은 완판 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c)씨네21
지역 확장과 산업적 성과
부대행사인 '커뮤니티비프'와 '동네방네비프'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커뮤니티비프는 4,85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76%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고, 영화 퀴즈와 리뷰, Q&A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동네방네비프는 5,514명의 관객이 참여해 지역 곳곳에서 영화 축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올해는 '잇다(connect)'를 주제로, 부산의 개성 있는 장소를 발굴하여 영화 상영을 진행했다. 황령산 봉수대 공원,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등에서 노을과 공연, 야경과 스크린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영화 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도 큰 성과를 거뒀다. 52개국에서 2,644명이 참가해 총 26,435명이 방문하는 등 전년 대비 37%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신설된 '프로듀서허브'에는 19개국 123명의 프로듀서가 참가해 활발한 네트워킹을 펼쳤다.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서는 17개국 30편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어 총 706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루어졌다. 부산스토리마켓에서도 총 970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되어 활발한 콘텐츠 거래의 장을 마련했다.
혁신적인 프로그램과 기술의 도입
이번 영화제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영화제의 혁신을 추구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AI 콘퍼런스'는 영화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중요한 행사로 주목받았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AI 기술이 영화 제작, 배급, 마케팅 등 영화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여 OTT 콘텐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시상 부문에 포함시켰다. 이 행사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2,857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으며, 16개국 201편의 출품작 중 10개국 41편이 후보에 올라 총 15개 부문, 23개 작품 및 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30주년을 향한 도약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조직위원회는 "30주년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관객과 영화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아시아 영화의 허브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신진 영화인들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아시아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한 '아시아영화펀드' 확대, 신진 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뉴 커런츠' 섹션 강화, 그리고 VR, AR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영화 체험 프로그램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부산의 지역성을 살리면서도 세계적인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 중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는 한국 영화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한국영화의 세계화 측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한국 영화들이 해외 배급사들의 주목을 받고, 이를 통해 더 많은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30년,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려나갈 새로운 역사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글 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