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영화산업 현황과 현지 진출방안
현재 국제 영화 산업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제4회 레드시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산업 소개 포럼’을 개최한 이유에서 잘 드러난다. 영진위는 앞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두 달 간격으로 이어진 교류의 장은 영진위의 ‘KO-PICK 쇼케이스’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영화 IP와 인력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영화 산업에 불고 있는 '중동 붐'을 9월 발행된 <KOFIC 현안보고>를 통해 들여다본다.

2023 레드시국제영화제 풍경
2018년 영화 시장 개방 후 급성장
사우디아라비아가 새로운 영화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5년간 영화 상영이 금지되었던 사우디는 2018년 4월 마블의 <블랙 팬서> 상영을 시작으로 영화 시장을 개방했다. 이는 2016년 발표된 국가 개혁 프로그램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고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우디 영화 시장은 개방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기준 박스오피스 시장 규모는 약 2억 3,800만 달러로, Comscore 데이터 기준 세계 15위 규모에 달한다. 특히 팬데믹 기간에도 전년 대비 95% 성장하며, 유일하게 박스오피스 수익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화 제작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1분기 동안 사우디 영화 제작 활동은 전년 동기대비 39% 증가한 113건을 기록했다. 2022년 말까지 총 영화 제작 수는 1,510건에 달했으며, 리야드가 820건으로 1위, 메카 440건, 동부 지방 125건, 메디나 47건, 카심 18건 순이다.

정부의 지원과 투자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개발투자엔터테인먼트회사(DIEC)는 100억 사우디 리얄(26.7억 달러)을 투자해 2030년까지 50~100개의 영화관, 2,600개의 스크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67억 달러의 GDP 증가와 1,000개의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문화부 산하 사우디 영화위원회는 2020년에 설립되어 영화 산업 진흥을 주도하고 있다. 위원회는 사우디 영화학교를 설립하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자국민을 고용하고 사우디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조건으로 제작비의 최대 40%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필름 사우디(Film Saudi)’로 알려진 제작비 환급 정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Film Saudi - Film | MOC)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다른 나라들이 통상적으로 현지에서 지출한 제작 비용의 20~25%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40%는 매우 파격적인 수준이다.
문화 발전 기금(CDF)은 지난 3년간 총 2억 3,400만 달러를 영화 부문에 투자했으며, 2023년 5월 칸영화제에서는 1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펀드를 공개했다. Red Sea Fund는 아랍권과 아프리카 감독들의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편의 영화 제작을 후원할 계획이다.
한국 영화의 사우디 진출과 미래 전망
현재 사우디의 주요 영화관으로는 두바이 기반의 VOX Cinema, Reel Cinemas, 그리고 사우디 자국 기업인 Muvi Cinemas가 있다. Muvi Cinema는 자체 제작사인 Muvi Studio를 설립하고 2025년까지 연간 25편의 영화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 영화 산업의 성장에는 인구통계학적 특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체 인구 3,584만 명 중 30세 미만이 50%를 차지하며, 도시화율은 85%, 인터넷 보급률은 97.9%, 스마트폰 보급률은 98.2%에 달한다. 특히 매달 평균 59,000명의 티켓 구매자 중 77%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켓 가격은 일반 상영관이 11~14달러, 고급 상영관은 40달러 수준이다.
OTT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사우디 OTT 수익은 연평균 11.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평균 10.4%를 상회한다. 현재 사우디 시청자들은 평균 3개의 VOD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으며, 80%가 구독 증가 의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Z세대의 72%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밀레니얼 세대 69%, X세대 61%, 베이비 붐 세대 45% 순으로 나타났다. MBC 그룹의 Shahid 플랫폼은 MENA 지역에서 950만 명의 고유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시청자의 77%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한국 영화의 사우디 진출은 2021년부터 시작되었다. VOX Cinema를 통해 <더 박스>(2021), <더 킬러>(2022), <특송>(2022), <범죄도시>(2022) 등이 개봉했다. 2022년에는 CJ ENM이 사우디 문화부와 10년간의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영화, 음악, 공연, 문화 유산,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주목할 만한 시장으로는 만화영화 시장이 있다. 최근 사우디는 일본 TOEI Animation과 협업하여 ‘The Journey’를 제작했으며, MBC는 일본의 TokyoPop과 협력하여 MBC 애니메이션 이니셔티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지역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라이선싱과 제작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계획이다.
다만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사항도 존재한다. 사우디는 여전히 강력한 검열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정치적 표현, 이슬람 모독, 도박, 알코올, 노출, LGBTQ 관련 내용에 대한 제한이 있다. 또한 영화 촬영 시 자국민 고용 할당제인 ‘니타카트’ 제도를 준수해야 하지만, 사우디 자국민들이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문화적 특성이 존재한다.
한국 영화계의 진출 전략으로는 ▲영화 축제 및 이벤트 협력을 통한 문화교류 증진 ▲양국의 강점을 살린 공동 제작 ▲사우디의 자연환경과 건축물을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 ▲영화 제작 기술 및 노하우 공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양국 간 영화 협력을 위한 재정 지원 및 협력 기금 조성 등이 제시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KOFIC 현안보고'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olicyDetail.do?boardNumber=39&policyNo=6926
글 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