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접속 통계
  • 홈
  • 뉴스/리포트
  • 해외진출뉴스
  • 메일쓰기
  • 페이스북
  • 트위터

뉴스

‘춤추던 극장’의 침묵… 인도 시네마의 위기와 기회

2025.05.09
  •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 조회수358

인도의 단관극장 현황과 지원정책

 

 

<인도 영화관 Rajmandir Cinema 내부 모습. 페이스북 @Rajmandir Jaipur 갈무리>

 

 

인기 영화의 극장표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줄, 좋아하는 스타를 스크린에서 보기 위해 몇 번이나 극장을 찾고 1천 석 대형 단관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휘파람을 불면서 춤추는 관객들은 인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극장가의 일상이었다. 인도에서 영화는 오랫동안 거의 유일한 대중오락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 왔다. 인도인들의 영화사랑은 실로 대단해서, 1970년대에 마살라* 영화가 본격적으로 발리우드 대표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전국적 사랑을 받은 액션영화 <쇼레이(Sholay)>(1975)는 관객들의 재관람이 지속되며 무려 5년간이나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1990년대 대표 로맨스 영화인 <용감한 자가 신부를 데려가리(The big-hearted will take away the bride)>(1995)는 영화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20년 넘도록 극장에서 상영 중일 정도다. 

*마살라 영화: 한 영화에서 여러 장르를 혼합한 영화로, 액션, 코미디, 로맨스, 드라마나 멜로 장르가 혼합된 형태다. 이 장르는 인도 음식에 혼합된 양념인 '마살라'에서 이름을 따왔다. 1970년대 힌디 영화에 기원을 가지고 있고, 발리우드와 남인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극장가의 열기는 인도에서 이제 옛이야기가 되었다. 위성 텔레비전과 가정용 비디오의 보급으로 극장의 지위가 전과 같지 않아지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서면서 극장의 풍경은 점차 변모해 갔다.

 

좋아하는 배우를 큰 화면에서 보며 영화와 함께 춤추고 즐기는 대중오락의 장으로서 극장에서, 복합 쇼핑몰에 위치한 최신 시설을 갖춘 모던한 극장으로 환경이 변하며 관객들은 참여자에서 관람자로 관람 스타일이 바뀌었고, 주차장과 식당가 등 인프라를 갖춘 쇼핑몰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극장이 새로운 복합 문화의 장으로 뿌리내리는 동안 단관극장의 과거 영광은 점차 희미해져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2만 5천개에 달하던 단관극장은 지난 30년간 그 수가 현저히 감소하여 6천여 개로 줄어들었고 이마저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수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최신 시설을 갖춘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단관극장이 위축되고 있는 현상은 시골 지역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극장 자체가 대도시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는 탓도 있다. 인도에서는 조그마한 극장마저 아쉬울 정도로 극장 자체가 없는 시골 지역이 상당히 많다. 인도는 인구 14억 여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지만 스크린 수는 1만 개가 채 안 된다. 비슷한 인구의 중국이 8만 6천 개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인구 5천만의 대한민국의 스크린 수가 4,500개 이상인 것과 비교해도 인구 대비 상영관 수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때문에 인도 정부는 단관극장 지원과 더불어 시골지역 극장 설립을 적극 추진하며 스크린 수를 늘리고 지역 간 문화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8-2023년 관객 수 (단위: 백만 명) 

 

<출처: #Reinvent, India Media & Entertainment sector is innovating for the future, March 2024.>

 

 

 

인도의 단관극장 현황

 

전직 촬영감독인 헤만트 차투르베디(Hemant Chaturvedi)에 의해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인도에는 약 25,000개의 단관극장이 있었으나 현재는 약 6,000여 개 이하로 크게 감소했다. 최근 인도에서는 단관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급감한 관객으로 극장의 유지 보수 및 운영비보다 수입이 더 적은 탓이다. 1,000석짜리 극장도 좌석이 없어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그때 그 극장의 황폐해진 천장 아래 낡은 의자에 겨우 10명 남짓한 관객을 앉힌 모양새는 전국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2009년만 하더라도 단관극장 스크린 수는 9,700여 개, 멀티플렉스 극장 스크린 수는 900개를 조금 넘기면서 단관극장이 멀티플렉스 스크린 수의 10배에 달했다. 그 후 10년에 걸쳐 단관극장 스크린 수가 35% 감소하는 동안 멀티플렉스 스크린 수는 무려 345%나 증가했고, 이는 체인형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성장 외에도 도시의 대형 단관극장들이 여러 개의 스크린으로 나누어 개조하는 것을 생존전략으로 택한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한정적이었다. 도시형 단관극장들은 여러 개의 스크린에 높은 해상도의 디지털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등의 시설 업그레이드를 통해 멀티플렉스로 전환하거나 개조가 가능했지만, 시골지역 소규모 가족 소유 극장들은 그 대부분이 개조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대부분 예전 모습 그대로 노후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은 단관극장을 궁지로 몰았다. 당시 인도에서 지역별로 8개월 이상 극장 휴관이 이어지면서 극장들은 최악의 시기를 견뎌야 했고, 이후 정부의 영화관 표준 운영 절차(SoP)에 따라 2020년 10월 15일 이후가 되어서야 재개관이 가능했다. 사실 팬데믹 이전에도 위생과 유지관리는 시골 지역 거의 모든 단관극장의 큰 단점이었다. 관객 부족으로 인해 직원을 줄이는 바람에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시골극장은 저소득층이 찾는 싸고 허름한 극장으로 유지 중이었다.

 

관리 인력 없이 위생과 거리두기를 통한 코로나19 프로토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조건부 상영은 멀티플렉스 극장보다 단관극장에 그 영향이 컸다. 단관극장에서는 영화관 표준 운영 절차를 따르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었다. 극장이 부담을 떠안는 동안 OTT 플랫폼의 성장은 영화 관람의 새로운 방법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고, 관객의 관람모드 다변화로 인한 선택적인 극장 관람으로 극장 관객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23년 극장 관객 수는 9억 명에 그쳐, 15억 명에 가까웠던 코로나19 이전 대비 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며 OTT 플랫폼 성장으로 인해 바뀐 영화시장의 판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역별로는 극장 스크린 수나 관객 수 역시 다소 차이가 있다. 인도는 다중언어 국가이니만큼 영화 산업도 언어별 지역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으며 극장산업 역시 그러하다. 

 

 

단관극장 지원 정책

 

인도 정부에서는 단관극장의 노후 시설 개선 및 멀티플렉스 전환에 세금 혜택을 주는 등 단관극장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통해 단관극장 감소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의 경제적 악화가 극심해지자 몇몇 주정부에서 세금감면, 전기세 감면 등의 지원 정책을 폈다.

 

주 정부 중 제일 처음으로 케랄라에서는 전기 고정요금을 50% 감면해주면서 나머지 금액은 나눠서 상환할 수 있도록 했고, 2020년 3월 31일 이전에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할 재산세도 할부로 상환 가능케 했다. 4월에는 안드라프라데시 주에서는 전국 봉쇄기간이었던 2020년 46월 고정 전기요금을 면제해주고, 2020년 712월 6개월분 고정 전기요금은 지불을 연기해주는 구제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악재에 반 토막 난 관객 수로 재정난이 극심했던 적지 않은 수의 극장들이 문을 닫았다.

 

 

나가는 글

 

극장들의 역할에 힘입어 대중매체로서의 인도 영화가 성장하고 진화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도의 극장은 영화 제작과 배급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 필름 영사 시대를 거쳐 현재 영화산업은 이미 디지털 상영으로 전환되었고, 이러한 디지털화는 코로나19 당시 전국 극장 폐쇄와 함께 급성장한 OTT 플랫폼과 더불어 관객들의 영화 시청에 변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시대 변화와 함께 극장 관객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작년 같은 경우 인도 박스오피스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고, 대형 영화들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극장가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반면, 2024년은 지난해에 비해 화제작 없이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고, 기대작들이 하반기로 개봉을 연기하면서 틀만한 영화가 없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극장도 속출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지역별로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올해 말라얄람 영화시장의 경우 다수의 히트작들로 전반기부터 전년도 성적을 훌쩍 넘기는 모습을 보여 콘텐츠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기도 했다. 존폐의 기로에 놓인 단관극장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설 노후화와 좋은 콘텐츠의 부재, OTT 확산으로 시청 습관이 변화한 관객을 어떻게 극장으로 되돌릴 것인지가 극장 미래에 있어 가장 큰 화두라 하겠다.

 

여기에 정부의 노후 극장 지원과 더불어 도농 간 문화편차를 줄이기 위한 시골지역 극장 설립이 박차를 가하며 도시에 집중되었던 영화 관객이 지역 곳곳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KOFIC 통신원리포트 2024_Vol.35 인도네시아 군소 상영관 체인 및 지역 상영관 현황> 상세 보고서는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한아름 영화진흥위원회 인도통신원

KOFIC 통신원리포트 원문 (Click)

 

 

Related News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