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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넷플릭스 중남미 더빙 디렉터가 12일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홍릉인재캠퍼스에서 열린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영화산업에서 활동 중인 성우들이 위협받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2023년 미국 할리우드 파업 당시 작가와 배우들은 AI가 본인들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작품 보호를 위한 연방 법률 제정을 요구했다. 이후 20개 이상의 성우 단체와 노조가 유나이티드 보이스 아티스트(United Voice Artists) 연합을 결성해 ‘우리의 목소리를 훔치지 말라’는 표어를 건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영화 더빙이 보편화된 독일에서는 성우의 동의 없이 성우의 목소리로 훈련한 AI 더빙 영화가 늘어나면서 직업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빙 노동조합 보이스오프(Voix Off) 소속 패트릭 쿠반(Patrick Kuban)은 프랑스 공연 예술가 연합과 함께 #TouchePasMaVF 캠페인("내 프랑스어 버전은 건드리지 마세요")을 시작했다. 그들은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 규정하는 ‘문화적 예외’(l’exception culturelle) 목록에 더빙이 추가되기를 주장하고 있다. 쿠반은 더빙이 단순히 영화를 모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유머에 맞게 문헌, 문화, 감정을 참고해 각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아우디앙스 그룹(Audiens Group)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AI가 작가, 번역가, 음향 엔지니어, 성우 등 12,500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추산되고 있다. 또한 전미성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Voice Actors) 회장 팀 프리드랜더(Tim Friedlander)는 인간만이 경험, 트라우마, 감정, 맥락, 배경, 인간관계 등을 목소리에 실어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20년대 후반 유성영화가 도입된 이래로 더빙은 현재 전 세계에서 40억 4천만 달러(한화 약 5조 5,752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성장했다. 더빙은 유럽에서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지우고 자국어를 홍보했던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의해 시작됐으며, 무솔리니(Mussolini)는 영화에서 외국어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으로 더빙 영화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오늘날 독일 관객의 61%와 프랑스 관객 54%가 더빙 영화를 선택하고 있으며, 디즈니는 45개 이상의 언어로 더빙하고 있다. 하지만 AI의 발전은 더빙 영화의 수익성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올해 초, 영국에 기반한 스타트업 일레븐랩스(ElevenLabs)는 알랭 도발(Alain Dorval)의 복제 목소리를 사용해 아마존 영화 <아머>(Armor)에 사용하려 했다. 알랭 도발은 1970년대부터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의 더빙을 맡았으며 당시 계약서에는 배우의 목소리가 어떻게 재사용될 수 있는지 명시되지 않았고 재사용에는 AI 소프트웨어를 훈련해 성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합성 목소리를 만드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쿠반은 성우가 보호받지 못하면 온갖 종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시작으로 미디어, 음악 그리고 모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프리드랜더는 2022년 초 챗지피티(ChatGPT)와 일레븐랩스가 출시되어 AI가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는 이론적인 위협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에 더빙과 보이스오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스라엘 AI 기반 스타트업 딥더브(Deepdub)가 출시되는 등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합성 음성 기술의 문제점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존 스노우(Jon Snow) 목소리를 연기한 다니엘 줄리아니(Daniele Giuliani)는 목소리를 훔치는 것은 정체성을 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더빙협회 ANAD의 회장으로, 최근 국가 계약에서 AI 조항을 요구하며 머신 러닝과 데이터 마이닝에 성우의 목소리가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호하는 데 싸우고 있다.
AI의 영향력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시청자의 72%가 다른 언어로 콘텐츠를 즐기는 인도에서 성우 산켓 마트레(Sanket Mhatre)는 70~100편의 할리우드 영화의 힌디어 더빙을 맡고 있으며, 이외에도 중국, 스페인, 프랑스 영화의 웹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오디오북을 작업하고 있다. 그는 더빙은 언어를 모르는 이들을 포함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카피와 교육 영상 등에서 더빙 작업이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AI가 문화적 뉘앙스에 적응하거나 인간의 감정을 담아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해 직업이 안정적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AI가 고도화되면서, 기업이 성우·번역가·사운드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것보다 AI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저렴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스크린에는 배우가 등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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