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과 최유리 주연의 영화 ‘좀비딸’ 한 장면. (NEW 제공)>
국내 영화시장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점차 잠식되면서 한국 영화 제작사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제작비 투입작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전환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이 영화 성공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제작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한 작품 기획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한국적 정서를 희석하기보다는 오히려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해외 팬들이 ‘이것이 한국 영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중시한다”며 “국제적 취향에 맞추기 위해 고유성을 줄이기보다는 한국적 특징을 담아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지수 주연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 파워, 해외 선판매 견인
글로벌 시장 공략의 또 다른 축은 배우들의 인지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스타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해외에 홍보하는 것은 이제 필수”라며 “특히 한국 문화와 콘텐츠가 인기가 높은 대만, 홍콩, 동남아 시장이 주요 타깃”이라고 밝혔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 이민호, 블랙핑크 지수 등 해외 팬덤을 보유한 출연진 덕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시아·유럽·북미 등 113개국에 선판매를 완료했으며, 대만 개봉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호주, 미국, 캐나다 등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송혜교 주연의 '검은 수녀들'도 올해 초 개봉 후 인도네시아에서만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이는 지난해 히트작 '파묘'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한국 영화다.
<장동건(왼쪽)과 설경구가 출연한 영화 ‘보통의 가족’ 한 장면.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다양한 장르, 해외 흥행 성과
장르의 다양성 역시 해외 흥행의 요인으로 꼽힌다. 허진호 감독의 서스펜스 영화 '보통의 가족'은 김희애, 설경구, 장동건, 수현 등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프랑스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지난 6월 11일 프랑스에서 개봉해 20만 관객을 돌파, 2023년 이후 프랑스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는 이 작품을 “섬세함이 드문 스릴러”라고 평가했다.
강형철 감독의 코미디 액션 영화 '하이파이브'는 홍콩과 태국에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잡았다. 장기 이식으로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약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현지 언론과 블로거들은 “일상과 초능력을 유쾌하게 섞어낸 필견의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임윤아(왼쪽)와 안보현 주연의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한 장면. (CJ ENM 제공)>
글로벌 개봉 앞둔 신작들
오는 16일 대만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홍콩, 마카오 등에서 개봉 예정인 '좀비딸'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홍콩 배급사 EDKO 필름은 출연 배우들의 호흡을 높이 평가하며 언어와 문화를 넘어선 공감대를 예고했다.
주연 조정석은 “우리 영화는 좀비를 죽이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살리는 독특한 작품”이라며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좀비 영화로 해외 관객들에게도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근 감독의 신작 '악마가 이사왔다' 역시 8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직 청년(안보현)이 매일 밤 악마로 변하는 이웃(임윤아)을 감시하는 설정의 코미디물로, 2019년 흥행작 '엑시트'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춘 이상근 감독과 임윤아의 재회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백병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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