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감독은 소규모 스태프로 꾸린 덕에 기동성 있는 제작이 가능했다면서, 이번 제작 방식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작업하면서 '(이번 방식에) 중독될 것 같은데'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처럼, 배우, 스태프와 회의해서 결론 내고 하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연 감독은 기존 상업영화의 제작 방식으로는 비슷한 영화가 양산되고 있다며 아쉬움도 비쳤다.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은 부분을 덜어내면서, 영화가 가지는 개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영화를 기획하고 최종적으로 내놓는 과정에서 투자·배급사들은 불호(不好)를 줄이는 것을 제시해요. 저는 그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영화는 모난 구석이 있어야 관객에게 던져지는 게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거 깎고 저거 깎다 보면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연 감독은 향후 팬덤 문화를 형성하는 모난 영화가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제작 방식이 대안을 상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되길 희망했다.
"팬덤이 강해지는 뾰족한 영화가 트렌드가 될 거라고 봐요. 근데 팬덤화되려고 하면,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죠. 그러면 비용을 낮춰야 하는 거고요. 예전 일본 영화계가 그런 식으로 'J-호러' 시대를 열었어요. 영화 발전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올 수 있습니다."

영화 '얼굴'의 연상호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연 감독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한국 영화계 창작자들에게 "영화든 유튜브든 어떤 방식으로든 창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끊임없이 창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넷플릭스 일본 오리지널 시리즈 '가스인간'의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맡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소설가 오성은 등과 함께 '블랙 인페르노'라는 소설도 펴냈다.
연 감독은 "'가스인간'은 제 개인적으로 도전이었다. 일본 배경의 일본 배우가 연기하는 작품의 각본을 쓴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며 "일본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표했다.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