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AI 장편영화 '중간계'…‘산업의 발판 만드는 게 중요했죠’
권한슬 AI 연출 "스케일에 초점…AI 활용, 스마트폰처럼 자연스러워질 것"
영화 '중간계' 강윤성 감독 < 출처 CJ CGV >
빠른 속도로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인공지능(AI)에는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우려가 따른다. 인간이 하던 일을 더 높은 효율과 적은 비용으로 AI가 대체하면서다.
국내 최초로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 '중간계'를 만든 강윤성 감독은 이와는 다른 생각이다. 적어도 영화 산업에서는 AI가 효율을 높여 산업을 활성화해 이전보다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감독은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AI는 작업 기간과 규모에 있어 많은 효율을 가져올 것"이라며 "영화계에서도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게 된다면, 더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계'는 뜻하지 않게 만난 국정원 요원 이장원(변요한 분)과 경찰 조민영(김강우) 등이 교통사고로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중간계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이 목숨을 거두러 온 저승사자 등으로부터 쫓기는 추적 장면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영화는 AI를 활용한 국내 최초의 장편 영화로서 주목받고 있다. 크리처(괴수)를 비롯해 차량 폭파, 건물 붕괴 등의 장면에서 AI가 쓰였다.
영화 '중간계' 속 장면 < 출처 포엔터테인먼트·CJ CGV >
AI를 활용하면서 생기는 가장 큰 이점은 비용과 시간이다.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했을 때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던 '중간계'의 후반 작업이, AI로 3∼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그렇게 해서 같은 시간과 비용 내에서 CG로는 불가능했을 스펙터클 장면이 연출됐다.
강 감독은 "CG로 만들었을 때보다 적은 금액의 예산에서도 이런 장면이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AI 영상 제작 기술이 CG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 탓에 결과물에는 어색하고 이질적인 부분도 보인다.
강 감독은 "AI가 주가 돼 끌고 나가는 데 대한 상업적인 실증이 필요했다"며 "관객에게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다음 시도를 할 수 있게끔 관련 산업의 발판을 깔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AI 연출을 담당한 권한슬 감독도 "AI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CG로는 이 기간에 구현이 안 되는 것을 했다. 다들 미래를 바라보고 한 것"이라며 "뜻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연출은 AI를 활용한 의의를 갖추기 위해 작품의 스케일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영화 '중간계'의 권한슬 AI 연출 < 출처 CJ CGV >
두 창작진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앞으로 영화 후반 작업에 있어 AI 활용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중간계'에 관해 지적되는 어색한 부분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조만간 해결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권 연출은 "1년 반 전만 하더라도 AI로 영상을 만들면 사람의 발걸음을 떼게 만드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지금은 사람이 뛰고 난다"며 "(제기되는) 뭉개짐은 아예 없을 거다. 시간 문제"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AI가 포스트 프로덕션(촬영 후 편집 등의 작업) 단계에서 한 축이 되는 건 무조건 일어날 일"이라며 "지금 스마트폰 안 쓰는 사람이 없듯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연출은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한 사전 영상이나 영화 제작 단계에서의 스토리보드 등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도 했다.
영화 '중간계' 속 장면 < 출처 포엔터테인먼트·CJ CGV >
강 감독은 AI 활용이 현재 침체한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전보다 적은 비용으로 창작자의 상상력을 구현해 극장에서 볼 만한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강 감독은 "CG가 처음 도입됐을 때 상상력의 폭이 넓어졌다. AI가 CG와 같은 도구라는 생각"이라며 "침체한 영화시장에서 AI가 보다 많은 창작자에게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중간계'는 AI를 활용한 영화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감독은 '중간계'의 성적에 따라 후속편 제작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후속작의 시나리오는 강 감독이 써둔 상태다.
강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워서 신나게 즐기고 같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며 "관객은 AI를 신경 쓰지 않고 영화 자체를 즐겨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권 연출은 "우리가 아는 일상생활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그래픽 등이 재미있다고 느끼실 것"이라며 "우리가 아는 곳에서 괴물이 나오고 건물이 붕괴한다"고 귀띔했다.
영화 '중간계' 강윤성 감독과 권한슬 AI 연출 < CJ CGV >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