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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운드 ①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인터뷰

2024.06.25
  • 출처 KoBiz
  • 조회수710

"소리에 담긴 정서를 듣는다"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최고의 기술과 설비에 대한 남다른 열정

 

5.1채널 돌비 디지털 사운드, 7.1채널 돌비 서라운드 EX, 14.2채널 D-Cinema 3D 사운드, 돌비 애트모스. 라이브톤 스튜디오와 최태영 대표가 한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영화음향 시스템의 목록이다. 적응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매번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원동력을 물었을 때 최태영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신나지 않나.” 모든 작품에 주인의식을 갖고 작업하는 음향감독인 그는 감독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음향 포맷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추천한다. “작업의 공정이 무거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을 통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을 실현하는 과정이 즐겁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1997년부터 창립 멤버로 스튜디오를 이끌어온 최태영 대표의 긍정적인 열정 덕분에 라이브톤은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지탱하는 든든한 영화음향 파트너로 성장해 왔다.

 

“스튜디오를 답사하러 온 해외 영화사 관계자가 ‘당신 돈 많구나’라고 놀라더라(웃음)”라는 최태영 대표의 말처럼 라이브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규모의 설비를 자랑한다. 2017년 덱스터 스튜디오의 자회사가 되며 신설한 상암스튜디오는 돌비 애트모스 지원 극장과 동일한 설비를 갖춘 초대형 믹싱 스튜디오, OTT용 작품 등에 적용되는 돌비 홈 엔터테인먼트 믹싱이 가능한 세 개의 중대형 스튜디오, 후시녹음 전용 녹음실에 폴리(효과음), 앰비언스(공간음) 등 기초 에디팅 및 사운드 디자인을 위한 작업실 여남은 개까지 갖추었다. 해외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후시녹음을 이곳에서 원격으로 디렉팅하거나, 반대로 한국 배우의 해외작품 후시녹음을 원격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차별화된 장점이다.

 


(위) 라이브톤 상암 스튜디오의 메인 믹싱 스튜디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온전한 극장 설비를 갖추었다.

(아래) 라이브톤 상암 스튜디오의 설비. 왼쪽부터 믹싱 스튜디오, 후시 녹음실, 작업실 복도.

 

덱스터스튜디오와 함께하며 라이브톤이 획득한 최대의 강점은 오히려 작업 품질이 아닌 서비스 품질이다. “후반 작업은 여러 업체가 협력해야 하는 복잡한 공정이기 때문에 손발이 맞지 않으면 어렵다. 한 회사에서 후반 작업 전체를 서비스한다는 것은 작업의 안정성에 있어 신뢰를 주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업계 최고들만 모인 회사다. 퀄리티는 당연하고, 결국 일이 편해졌다는 점에서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만족한다.” 실제로 장재현 감독은 <파묘>(2024) 작업 당시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위치한 덱스터스튜디오의 DI 스튜디오를 오가며 음향과 색보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인터뷰 당시 최태영 대표가 마무리 작업 중이던 7월 개봉 예정의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김태곤, 2024) 또한 덱스터스튜디오가 VFX를 포함한 후반작업 전반을 담당한 작품이다.

 

김성수 · 봉준호 · 김지운 감독의 마음을 읽는 ‘소리의 정서 듣기’

 

시종일관 좌중에 웃음꽃을 피우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최태영 대표에게서 한국의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태영 대표는 자신이 원래 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감독들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집을 안 보내주는 거다. (웃음) 살아남으려면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그런데 감독들은 사운드를 귀로 듣지 않는다. 심장으로, 정서적으로 듣는다.” 이에 음향감독으로서 최태영 대표의 소통 원칙은 “각 신마다 이들이 연출하고 싶어 하는 정서가 무엇인지를 빠르게 이해하고 만족시키는 것”이다. “공학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감독들은 음량이 몇 데시벨 낮아져야 하는지가 아니라 지금 이 소리가 슬프게 들리는지 기쁘게 들리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

 

영화 <서울의 봄> 중. 사진제공 = 제작사: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배급사: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특히 음향감독으로서 최태영 대표의 첫 작품인 <비트>(1997)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과의 오랜 인연은 작년 12월 극장가를 강타한 천만영화 <서울의 봄>(2023)으로 정점을 맞이했다. 그렇다면 <서울의 봄>의 사운드 디자인에서 김성수 감독이 가장 강조한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군홧발 소리를 굉장히 무섭게, 듣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킬 것처럼 위압감 있게 만들어달라 했다. 폴리 아티스트가 상암과 일산 스튜디오의 복도, 엘리베이터 등 온갖 장소를 오가며 레코딩했다.” 치열한 회의 장면 등의 많은 대사량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수많은 배우가 쉬지 않고 끼어들며 대사를 한다. 이에 대해 관객이 믿음을 갖고 따라오려면 이들 사이에 명확한 리듬이 존재해야만 한다.” 영화 속 세계의 신뢰성을 수호하는 것은 대사의 내용이 아닌 발화의 음성이 자아내는 율동과 정서인 것이다. 때문에 그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사가 안 들리는 것조차 연출의 일부”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사를 최대한 명료하게 매만지는 작업에도 분명 큰 노력을 쏟는다. 그렇지만 아무리 후시를 뛰어나게 하더라도 현장의 진실성을 따라갈 수가 없다.”

 

최태영 대표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봉준호다. <기생충>(2019)를 포함한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 참여한 최태영 대표는 이른바 ‘봉테일’이라 불리는 감독의 철저한 디렉팅에 대해 색다른 시각을 제안했다. “분명 자신의 영역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다. 시나리오와 콘티 모두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작성한다. 하지만 음향이나 조명 등 실무에 있어서는 우리에게 대략적인 콘셉트를 설명한 후 마음대로 해 보라고 한다. 그게 더 부담되는 거다. (웃음) 그 기대치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하게 된다.” 현장에서 느끼는 봉준호 감독의 강점은 협업자들의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리더십인 것이다. 25년차 베테랑 음향감독인 최태영 감독은 이제는 가끔 감독들에게 더 적절할 법한 음향적 연출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김지운 감독과 봉준호 감독에게는 제안할 구멍 자체가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다른 감독들과의 작업에는 내가 열 개 내외의 제안을 한다면, 두 사람에게는 내 조언이 도움이 될 만한 지점이 두세 군데 미만이다. 이미 머릿속에 완벽한 영화의 설계가 들어 있는 천재들이다.”

 

영화음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간감... 영화관의 존재 의의도 그 때문



 

영화음향의 꽃, 액션과 누아르 장르의 수많은 영화에 총소리는 빠질 수 없는 핵심 소스다. 군악대 출신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총소리 전문가인 최태영 대표는 “총소리의 생명은 공간감”이라 말한다. 그는 인터뷰 중간 벌떡 일어나더니 믹싱룸의 반대편 끝까지 걸어갔다. 위치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비교해 보라며 공간감의 개념을 단번에 이해시켜 주었다. “실내인가 실외인가, 실내더라도 어느 정도 크기의 방인가에 따라서 공간감이 달라진다. 댐핑, 즉 타격감이 중요한 총소리는 이에 특히 민감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2008) 작업 당시에는 프로덕션이 위치했던 남양주 종합촬영소의 뒷산에다 커다란 PA 스피커를 가져다 놓았다. 스피커로 총소리를 재생한 후 산 전체에서 울리는 소리를 다시 녹음해 총성의 잔향으로 활용한 것이다.

 

문득 숨소리 하나까지 공을 들이는 그의 결과물을 OTT를 통해 집에서 감상할 때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영화관에서는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소리를 듣는다. 주변 소음의 영향도 없기에 사용 가능한 음량의 범위를 가득 채워 사용한다. 하지만 이걸 그대로 집에서 듣는다면 내내 리모컨을 쥐고 있어야 한다. 큰 소리와 작은 소리의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극장용 작품을 OTT에 납품할 때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압축하는 가정용 마스터링을 다시 거친다고 한다. 최태영 대표는 집에서 듣는 영화 음향이 절대 완벽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헤드폰으로 들을 때는 소리의 공간감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재생장치가 너무 다양한 점도 통일된 믹싱 기준을 세우기 어렵게 한다. 결국 창작자의 진정한 의도는 사운드 시스템이 일정하게 통일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21세기 한국영화의 산증인인 최태영 대표에게 그가 사랑하는 음향적 공간인 영화관과 한국영화의 미래를 물었다. “우리는 부단히 싸워야 한다. 영화인들이 컬러 영화가 나왔을 때도, TV가 나왔을 때도 나름의 영화적인 가치를 발견해 나가며 발전해 왔듯이, 영화관에 오는 이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화산업에 이미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AI 등의 기술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와 후시 대사 사이의 음량과 음색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플러그인 등 이미 음향계에서는 AI가 부분적으로나마 사용되고 있다”는 최태영 대표는 “그럼에도 감독의 정서적 표현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소리를 창조하는 일은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같은 의미로 영화음향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또한 헤드폰이나 이어폰이 아닌 공간을 통해 울리는 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소리를 정서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것이 시네마틱한 소리이고 ‘귀가 트인다’는 표현의 진짜 의미다.”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

 

라이브톤과 최태영 음향감독의 대표작

2024 <파묘>, <탈주>, <탈출: PROJECT SILENCE>

2023 <더 문>, <무빙>, <거미집>, <서울의 봄>

2022 <브로커>, <외계+인 1부>

2021 <승리호>, <오징어게임>, <고요의 바다>

2020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19 <킹덤>, <사바하>, <기생충>

 

글 박수용, 사진 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