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 진전 이뤘지만 <해리포터>와 <스타워즈>에 비하면 갈 길 멀다”
넷플릭스가 라이언 존슨 감독의 영화 <나이브스 아웃> 2편과 3편의 권리를 사들였다. 거래 금액은 4억 5,000만 달러(약 5,000억 원) 선으로 추정된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스트리밍 플랫폼이 사들인 영화 금액으로는 최고가에 해당한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잠재력이 무한하며 수익성 높은 프랜차이즈 IP 발굴에 힘을 쏟는 최근의 전략과 맞물린다.
할리우드 영화사의 경쟁력, 프랜차이즈 IP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도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건 회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IP 덕분이었다. 미국 매체 『옵저버』는 4월 14일(현지 시간) 기사를 통해 지난 15년간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텐트폴 영화와 여기에서 비롯된 속편들의 힘으로 굴러갔다고 분석했다. 전통 TV 채널들이 스포츠 경기 생중계로 경쟁력을 유지하듯, 개봉할 때마다 막대한 극장 수익을 기록하는 프랜차이즈 영화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사업 중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최근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가 배급한 영화 <고질라 vs. 콩>이 팬데믹 이후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에서도 프랜차이즈 IP의 힘을 엿볼 수 있다.
방대한 IP를 보유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내놓으며 OTT 산업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아온 넷플릭스 역시 이들 스튜디오들처럼 확실한 흥행력을 지닌 IP를 발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지난 9월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스튜디오들이 할 수 있는 건 훌륭한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묘한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시리즈에서 (프랜차이즈 개발 사업의) 진전을 이뤘지만 <해리포터>와 <스타워즈>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더 큰 그림을 그리다
‘확장성이 큰 프랜차이즈 IP 발굴’은 최근 넷플릭스의 핵심 전략이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의 2월 10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프랜차이즈 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도 설립했다. 넷플릭스의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부문 부사장 켈리 루겐비엘이 이끄는 ‘프랜차이즈-TV 부서(franchise-TV division)’와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부문 부사장 피터 프리들랜더가 이끄는 ‘이벤트/스펙트럼-TV 부서(event/spectacle-TV)’가 그것. 『인사이더』가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스핀오프를 낼 수 있는 규모의 IP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나이브스 아웃> 속편의 권리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는 이 IP의 프랜차이즈 확장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는 오는 5월 21일엔 잭 스나이더의 좀비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영화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Army of Thieves>는 이미 촬영을 마쳤으며, 올해 말 플랫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또 다른 프리퀄 <아미 오브 더 데드: 로스트 베이거스>는 애니메이션으로 개발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왕좌의 게임> 제작자 데이비드 베니오프, D.B 와이스와 손잡고 중국 SF 소설 <삼체>를 시리즈로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 콘텐츠의 확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존 오리지널 콘텐츠 중엔 <더 위쳐>가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IP로 통한다. <더 위쳐>는 공개 후 첫 28일 동안 7,6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브리저튼> 이전 넷플릭스의 가장 성공적인 오리지널 시리즈로 통했다. 『옵저버』에 따르면 <더 위쳐>의 시즌2는 촬영이 끝났고, 시즌1의 세계관은 애니메이션 영화, 프리퀄 시리즈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인기 오리지널 영화인 크리스 헴스워스의 <익스트랙션>은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으며, 샤를리즈 테론의 <올드 가드>도 후속편 제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프랜차이즈 IP에 대한 의지는 제작비나 판권 획득에 투입된 비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 액션 블록버스터 <레드 노티스>의 판권을 사들이며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갈 가돗에게 각각 2천만 달러 이상을 출연료로 지불하고 2억 달러의 제작비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엔 탄탄한 키즈 콘텐츠를 구축하기 위해 <찰리의 초콜릿 공장> 원작자, 로알드 달의 작품 권리를 획득하는 데 1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옵저버』는 “넷플릭스는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않는 한 그만큼의 자원을 투자하지 않는다”며 이들 IP를 다방면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넷플릭스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과 <키싱부츠> 등을 통해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넷플릭스가 현재 추구하는 프랜차이즈 IP는 더 큰 규모를 향하고 있다고 짚었다. 넷플릭스는 책, 코믹스에 이어 비디오 게임을 통한 IP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IP 확보 움직임
스트리밍 사업을 확대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게도 프랜차이즈 IP는 사업의 핵심 영역이다. 디즈니는 <스타워즈> 실사 시리즈인 <더 만달로리안>을 통해 플랫폼의 기반을 다졌다. 이 시리즈는 2019년 11월에 공개돼 구독자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해 12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마블, 픽사, <스타워즈> 브랜드 전반에 걸쳐 50편 이상의 새로운 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10편의 <스타워즈>와 10편의 마블 TV 쇼는 디즈니플러스에 독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수급(creative acquisitions)’이라고 명명된 새 부서에서 책과 팟캐스트 콘텐츠를 중심으로 TV 방송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위한 새로운 IP를 발굴할 예정이다.
워너미디어의 HBO맥스는 DC 영화의 다양한 스핀오프를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리포터』 등의 외신은 워너미디어 내부에 HBO맥스용 <해리포터>를 TV 시리즈로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워너브라더스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아마존프라임은 <더 보이즈>와 <익스팬스> 같은 장르물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단연 주목받는 것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아마존이 <반지의 제왕> 시즌 1편 제작에 5,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판권을 구매하는 데에만 최소 2억 5천만 달러(약 2,783억원)을 들인 바 있다.
스트리밍 표 프랜차이즈 IP가 산업에 미칠 영향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형 프랜차이즈 IP가 늘어나는 상황은 극장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스오피스 프로의 숀 로빈스 애널리스트는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모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스트리밍 플랫폼이 정점에 올랐지만 극장이 재가동되고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면 풍경은 다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Exhibitor Relations)의 제프 벅 수석 미디어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집에서 IP를 즐기는 방향을 원하기 때문에 극장 입장에선 걱정스러운 상황이며 대유행은 이러한 변화의 많은 부분을 가속화시켰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영화사가 새로운 IP에 맞는 플랫폼을 고민할 때도 “극장이 첫 번째 선택은 아닐 것”이라며 “3부작 영화 대신 시리즈로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스튜디오들은 확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