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석 규모의 극장에서 관객들과 즐기는 쾌감, 기대된다
9년 만에 돌아오는 서도철 형사가 칸에서 신고식을 치르게 되었다. <베테랑2>(제작 외유내강 | 배급 CJ ENM)가 한국 시리즈 영화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섹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오는 21일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에서 전세계 관객들에게 첫 선보인다.
2015년에 개봉한 전작은 134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8위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베테랑2>는 1편을 연출했던 류승완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정식 후속작이다. 속편에서는 1편의 베테랑 형사팀에 박선우(정해인)라는 새로운 동료가 합류해 함께 연쇄 살인범을 좇는다. 칸으로 향하기 전에 류승완 감독에게 전화 인터뷰를 청했다.

칸 국제 영화제 버전 영문 포스터 – 출처: CJ ENM
- 무엇보다 흥행 신드롬을 이을 후속작으로 칸 국제 영화제에 간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 이 영화의 장르 특성에 걸맞은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아 더 기쁘다. 이 섹션은 공개되는 영화의 편수가 적어 더 특별함이 있다. (<베테랑2>를 포함해 총 4편이 공개 된다- 편집자) 공식 섹션에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디어 뤼미에르 극장에서 내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칸 레드카펫도 처음인데, 뤼미에르 극장 상영이 더 기대되나.
= 레드카펫 행사는 영화를 알리는 일환으로 좋지만, 내가 꿈꿔온 것은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었다. 뤼미에르는 세계 최고의 관리 수준을 갖추고 있고, 특히 1000석이 넘는 규모의 극장으로 매우 소중한 곳이다. 이렇게 크고 좋은 환경의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과 함께 장르영화를 즐기는 경험, 이것이 가장 설렌다.
- 첫 속편 제작이다. 왜 <베테랑>인가. 그리고 속편을 내놓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 관객들이 <베테랑> 속편을 오래 기다려왔다.
= <베테랑>이 큰 성공을 거두고 곧바로 속편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는 큰 성공에 기대어 만든다면 또 성공을 거둘지는 몰라도 나 스스로가 정체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왜 지금 <베테랑>이냐 했을 때, 인물에 대한 애정이 가장 컸다. 나에겐 언제든 다시 꺼내어 신나게 놀아보고 싶은 캐릭터다.
또 적지 않은 영화를, 주로 내가 쓴 이야기로 만들면서 어느 순간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이 왔다. 애정하는 캐릭터를 다시 불러와 다른 사건과 상황에 몰아넣고 새로운 인물들도 만나 새롭게 이야기를 펼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증도 생겼다. 이 인물을 데리고 전작과는 다르게 갈 수 있겠다는 답이 보였다. 확장보다는 더 깊게 파고들 수 있겠다는 확신, 그래서 <베테랑>의 속편을 만들었다.
- 속편의 영문 제목(I, THE EXECUTIONER, 집행자)을 강렬하면서 무게감 있게 정한 이유일까. 이번엔 국내 버전과 다르게 변화를 주었다. 영문 제목에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보통 시리즈는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편인데, 전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 1편보다는 묵직한 느낌이 있다. 당초 원했던 제목은 ‘내가 집행한다’였다. 10년 전 쯤에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일부가 <베테랑2>에 담겼다. 영화를 보면 확 와닿을 텐데, 영어 표현으로는 "I, THE EXECUTIONER"가 훨씬 힘이 있어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베테랑'이라고 하면 숙련자 내지 전문가를 의미하지만 해외에서는 '퇴역 군인'이란 뜻으로 통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본질적인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표현을 고민했다. 이것이 처음 영화가 공개되는 시점에서는 안내하기 좋은 전략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테랑2> 스틸 – 출처: CJ ENM
- 1편에서 갖고 있던 그 시원한 응징의 쾌감을 속편에서도 느낄 수 있을까? 전편과 다른 점을 찾기 위해 고심한 부분은 무엇인가.
= <베테랑> 때 상상도 못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느낀 불편함이 있었다. 정의에 대해 너무 도식화되거나 감정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영화는 큰 딜레마 없이 선과 악을 또렷하게 구분지어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일종의 분노 마케팅을 한 형국이 되었다. 스스로 동의하지 못하는 방식인데 이를 통해 이익을 취했다는 생각에 많이 불편했다.
'조태오'라는 인물을 상정해서 만든 악행의 과정이나 악의 존재가 너무 쉽게 표현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긴 했지만,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니까. 이 영화가 뒷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속편은 이 영화가 가졌던 파급력을 생각했을 때 만드는 사람이 조금 더 진지해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르적 활력은 놓치지 않아야 하고. 속편은 쾌감보다는 '박력'에 더 방점을 두었다. 또 더 강력한 딜레마가 존재하며, 주인공의 '성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주인공의 성장이 극의 흐름에 어떤 변화를 주나.
= 속편에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해지는 인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은 여전히 흔들리지 않지만, 더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거기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극대화했다.
- 류승완하면 한국 액션영화의 대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속편의 액션은 어떨까.
=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극장 안에서 "악" 소리가 나올 만한 장면이 최소한 한 장면 이상 나온다. 단언컨대 그 어디서도 못 봤던 장면일 겁니다.
- 재밌게도 연출한 두 편의 형사물에 배우 마동석과의 인연이 깊다. <베테랑> 1편에서는 마동석이 '아트박스 사장' 역으로 깜짝 등장했고, <부당거래>에서는 황정민 배우의 부하로 그가 출연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형사시리즈는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가 되어 있다. <베테랑>과 같은 형사물로 경쟁구도에 놓을 수도 있다고 본다.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인만큼 <범죄도시>와 차별화하는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 차별점을 갖기에는 이미 두 주인공이 너무 차별화돼 있다. 우리의 '서도철'은 많이 맞는다. 많이 넘어지고 많이 다치고. (웃음) 80, 90년대 할리우드 형사물이 꽃을 피웠을 때로 비교, 설명하고 싶다. 당시 할리우드엔 에디 머피의 <비벌리 힐스 캅> 시리즈, 멜 깁슨의 <리썰 웨폰> 시리즈,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시리즈가 있었다. 80년대 마초 문화 안에서 유머를 장착하고 달리는 터프가이 형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 편의 영화 시리즈는 각기 개성을 달리 한다. <베테랑>과 <범죄도시> 시리즈도 그렇게 봐 달라. 같은 범주의 장르영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다른가를 관객들이 즐기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 국내 개봉은 언제로 잡고 있나.
= 영화 <베테랑2>의 배경이 겨울이다. 이 느낌대로 올 겨울에 극장에서 만나고자 한다. 앞서 늦여름이나 초가을에는 지난해 개봉작인 <밀수>의 북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 <베테랑>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진행 상황은 어떤가?
= 리메이크 최종 각본을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미국으로 가서 마이클 만 감독을 한 번 만나고 왔다. 본인이 일했던 작가들을 고용해 취재 먼저 시키더라. 예전에 <마이애미 바이스> 같은 작품 찍을 때 친하게 지냈던 마약반 형사들을 연결해서 말이다. 한번은 작가들이 형사들과 같이 출동을 나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지는 무서운 경험을 했다고 들었다. 마이클 만이 연출까지 맡을지 아직 결정을 못 내린 것 같다. 지켜보고 있다.
글 심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