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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OTT 플랫폼,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2024.05.21
  • 출처 KoBiz
  • 조회수1127

엔데믹 이후의 시장 변화와 활로 찾기

 

지난 10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에는 모두가 놓친 변동사항이 있었다. 바로 작년까지 단편 부문에 한해 부분적으로 운영하던 영화제 온라인 상영을 중단했다는 점이다. 2020년 팬데믹이 선포되면서 국내외 영화제들은 불가피하게 온라인 상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산업은 호황을 맞이했고, 전문화된 콘텐츠를 활용한 중소형 OTT들은 영화제 온라인 상영과 함께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영화제들은 정상화를 선언했고, 중소형 OTT의 성장 기세는 확 꺾였다. 특히 2023년 11월 말 국내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의 서비스 종료 소식은 시장의 위기를 감지하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시장의 축소를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두 사건을 직면한 지금, 중소형 OTT의 현주소와 미래 생존 방안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온라인 상영 축소에도 활로는 존재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박진형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온라인 상영 외에는 별다른 선지가 없는” 것이 팬데믹 당시 영화제들의 상황이었다. 따라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강진석 프로그래머의 설명대로 “임시방편의 성격이 컸기”에 엔데믹 이후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제들이 온라인 상영을 축소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저작권자와 배급업자들이 기존의 극장 중심의 배급 모델로 다시 돌아가길 선택”(박진형 프로그래머)하면서 온라인 상영에 동의하는 초청작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술영화들이 주를 이루는 영화제 특성상 “극장 스크린으로 관람하길 선호하는 영화제 관객들의 취향”(박진형 프로그래머)도 온라인 상영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bifan x wave 

 

위축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도 여전히 온라인 상영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영화제들이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대표적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21년부터 대형 토종 OTT인 웨이브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 상영을 이어오고 있다. 웨이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온라인 상영 구매 건수는 첫해 7,000건에서 2022년에 약 15,000건, 지난해 약 19,000건을 기록하며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부천이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로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장르물 위주의 콘텐츠’와 ‘지리적 특성’을 꼽았다. “장르물에 익숙한 기존 OTT 사용자들이 제약 없이 유입”되는 특성은 장르 영화와 그렇지 않은 작품 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천의 온라인 상영 지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영화제의 특성상 숙박보다는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관객의 비율이 높아 “긴 이동 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관심작을 관람”해 시너지를 만들었다.

 


docu voda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2021년 자체 플랫폼 ‘docu VoDA’를 출범하여 운영하고 있다. 출범 1년 반 만에 일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온라인 상영관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한국 다큐멘터리에 특화된 아카이브의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11월 재단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docu VoDA는 영화제 기간 외에도 기획전과 특별전을 진행하며 큐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며 한 달간 특별전 ‘10년, 연대의 세월’을 진행했다. 영화제는 TVOD(편당 결제) 방식으로 OTT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단순히 영화제를 위한 온라인 상영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극장 개봉이나 배급사를 찾지 못한 다큐멘터리들이 유실되지 않고 오랫동안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자 “한국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기 위한 전략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온라인 상영은 관객 저변을 늘릴 수 있는 잠재력”(박진형 프로그래머)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특히나 올해 영화제 지원 사업의 예산이 절반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온라인 상영은 “모객의 어려움 겪고 있는 중소 영화제에 지리적인 거리와 규모의 한계를 상쇄”(박진형 프로그래머)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docu VoDA처럼 영화제를 위한 한시적인 플랫폼을 넘어 아카이브의 역할까지 하는 공익형 OTT라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물론 영화제 상영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형 OTT가 아닌 공익형, 특성화 OTT에 대한 정책적 고려”(강지석 프로그래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콘텐츠 차별화, 그리고 커뮤니티 강화 하려면?



콜렉티오

 

중소 OTT의 설립 목적은 대부분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가 적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팬데믹 시기에 오픈한 인디그라운드는 “독립예술영화의 접근권과 향유권 확보”(박성림 팀장)를 목적으로 탄생한 공공 온라인 플랫폼이다. 수입배급사 엠앤엠인터네셔널이 지난해 11월 해외 예술영화 OTT ‘콜렉티오’를 출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마붑 대표는 “전통적인 방식의 극장 개봉 형태로는 독립, 예술영화들이 극장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을 지적하며 “상영 기회 확보”를 위해 콜렉티오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OTT 시장 상황은 극장과 비교해도 “넷플릭스 중심의 독과점이 형성”되고 “우위를 점한 플랫폼이 콘텐츠를 독식하는 현상이 오프라인보다 심한”(박성림 팀장) 편이다. 2020년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와 국내 OTT 간의 저작권료 배분 형식을 두고 일어난 갈등도 중소형 OTT의 현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이에 대해 이마붑 대표는 “대형 OTT와 배급사 간의 계약은 주로 단매가 아닌 수익 배분 형식(RS, Revenue Share)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합리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런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콜렉티오는 적은 금액이라도 단매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사업으로 진행되는 인디그라운드 경우는 “작품마다 일별로 상영료를 책정해서 지급하기 때문에 상시 상영이 아닌 30일 동안 한시적으로 해당 작품을 상영하는 구조”(박성림 팀장)를 택하고 있다.

 

인디그라운드

 

결국 중소 OTT의 생존을 위해선 원활한 콘텐츠 수급이란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고 플랫폼의 커뮤니티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 인디그라운드 박성림 팀장은 “중소형 OTT의 생존은 콘텐츠로부터 시작”된다며, “콘텐츠의 차별화가 생겨야 플랫폼과 사용자 간의 멤버십이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온,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소비하는 관객층의 특징”을 플랫폼이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여성영화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퍼플레이(Purplay)는 이용자들의 오프라인 활동을 장려하는 ‘모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성 영화 기반 지식콘텐츠 OTT 숏버스는 개인 이용자보다는 관객 저변을 확대하는데 용이한 B2G 모델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화된 콘텐츠 수급에 집중하기에는 OTT 운영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OTT 운영에는 라이센스 비용 뿐만 아니라 등급, 번역과 자막, 서버 운용, 프로모션 등에 상당한 비용”(이마붑 대표)이 발생한다. 게다가 현재 토종 OTT 플랫폼의 지원방안은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자본의 규모로 인해 중소 OTT가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포화된 온라인 상영 시장에서 중소 OTT의 자생을 논하기 위해선 성장을 위한 방향성과 더불어 지원 사업의 공백을 짚어야 하는 이유다.

 

글 최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