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아시아 영화 합작의 역사

한국을 찾은 카와이 신야 <출처 에무필름즈>
2026년 1월, 일본 프로듀서 카와이 신야(河井真也)가 서울을 찾았다. "다시 한번 아시아 창작자들이 모일 때가 된 것 같다. 더 이상 방치해두면 영화관이 소멸될 것 같다." 이 발언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었다. 약 25년 전인 1999년,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동일한 제안을 건넨 바 있다.
당시 일본 영화 산업은 약 99%가 내수용으로만 제작되는 구조였고, 카와이 프로듀서는 ‘해외에서도 통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아시아 감독들과의 연대를 모색했다. 그리고 2026년 OTT 산업의 흥행 속에서 극장가가 존립을 고민하는 지금, 그는 다시금 아시아 영화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와이 프로듀서는 199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Y2K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21세기를 맞아 아시아의 유망 감독들이 힘을 모아 글로벌 무대를 노리자는 기획이었다. 대만의 에드워드 양(Edward Yang), 일본의 이와이 슌지(岩井俊二), 홍콩의 관진펑(關錦鵬)이 참여했고, 한국에서는 허진호와 김지운 감독이 거론됐다.
카와이의 협력 방식은 독특했다. 1999년 허진호 감독을 만난 자리, 그는 앉은 지 15분 만에 "심은하 주연으로 한일 합작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계약서도, 기획서도 없었다. 에드워드 양 감독과의 첫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칸에 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양 감독은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렇게 시작된 영화가 《하나 그리고 둘》이다.

《하나 그리고 둘》 포스터<출처 TMDB>
200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하나 그리고 둘》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이자 아시아 합작의 결실로 평가되며 25년이 지난 지금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25년 칸 클래식으로 선정돼 4K로 복원되었으며, 2026년 1월에는 한국에서 세 번째 개봉해 3만 관객을 모았다.
극장이 사라지기 전에
2026년 현재,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상황은 당시 일본과 닮아있다. 극장가는 OTT의 급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고, 제작 환경은 플랫폼 직행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카와이 프로듀서가 "극장이 소멸될 것"이라며 다시 협력을 제안하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현재 스크린 개봉을 목표로 한일 합작 영화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차기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와이 프로듀서는 한국 영화계에 대해 "배우, 감독도 좋지만 특히 월등한 분야는 ‘각본가’다. 한국은 영화다운 영화를 목표로 하는 나라다." 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와 자극을 주고받으며 작업한다면, 국내에서만 작업하는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 카와이 신야
25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의 감독들은 계약서보다 비전 공유를, 자본 논리보다 창작 가치를 우선했다. 향후 영화 산업의 과제는 명확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플랫폼 부산(Platform BUSAN), 포럼 비프(Forum BIFF)와 같은 영화 관계자 간 교류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OTT 직행이 아닌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한 협력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카와이 프로듀서가 강조한 "한국 각본가의 월등함"을 중심으로, 아시아 창작자들이 다시 한번 모일 날을 기대한다.
참고자료
동아일보, ““亞 창작자들 다시 한번 모일때 됐다… 더 이상 방치하다간 극장 사라질 판””, 2026.01.15
경향신문, “‘하나 그리고 둘’은 영화의 교과서”…21세기 고전이 된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2026.01.13
조선일보, “'러브레터' '링' 성공시킨 日 베테랑 프로듀서 "99%가 안 된다고 할수록 의지 더 불태웠다"”, 2026.01.14
한국일보, “"세기의 걸작 '하나 그리고 둘', 영화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