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쓰고, 할리우드가 연기한 영화

《프로텍터》 공식 포스터 <출처 Kobis>
3월 25일 국내 개봉한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 주연의 《프로텍터》는 통상적인 한미 합작 영화의 공식을 뒤집고 있다. 《프로텍터》의 각본부터 캐스팅, 투자, 배급은 한국의 아낙시온과 블러썸엔터테인먼트 등이 참여하였으며, 미국 현지 배우와 스태프를 기용해 뉴멕시코에서 촬영을 완료한 뒤, 미국에서 먼저 개봉(3월 6일, 약 1,000관 규모)하고 한국에서 후속 개봉하는 구조를 택했다. 과거 한미 합작이 대체로 '할리우드 자본과 기획에 한국 인력이 참여하는' 방식이었다면, 《프로텍터》는 그 방향을 정반대로 뒤집은 셈이다.
한국 시나리오가 할리우드 배우를 만나기까지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아낙시온의 대표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문봉섭이다. 충무로에서 경력을 쌓은 그가 이번 《프로텍터》의 각본을 제작하였으며, 2024년 7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밀라 요보비치가 캐스팅되면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이후, 《존 윅》 시리즈에 참여한 미국의 스턴트 액션 전문 제작사 87노스 프로덕션(87North Productions)이 무술팀으로 합류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요보비치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로텍터》를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낸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A급 배우가 한국 작가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업계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이후 불어온 할리우드 ‘K-콘텐츠 열풍’의 연장선에 《프로텍터》가 있는 것이다.

《프로텍터》 스틸 <출처 Kobis>
‘K-할리우드’시대를 기대하며
《프로텍터》의 핵심적인 의의는 작품의 제작 구조에 있다. 한국 영화계가 해외 시장과 맺어온 관계는 오랫동안 '완성작을 영화제나 필름마켓에서 거래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최근 CJ ENM이 《부고니아》에서 기획·제작을 주도하거나, 워너브러더스가 한국 제작사에 《인턴》 리메이크를 제안하는 등 기획 단계부터의 공동 제작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아래, 《프로텍터》는 K-콘텐츠의 새로운 패러다임, ‘K-할리우드’ 시대를 위한 ‘첫 발자국’을 남겼다. 한국 영화가 콘텐츠의 '원산지'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제작 시스템의 '운영자'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기대한다.
참고자료
문화일보, ““한국 시나리오에 밀라 요보비치 출연… K할리우드 이제 시작””, 2026.03.17
MBC 뉴스, “한미 합작 할리우드 액션‥밀라 요보비치 '프로텍터'”, 2026.03.25
Nate 뉴스, “'K할리우드' 시대”,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