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 유럽의 선택: 우디네가 주목한 한국 영화의 서사적 깊이

제28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주요 초청작 <출처 참고자료 종합>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이탈리아 우디네(Udine)에서 열리는 제28회 우디네극동영화제(Udine Far East Film Festival) 경쟁 라인업에는 12개국 52편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한국 영화는 6편이다. 국내에서 1,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3위에 오른 사극 《왕과 사는 남자》, 제주 4·3사건을 다룬 《내 이름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의 긴박한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서울의 밤》 등 다양한 한국 영화가 이번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이번 초청작 중 눈에 띄는 점은 앞서 언급된 세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세 작품 모두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으며, 이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풀어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폐위와 유배라는 무거운 역사를 깊은 정서적 울림과 오락성을 겸비한 서사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거쳐 우디네에 입성한 《내 이름은》은 역시 제주 4·3 사건이라는 국가 폭력의 역사를 모자(母子)의 정체성 탐색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베를린 측은 동 작품이 "세련된 화법의 아이덴티티 드라마"라고 평가하였으며, 우디네 측은 "균형 잡힌 톤으로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하였다. MBC 제작 다큐멘터리 《서울의 밤》의 성과도 주목된다. 우디네극동영화제 28년 역사상 다큐멘터리가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바라체티 위원장은 《서울의 밤》을 "전 세계 사람들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라인업이 시사하는 바는, 유럽 영화제가 바라본 한국 영화의 가치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우디네극동영화제에 초청된 《올빼미》나 《남산의 부장들》 역시 한국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영화는 '역사적 기억의 서사적 재구성(narrative reconstruction of historical memory)'이라는 가치를 유럽 시장에 거듭 입증해 온 것으로 보인다. ‘무거운 주제’를 ‘대중 친화적인 문법’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한국 영화만의 차별적인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우디네극동영화제 현장 <출처 우디네극동영화제 공식 SNS>
한편, 이번 우디네극동영화제에는 상기 세 작품 이 외에도 김태용 감독의 《넘버원》,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이 경쟁 부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참고자료
국민일보, “‘내 이름은’ ‘서울의 밤’ 등 6편, 우디네극동영화제 경쟁行”, 2026.04.03
한국일보, “'내 이름은', 베를린 이어 우디네영화제 초청… '왕사남'과 나란히”, 2026.04.03
The Korea Times, “‘My Name’ confronts trauma of Jeju April 3 Uprising”,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