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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이 먼저 알아본 영화: 박훈정 장르 문법이 유럽 판타스틱 영화제를 관통하다

2026.04.27
  • 출처 KoBiz
  • 조회수250

국내 개봉 전, 유럽이 먼저 알아본 박훈정 감독의 장르 세계

 

 

영화 '슬픈 열대'

《슬픈 열대》 포스터 <출처 SBS 연예뉴스>

박훈정 감독의 신작 〈슬픈 열대〉가 국내 개봉에 앞서, 유럽의 두 영화제로부터 먼저 주목을 받았다. 작년 10월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초청장을 건넸고, 지난 4월 18일 벨기에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FF)는 수상 트로피를 안겼다. 

제44회 브뤼셀영화제 국제 경쟁 부문에서 〈슬픈 열대〉가 받은 상은 심사위원특별상인 '은까마귀상'이다. 올해 국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수상의 무게는 더 묵직하다. 심사위원단은 수상 이유로 "거대한 세계관과 대담한 스토리텔링, 독창적인 캐릭터, 그리고 높은 완성도의 대규모 액션 시퀀스"를 꼽았다. 단순히 장르적 자극이 강하다는 평이 아니다. 세계관의 규모, 서사 구조의 담대함, 그리고 기술적 완성도를 종합적으로 인정한 판정이다. 

작품은 열대우림을 지배하는 절대자 '사부'(김명민 분)가 조련한 어린 킬러 조직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느와르다. 조직 내부를 뒤흔드는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의심하고 피의 복수를 다짐하는 아이들의 서사는, 박훈정 감독이 〈신세계〉와 〈마녀〉 시리즈에서 갈고닦아 온 장르 문법—극단적 위계 구조, 내부 배신, 폭발적 폭력의 카타르시스—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 이신영, 박유림 등 신예 배우들이 가세해 강렬한 앙상블을 구성한다.

흥미로운 것은 박훈정 감독의 브뤼셀영화제 진출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브뤼셀영화제에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즉 〈슬픈 열대〉의 수상은 우발적 성과가 아니라, 유럽 판타스틱 영화제 큐레이터들이 박훈정 감독의 작품 세계에 보내는 일종의 지속적 신임 투표에 가깝다.

이번 수상이 갖는 산업적 함의는 단순한 수상 소식을 넘어선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은 주로 두 가지 경로로 이해되어 왔다. 하나는 봉준호·이창동·홍상수로 대표되는 아트하우스 루트, 다른 하나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개척한 글로벌 OTT 루트다. 그러나 브뤼셀에서 〈슬픈 열대〉가 보여주는 것은 세 번째 경로의 가능성이다. 장르 고유의 미학과 밀도로 승부하는 '판타스틱 서킷'이라는 루트가, 한국 장르영화에게 독자적인 해외 무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이 영화제 수상 모멘텀을 어떻게 실질적인 해외 배급 성과로 연결하느냐다. 영화제 수상이 주목도를 높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글로벌 관객과의 실질적 접점—스트리밍 플랫폼 계약이든 극장 배급이든—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절반의 성과에 그친다. 〈슬픈 열대〉가 국내 개봉 이후 어떤 해외 배급 전략을 취하느냐는, 한국 장르영화가 판타스틱 서킷을 단순한 수상 무대가 아닌 실질적 유통 경로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참고자료

  • 연합뉴스, "박훈정 신작 '슬픈 열대', 브뤼셀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2026.04.20

  • SBS 연예뉴스, "박훈정 신작 '슬픈 열대', 제44회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은까마귀상' 수상", 2026.04.20

  • MBVC TV, "박훈정 감독 신작 '슬픈 열대'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 '은까마귀상' 수상!", 202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