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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자리를 인도에서 한국으로 옮기다, 수필름 인터뷰

2026.10.28
  • 출처 KoBiz
  • 조회수100

한-인도네시아 리메이크 공동제작 〈나의 운명 찾기〉(가제), IP를 파는 대신 직접 만들러 간 수필름을 만나다

 

한국 제작사가 자사 영화의 해외 리메이크 권리를 판매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오히려 그 권리를 판매하지 않고 직접 현지로 건너가, 그 나라의 언어로 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더 드물 것이다. 〈김종욱 찾기〉(2010)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을 제작한 수필름은 후자를 택했다. 첫사랑의 기억이 시작되는 공간은 원작의 인도에서 한국으로 바뀌었고, 각색은 인도네시아 작가 데오 마하메루가 맡았으며, 연출은 한국의 홍지영 감독이 맡아 인도네시아어로 찍었다. 현지 제목은 〈MENCARI BUDI〉, ‘부디를 찾아서’다.

 

지난 9월 자카르타에서 3주간의 현지 촬영을 마쳤고, 주인공 사라스와 파자르는 인도네시아 배우 나디야 아리나와 디온 위요코가 연기한다. 남은 것은 첫사랑의 기억이 머무는 공간, 서울에서의 촬영이다. 인도네시아 개봉은 2027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감독이 참여한 인도네시아 영화가 아니라 한국 제작사가 만든 인도네시아 영화. 그 차이를 분명히 하고 싶다는 수필름 민진수 대표를 만났다.

2026년 9월, 자카르타 촬영 현장. 서점 겸 카페 ‘KOBAM’ 앞에서 촬영팀이 대기하고 있다. (제작사 제공)

IP를 파는 대신, 만들러 갔다

- 자사 IP의 해외 리메이크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수필름은 지금까지 28편을 제작했다. 그동안 해외 리메이크는 주로 투자배급사가 리메이크 권리를 해외 제작사에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원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한국 제작사가 직접 현지 파트너와 함께 기획하고 개발해, 새로운 현지 영화로 만드는 방식에 도전한다. 제작사는 한 작품을 위해 몇 년씩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개발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쌓는다. 그런데 정작 완성된 IP를 해외에서 다시 활용할 때 제작사가 적극적인 주체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왜 베트남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였나

- 한국 제작사의 동남아 진출이라면 베트남이 먼저 떠오른다. 인도네시아를 택한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있는 지인을 통해 현지 영화산업 자료를 꾸준히 받아보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 관객의 높은 관심을 접했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 투자사와 제작사의 진출이 활발한 시장이다. 우리는 아직 한국 제작사가 많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 먼저 도전해보고 싶었다. 판권을 파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작 IP를 가진 제작사가 현지 파트너와 직접 리메이크를 만든다면 의미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 INNIKOR PICTURES와는 어떻게 연결됐나.

영화 〈파과〉를 제작하던 시기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제작진이 참여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 경로로 알아보던 중, 〈파과〉에 출연한 이혜영 배우의 소속사 대표를 통해 INNIKOR PICTURES 대표를 소개받았다. 인도네시아 시장과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함께할 프로젝트를 논의하게 됐고, 그렇게 수필름과 INNIKOR PICTURES, 블루드래곤 엔터테인먼트가 함께 〈김종욱 찾기〉 리메이크를 시작했다.

첫사랑의 공간이 인도에서 한국으로

- 인도네시아 버전은 어떤 작품이 되나.

원작의 유쾌함과 따뜻함, ‘첫사랑 찾기’라는 기본 구조는 유지하면서 인도네시아 관객이 자기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각색했다. 가장 큰 변화는 첫사랑의 의미다. 원작의 ‘김종욱’이 짧은 만남이었지만 제대로 끝맺지 못해 마음에 남은 첫사랑의 이미지에 가깝다면, 인도네시아 버전의 ‘사라스’와 ‘부디’는 한국을 여행하며 실제로 사랑을 나눈 관계다. 두 사람이 한강에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서울을 여행한 기억과 사진이 사라스에게 남아 있다.

그래서 첫사랑을 ‘찾지 못했던 사람’이 아니라 ‘분명 사랑했지만 그 시간에 멈춰버린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10년 뒤 사라스는 부디를 찾는 과정에서 ‘파자르’라는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과거의 사랑이 진짜였다고 해도, 그 사랑이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운명일까. 이 작품은 원작의 정서를 바탕으로 ‘첫사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운명’을 이야기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 여러 IP 중에서 〈김종욱 찾기〉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원작에서 ‘인도’였던 첫사랑의 공간을 ‘한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인도라는 낯선 여행지가 첫사랑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었다면, 인도네시아 버전에서는 한국이 그 역할을 한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인도네시아 관객에게, 젊은 시절 한국을 여행하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는 설정은 설레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국에서 만난 잊지 못할 첫사랑’이라는 감정의 기억으로 쓰고 싶었다.

- 각색에서 가장 크게 바꾼 것은 무엇인가.

인물들의 직업과 가족관계, 사랑과 결혼을 바라보는 방식은 적극적으로 현지화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의 변화가 중요했다.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도 여성의 삶과 결혼, 자기결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가족이 원하는 안정적인 결혼과 자신이 원하는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삶과 사랑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발견하는 인물로 확장했다.


“현지화란 대사와 배경만 인도네시아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원작을 사랑받게 만든 감정과 이야기의 구조는 지키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의 인도네시아 사람들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현장에서 배우와 장면을 점검하는 모습. 인도네시아 촬영에는 감독·촬영감독·조감독만 한국 스태프가 참여하고 나머지 파트는 모두 현지 스태프가 맡았다. (제작사 제공)

한국 감독이 만드는 인도네시아 영화

- 한국 감독이 인도네시아어 영화를 연출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한 것인가.

목표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한국영화를 인도네시아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만들어 인도네시아 관객에게 보여주는 ‘인도네시아 영화’다. 그래서 각색을 인도네시아 작가 데오 마하메루에게 맡겼는데, 초고부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원작을 만들 때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 지점도 있었다. 완성된 한국 시나리오를 들고 가는 방식은 지양했다. 홍지영 감독은 그 초고 단계부터 작가와 소통하며 시나리오를 함께 발전시켰고, 콘티 작업과 촬영 준비를 거쳐 최종 촬영고를 완성했다.

- 홍지영 감독을 택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세 가지를 봤다. 인도네시아 배우들과 영어로 직접 소통하며 섬세한 감정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로맨틱 코미디 연출 경험과 이해가 있는가, 한국보다 짧은 현지 촬영 스케줄 안에서 순발력 있게 현장을 판단할 수 있는가. 이 기준에서 홍지영 감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 두 개의 현장

- 수필름과 INNIKOR PICTURES는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각자 잘하는 영역을 나눴다. 수필름은 리메이크를 기획했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제작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현지 네트워크가 있고 한국 감독과 현지에서 영화를 만들어본 INNIKOR PICTURES와 손잡았다. 두 회사가 함께 인도네시아 작가와 시나리오를 개발했고, 현지 촬영에서는 INNIKOR PICTURES가 배우와 스태프, 로케이션 등 프로덕션 전반을 맡았다. 영화 속 한국 촬영 분량은 수필름이 담당한다. 배급은 현지 극장산업과 관객을 잘 아는 인도네시아 배급 파트너와 함께할 예정이다.

야간 촬영을 준비하는 현장. 인도네시아 프로덕션은 INNIKOR PICTURES가 맡았고 현지 프로듀서는 송현주가 담당했다. (제작사 제공)

권리와 돈의 구조

- 원작인 〈김종욱 찾기〉는 뮤지컬이 원작이다. 권리 구조가 단순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 권리 구조가 조금 특수하다. 처음 영화화할 때 원작자와의 계약으로 영화화 권리뿐 아니라 해외 리메이크 권리까지 확보해뒀다. 다만 계약이 오래전에 체결된 만큼 이번에 원작자에게 다시 동의를 구했고, 영화 IP를 함께 보유한 투자배급사와도 협의를 거쳐 권리관계를 정리한 뒤 제작에 들어갔다.

- 투자·수익 구조와 저작권 배분은 어떻게 설계했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한국 제작사가 직접 현지 영화를 만드는 사례가 많지 않아, 현지 투자 유치보다는 한국에서 제작비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구조는 한국영화의 투자·제작 방식을 따랐다. 투자금을 먼저 회수하고 이후 수익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약정에 따라 나누며, 저작권도 함께 보유한다. 양국 공동제작이 이어진다면 현지 투자사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공동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가장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이 제작비 조달이었다. 새로운 시장에서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제작사가 민간투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지원사업 선정은 제작비 일부를 받았다는 의미를 넘어, 공적으로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이후 다른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 ASEAN 국가들과의 공동제작이 활발해진다면, 기획개발부터 배급까지 연결하는 한-ASEAN 공동제작 지원제도로 확대되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해준 셈이다.”

‘영화인의 진출’과 ‘제작사의 진출’

- 한국 IP를 동남아에서 현지어로 리메이크하는 방식이 최근 늘고 있다. 이 모델을 어떻게 보나.

코로나 이후 한국 영화산업은 아직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고, 일부 감독과 배우의 흥행 가능성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자기 색깔로 작품을 개발해온 제작사들이 새 영화를 꾸준히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는 단순한 대체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시장이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무엇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축적해온 IP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언어와 문화에 맞게 다시 개발한다면, 하나의 IP가 여러 시장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영화인의 해외진출’과 ‘한국 제작사의 해외진출’은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 ‘영화인의 해외진출’과 ‘제작사의 해외진출’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제작사는 투자배급사보다 자본도, 해외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좋은 IP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시나리오 현지화와 신뢰할 수 있는 제작 파트너, 투자와 배급까지 하나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감독이나 배우가 해외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것만으로 한국 제작사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작사가 자신의 IP로 현지 파트너와 함께 기획하고 투자·제작·배급까지 참여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이 된다. 이번 작품이 그 첫 시도다.

자카르타 촬영은 9월 4일부터 27일까지 이어졌다. 한국 촬영은 10월 21일 서울에서 시작된다. (제작사 제공)

- 해외 공동제작을 준비하는 제작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필름도 이번이 처음이라 조언보다는 배우는 과정에 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건 현지화된 시나리오였다. 현지 관객이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시나리오가 나오자,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인도네시아 배우들 덕분에 캐스팅도 생각보다 원활했다. 오히려 그다음, 투자를 확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만나는 과정이 더 어려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제작사들이 자신의 작품과 IP에 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누군가 먼저 시도하고 그 경험을 나누다 보면 이런 도전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준비하는 곳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