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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OTT 동시 개봉, 할리우드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2021.01.05
  • 작성자 김수빈
  • 조회수752
워너의 극장, OTT 동시 개봉 결정,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다

 

 

지난해 11월, 워너브라더스는 신작 <원더우먼 1984>를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개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2월 3일(현지 시간)에는 이 같은 방식을 2021년 개봉 예정인 신작 17편 모두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선포했다. 워너브라더스의 2021년 신작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2>, <고질라 VS. 콩>, <듄>, <매트릭스4> 등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존 추 감독의 <인 더 하이츠>, 게임 원작의 <모탈 컴뱃>, <톰과 제리> 실사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크라이 마초>, 덴젤 워싱턴 주연의 스릴러 영화 <더 리틀 띵스>, <컨저링3> 등이 포함되어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최소 내년 가을까지 코로나19 확산세로 극장 영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우리를 OTT 미끼 상품으로 전락시켰다.

 

 

 

워너브라더스의 계획은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격렬한 반발로 이어졌다. 워너미디어는 영화의 주요 출연진, 배급 파트너들과 별다른 논의가 없이 해당 계획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영화 제작진들은 발표 90분 전에 이 소식을 인지했다. 신작 <테넷>을 비롯해 2002년부터 워너브라더스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스튜디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할리우드리포터』에서 “산업의 중요한 감독과 배우들은 훌륭한 영화사와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가 눈 떠보니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워너가 작품을 위해 노력한 배우와 감독들을 “이제 막 출시된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끼 상품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워너를 통해 <듄>을 선보일 예정이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은 『버라이어티』 특별 기고문에서 “뉴스로 소식을 접했다”고 밝히며 “(워너미디어의 모회사) AT&T는 HBO맥스가 시장에서 실패하자 관객을 모으기 위해 워너브라더스의 2021년 신작 전체를 희생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팀워크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워너브라더스는 자신들이 더 이상 같은 팀이 아님을 선언해버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 워너의 결정은 <듄>을 도살한 것

 

 

 

개봉작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란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나 <듄>같은 범주와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순 없다”며 “이 영화의 이미지와 사운드는 극장에서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고 지적했다. “<듄>은 나의 최고작”이라고 밝힌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워너는 어쩌면 <듄>이라는 프랜차이즈를 도살한 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극장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영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끝나면 극장은 다시 관객들로 가득 찰 것”이라며 “AT&T는 영화라는 중요한 매체를 보호하기 위해 책임, 존중, 배려를 가지고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에 대한 보상안 미흡, 워너는 대체할 수 없는 인재들 놓친 셈

  

 

 

작품 수익에 따른 보상 문제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작들은 HBO맥스가 출시되지 않은 글로벌 시장에선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지만 미국같은 큰 시장에서 HBO맥스가 주요 개봉 경로가 되면 박스오피스 수익이 크게 줄기 마련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원더우먼 1984>를 극장과 HBO맥스에 동시 개봉하기 전에 갤 가돗, 패티 젠킨스에게 1천만 달러의 추가 수익을 지급했다. 워너브라더스는 <원더우먼> 시리즈의 3편 제작을 준비 중이었고, 두 사람은 극장 단독 개봉과 박스오피스 성적에 따른 추가 수익을 지급받기로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문제는 다른 창작자들에게도 유사한 수준의 보상안을 내놓지 못한 것에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덴젤 워싱턴, 마고 로비, 윌 스미스, 키아누 리브스, 휴 잭맨, 안젤리나 졸리 등 워너브라더스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소속사는 왜 이들이 갤 가돗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감독조합(DGA) 등 주요 창작자 조합을 중심으로 워너브라더스 보이콧 움직임도 돌기 시작했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고질라 VS. 콩>의 투자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워너브라더스를 상대로 소송을 고려 중이다. 앞서 넷플릭스가 2억 2,500만 달러에 이 영화의 판권 구입을 문의한 바 있다. 레전더리는 이 영화 제작비의 75%를 지불했지만, 워너에게 판매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기에 계약이 무산됐다. 이후 레전더리는 이 영화의 HBO맥스 스트리밍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해 워너 측에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다가 12월 초 동시 개봉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된 <듄>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체에 따르면 빌리지 로드쇼, 브론 등 워너 영화에 투자한 다른 회사들도 소송을 고려 중이다. 모펫네이선슨 미디어 리서치 회사의 설립자인 마이클 네이선슨은 “워너브라더스는 오랜 시간 재능 있는 영화인들이 활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이었고, 이 점이 주요한 경쟁력으로 통했다”면서 “이번 조치로 그들은 그동안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던 바로 그 인재들을 멀어지게 했다. 이들은 단순히 교체될 수 있는 기술자들이 아니다”라고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워너와 HBO맥스의 거래, 계열사 간 자기 거래에 불과

 

 

워너미디어의 계획에 따르면 HBO맥스는 워너브라더스에게 31일간 동시 제공에 대한 라이선스 요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요금은 배급사가 미국 내 티켓 판매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티켓 판매 수익은 배급사와 극장이 50대 50으로 나눠가진다. 이 외에도 상영 스크린 개수를 비롯해 다른 요소들이 요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HBO맥스와 워너브라더스는 이에 대해서도 1천만 달러 또는 제작비 25% 중 더 큰 금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투자사, 배우 에이전시 등 관계자들은 워너미디어가 작품 제작 과정에 참여한 회사나 사람들을 위해 수익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워너브라더스와 HBO맥스의 거래가 계열사 간 자기 거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회사들이 워너브라더스 영화에 투입한 비용을 살피기 위해 워너가 선의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워너, “영화인들의 비판 고통스럽다”



워너미디어의 제이슨 킬라 CEO는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비판에 대해 “고통스럽다”면서도 “지금 같은 팬데믹 상황을 헤쳐 나가면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뉴욕타임즈』를 통해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보낼 상황은 없다”며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변화가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음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과 배우들이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좀 더 민감했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고객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고객을 대신해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워너는 이번 배급 방식이 펜데믹 상황에 국한된다고 했으나 많은 영화인들은 워너가 플랫폼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이 같은 개봉 방식을 견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