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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계 실업률 70%... 할리우드 파업 여파, 한국의 과제는?

2025.07.11
  •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 조회수26

2024년 영국 영화 및 TV산업 고용현황과 해결방안

 

2023년 7월 시작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파업으로 미국의 영화와 TV 방송 제작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영국 영화 및 TV 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특히 할리우드 자본으로 제작되는 영국의 대내투자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으로 이 분야 산업 종사자 상당수가 실직하거나 고용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방송, 엔터테인먼트, 통신 및 연극 연합(Broadcasting, Entertainment, Communications, and Theatre Union, 이하 ‘BECTU’)는 이러한 영국 영화 및 TV 산업의 고용에 먹구름이 낀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2024년 2월 9일에서 16일 사이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 4160명을 대상으로 ‘할리우드 파업이 영국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고용 실태와 그에 따른 충격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영화 및 TV 자선단체(FTC)도 2023년 10월, 2,026명을 대상으로 재정 상태를 점검하는 별도 조사를 실시했다.

본 보고서는 두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파업 이후 영국 영화 및 TV 산업의 고용 실태, 종사자들이 겪는 경제적·정신적 충격, 향후 전망과 과제를 살펴보고, BECTU가 제안하는 해결책도 알아보고자 한다. 본문의 내용은 대부분 BECTU의 설문 조사 보고서(이하 ‘BECTU 보고서’)와 영화 및 TV 자선단체의 설문 조사 보고서(이하 ‘FTC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혀 둔다.


<영국 BFI IMAX 사진. 출처 BFI IMAX 홈페이지>

영화 및 TV 산업 고용 현황

영국 영화 및 TV 산업은 프리랜서 인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이다. 작업할 프로젝트 없이는 실력 발휘의 기회도 없다. 2023년 11월 종료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파업의 여파로 프로덕션의 예산과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영국의 대내투자 영화 제작 부문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왔다. 2024년 2월 기준 영국 영화 및 TV 산업 분야 프리랜서들의 고용 현황은 BECTU가 위기라고 진단할 만큼 좋지 않다.

BECTU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화와 TV 드라마 분야 종사자의 실업률은 각각 71%와 70%에 달하며, 논픽션 TV 프로그램을 포함한 전체 평균 실업률은 69%였다. 파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실업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프리랜서의 68%는 최근 3개월 내 고용 기간이 한 달 이하였으며, 응답자의 다수는 할리우드 파업으로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할리우드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 탓에, 파업 종료 이후에도 제작 재개까지의 공백기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라 영국 영화 및 TV 산업 분야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여파에서 회복하는 과정에 있는 상태인데, 세계적인 OTT사들의 제작 위탁 역시 줄어들고, BBC는 라이선스 수수료를 동결했으며, 광고 분야 불황까지 겹치면서 고용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여파로 인한 제작비 상승까지 겹쳐 고용에 폭풍급의 파급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할리우드발 파업에 영국 내부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영화 및 TV 산업 분야의 침체가 할리우드의 파업 중단 이후에도 지속되어 고용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BECTU는 산업 종사자의 30%가 향후 5년 이내에 업계를 떠날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안정한 고용 현실이 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 설문 결과

영화 및 TV 산업의 계속되는 침체로 인해 종사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FTC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4명 중 1명만이 ‘편하게 살고 있다’ 또는 ‘괜찮다’고 응답한 반면, 절반 가까이는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다’ 또는 ‘꽤 힘들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그럭저럭 견디고 있다’고 응답해, 다수 종사자들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 형태에 따라 재정 상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프리랜서의 45%가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응답한 반면, 정규직은 30%였다. 반대로 ‘괜찮다/편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정규직이 44%로, 프리랜서(23%)보다 훨씬 높았다. 산업별로는 영화 분야가 평균보다 높은 60%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이는 할리우드 파업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장애가 있거나 장기 건강 문제를 가진 종사자, 돌봄 책임이 있는 경우에도 어려움이 컸으며, 연령별로는 55세 이상이 가장 높은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남성은 여성보다, 백인은 비백인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성이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회복력을 보여주는 저축액 항목에서도 우려스러운 결과가 나타났다. 응답자의 42%가 저축액이 1,000파운드 이하라고 답했으며, 이는 영국 전체 인구 대비 높은 수치다. 이 집단은 재정적 어려움을 더 크게 호소했고, 저축액이 많을수록 어려움은 적었다.

현금 보유액 변화에 대한 응답에서는 60%가 지난 1년간 ‘상당히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특히 보유액이 적은 집단일수록 감소 폭이 더 컸다. 이는 이미 취약한 상황에서 현금까지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종사자들의 경제적 회복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BECTU와 FTC 보고서 모두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할리우드 파업이 한창이던 2023년 9월과 파업이 종료된 2024년 2월 사이, 종사자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으며 일부 항목에서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공과금 납부가 어려운 비율은 증가했고, 이를 위해 대출이나 사채를 이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정부 지원을 신청한 비율 또한 소폭 증가했다.

향후 고용 전망도 어둡다. 설문 응답자의 다수가 향후 6개월간 일할 기회가 '아주 적다'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프리랜서의 불안감이 더 컸다. 고용 불안이 계속되자 산업을 떠나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TV 드라마 분야 종사자 중 30%는 5년 이내 업계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여성과 흑인 응답자에서 이 비율은 더 높았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의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도 선임 직책에서 여성, 소수 인종, 장애인의 비중은 낮은 상황인데, 고용 위기로 인해 이들이 산업에서 이탈할 경우 포용성과 다양성은 더욱 퇴보할 수밖에 없다. BECTU는 이번 위기가 기존의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부 종사자들은 “경제적 기반이 없으면 이 산업에서 생존이 어렵다”고 토로했고, “현재의 분위기는 다양성에 쐐기를 박는 상황”이라며 고용 불안이 곧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장애인 스태프들은 장기 실직 상태를 호소하며 이 산업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산업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는 영화 및 TV 산업의 미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런던 시위 현장에서 포착된 영국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노조 BECTU의 깃발. 출처 BECTU 홈페이지>

BECTU의 해결방안

BECTU는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2023년 할리우드 파업의 파급 효과로 영국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들이 맞닥뜨린 불안정한 고용 현실과 그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파악했다. 영화와 TV 산업의 특징이기도 한 급등과 붕괴 현상은 안전망이 없는 프리랜서들을 특히 취약하게 만드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 분야 산업 자체가 원래 갖고 있는 불안정성이 산업 침체기의 프리랜서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들의 탈산업이 이어지고, 특히 소수자 그룹이 빠져나감으로써 다양성과 포용성이 퇴보할 수도 있으며 이 산업의 생존 가능성 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 BECTU는 몇 가지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영국에는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는 유니버설 크레딧(Universal Credit)이라는 정부 지원금이 있다. 유니버설 크레딧은 실직자와 자영업자 또는 시간제 근무자, 그리고 건강 문제 등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국민들에게 지원하는 지원금으로, 연간 최대 수입이 현금, 저축액, 투자액 모두 포함해 16,000파운드 이하일 때 제공된다. 그런데 유니버설 크레딧 자격 대상이 되기 위한 수입 계산 시점 적용 시, 고용과 실직이 반복되는 이 분야 프리랜서 근로자들에게 부적절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예를 들면 현재는 실직 상태이나 프리랜서 근로자의 수입이 괜찮은 시점의 임금에 기반해 연간 최대 수입이 계산되는 경우, 유니버설 크레딧 지원 대상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BECTU는 프리랜서 근로자들을 지원할 수 있게끔 이 지원금의 지원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영국 정부에 제안했다.

BECTU는 또한 외국의 지원 제도도 소개하는데, 그 중 하나는 프랑스의 실직 보험이다. 프랑스의 실직 보험은 창조산업 종사자가 일정 시간 일을 한 경우, 실직 기간 동안 실업 수당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아일랜드 정부의 기본 급여 실험 정책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금전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기본 급여를 지원하는 계획안을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BECTU는 프랑스와 아일랜드 정부의 지원 방식을 고려할 것을 영국 정부에 제안했다.

BECTU는 또한 현재의 일자리 부족이 여성과 장애인, 소수 인종 등이 이 산업 분야에서 빠져 나가는 현상을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이 산업 분야에서 평등과 다양성이 퇴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BECTU는 노조와 노조원들이 논의의 중심에 서서 이 산업을 살리기 위해 할 일을 함께 의논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이 경우 정부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가는 글

이상으로 영국 영화 및 TV 산업 고용 현황과 그로 인해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더불어 향후 전망과 BECTU가 제안하는 해결책도 살펴보았다. 할리우드에서 제작을 지원하고 영국에서 후반 작업을 진행하는 대내 투자 프로덕션에 크게 의존하는 영국 영화 및 TV 산업의 구조상 할리우드의 영향권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할리우드 프로덕션의 제작 진행 여부에 따라 요동치는 고용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나, 이 문제는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은 아니다. 

다만, 고용이 위기인 상황에서도 이 분야 산업 종사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이 산업 분야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BECTU가 제안하는 영국 영화 및 TV 산업 위기 타파를 위한 해결책들은 모두 이들 산업 종사자들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고용 상황에서도 이 산업 분야를 이탈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한국의 영화 및 TV 산업 구조는 영국과는 다르므로 고용 위기의 원인이 같지는 않겠으나 영국 영화 및 TV 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위기에도 버틸 수 있도록 제안된 정책들은 참고할 만하다.

<KOFIC 통신원리포트 2024_Vol.48 영국 영화 및 TV산업 고용현황과 해결방안> 상세 보고서는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상희 영화진흥위원회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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