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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영화산업, 옥자와 케데헌의 격세지감…OTT 득세에 밀린 극장

2025.09.10
  • 출처 연합뉴스
  • 조회수169

상반기 관객 작년比 32.5% 감소…상업영화 작년 37편→올해 25편 안팎

제작·투자 감소에 OTT로 가는 감독들…"OTT 친숙해지고 눈 높아진 관객들"

 

 

<영화 '옥자'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2017년 극장가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사건이 있었다. 넷플릭스의 투자·제작으로 만들어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려 했으나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극장의 유통 질서를 붕괴하는 일"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옥자'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프랑스 극장협회가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칸은 극장 상영작만 경쟁 부문에 초청될 수 있다는 조건을 신설했다. 

 

8년 뒤인 2025년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전 세계적인 돌풍 이후 극장가 풍경은 사뭇 다르다. 넷플릭스 공개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북미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극장 상영이 확정됐다. '골든', '소다팝' 등 '케데헌' 대표 OST를 관객들이 따라부르며 영화를 관람하는 '싱어롱' 방식의 특별 상영이다. 북미에서만 1천700여 개 상영관이 참여했고, 초기 상영 1천회 이상이 매진되며 추가 편성도 검토되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옥자' 사례에서 보듯이 영화라는 건 일단 극장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관념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관념도 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OTT 영향력은 전과 비교 불가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주요 OTT 서비스 앱의 합산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천89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사이 약 360만명(21%)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극장은 관객 수와 상업영화 개봉작 수 모두 줄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4천250만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5% 감소했다. 또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영화 개봉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45편이었으나 지난해 37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25편가량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OTT 이용자 수는 점차 늘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 극장 관계자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기간 OTT를 통해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콘텐츠를 보는 눈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이제는 웬만큼 잘 만든 영화가 아니라면 극장에 가려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도 투자가 안 된다거나 제작비가 부족하면 관객들의 눈높이를 못 맞추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극장 영화로 데뷔하고 이름을 알린 감독들이 잇따라 OTT로 넘어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도가니'(2011), '남한산성'(2017) 등 극장 개봉작으로 사랑받은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세계적 히트작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만들었다.

 

2021년 첫 시리즈 공개 당시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제작비도 많이 들고 내용이 다소 극단적인데, 넷플릭스는 형식과 수위, 길이 등에서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행'(2016)의 연상호 감독은 2021년 미스터리 드라마 '지옥'에 이어 영화 '정이'(2023), '기생수: 더 그레이'(2024) 등 잇따라 넷플릭스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가능한 사랑'으로 돌아오는 이창동 감독의 새 무대도 넷플릭스다. '가능한 사랑'은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구상한 작품이지만, 국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OTT 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은 평론가는 "사람들이 워낙 극장에 가지 않고, 극장 개봉작이라도 'OTT에 공개되면 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영화계로의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할인쿠폰은 응급 수혈…관객 잡을 열쇠는 '좋은 영화'


"제작 활성화 위한 생태계 회복 우선"… 작품 다양성·신인 감독 육성 관건 영화관은 관람 

경험 높일 특별관으로 차별화…투자 확대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

 

 

<영화관 할인쿠폰 배포 직후 붐비는 영화관. 출처 연합뉴스>

 

 

한국 영화는 갈수록 사람들이 적게 보고, 적게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관객 수를 늘려보려는 목표로 '영화티켓 6천원 할인 쿠폰'을 배포하는 '응급 수혈'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멀티플렉스 3사와 독립영화 전용 극장 등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 450만 장을 배포했다. 시행 당일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누리집과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한때 마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고, 현재까지 40% 이상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침 개봉한 조정석 주연의 영화 '좀비딸'은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4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하는 등 효과도 있었다.

 

CGV 관계자는 "영화소비쿠폰 사용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 10명 중 3명이 지난 1년간 영화관에 방문하지 않았던 고객이었다"며 극장에서 멀어졌던 관객을 불러 모으는 효과가 일부 있었다고 분석했다.

 

 

<영화 '좀비딸' 선택하는 관객.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할인쿠폰은 일시적 대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기적으로 영화산업을 살리려면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토대 조성과 지원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 운영위원인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나무의 뿌리를 살릴 방안이 필요한데, (할인쿠폰은) 나뭇가지에 붙은 벌레를 잡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좋은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면서 관객들이 돌아오는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제작을 활성화해 영화의 순환 생태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은 지난달 취임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영화인들을 만나 약속한 부분이기도 하다. 최 장관은 지난 14일 영화계 인사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영화산업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관객들에게 높은 접근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상황에서 '볼 만한 극장 영화 한 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식당으로 치면 음식점의 메뉴가 여러 개 있어야 음식을 고를 수 있는데, 지금 영화계에선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콘텐츠 이용 환경을 고려한 다양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인 감독과 영화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도 콘텐츠의 다양성을 키우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인재 양성을 위해선 영화 산업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로 여겨지도록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플랫폼을 늘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웰메이드 작품의 가치와 관람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극장의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대형 화면과 좋은 음향, 영화에 따라서는 3D나 4DX 같은 특수한 효과들로 OTT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IMAX와 스크린X(CGV), 돌비시네마(메가박스), 수퍼플렉스·광음시네마(롯데시네마) 등 큰 화면과 생생한 음향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특별관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CGV 관계자는 "특별관은 집이나 모바일 환경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기술을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병헌 주연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극장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는 촬영할 때부터 후반작업까지, 밤에 우는 새소리나 화면 구성에서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부분의 색깔까지 공들여 매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스크린과 좋은 스피커, 캄캄하고 폐쇄된 환경에서 감상해야 제가 선사하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다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극장이 저에겐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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