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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실패, 스트리밍의 성공: '휴민트'가 드러낸 한국 영화 산업의 딜레마

2026.05.01
  • 출처 KoBiz
  • 조회수351

‘글로벌 1위’의 이면, 한국 영화 산업이 마주한 질문

 

사진=넷플릭스 투둠 제공

《휴민트》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부문 1위 <출처 일간스포츠>

류승완 감독의 스파이 누아르 '휴민트'가 극장 개봉 49일 만에 넷플릭스로 직행했고, 공개 닷새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230억 원 규모의 대작이 극장에서 200만 관객도 채우지 못한 채 OTT로 향한 이 사례는, 한국 영화 산업의 유통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공개 닷새 만에 기록한 1,100만 시청 수는 작품의 잠재력을 증명했지만, 시에 그 잠재력이 극장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에서야 비로소 발현됐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 산업이 지금 어떤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넷플릭스 직행의 배경에는 파격적인 매입 조건이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에서 발생한 적자를 사실상 전액 보전하는 조건으로 판권을 매입했다. 흥행 실패의 재무적 후폭풍을 단숨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배급사로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이는 '휴민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 개봉했다가 14만 관객에 그친 '프로젝트Y' 역시 넷플릭스 공개 후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장르물의 '손실 보험'으로 기능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제동하려는 시도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극장 상영 종료 후 최대 6개월이 지나야 OTT 공개가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홀드백을 지지하는 측은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다'는 희소성이 살아있어야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는 점, 그리고 IPTV·VOD 등 순차적 유통이 정착돼야 다층적 수익 구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영화인 581명은 지난 4월 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홀드백이 오히려 제작 투자를 위축시키고, 관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접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단기적 손실 보전 논리가 산업 전반의 자생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를 매입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플랫폼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완성도 높은 장르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다. 그러나 OTT를 통한 수익이 다음 작품에 대한 제작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단기 손실을 메우는 데 그친다면, 국내 영화 산업은 독자적인 기획력과 투자 생태계를 확장할 동력을 점차 잃게 된다. 결국 지금 한국 영화 산업에 필요한 것은 홀드백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플랫폼 자본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으로 환류되도록 하는 구조적 설계다.


참고자료

  • 일간스포츠, "’휴민트’ 넷플릭스 1위로 보는 홀드백 논쟁", 2026.04.20

  • 비즈한국, "극장에서 망한 ‘휴민트’가 넷플릭스서 1위 한 이유’", 2026.04.22

  • arte, "죽다 살아난 영화 '휴민트'... 고액에 산 넷플릭스의 계산법",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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