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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넷플릭스의 선택: K-콘텐츠는 여전히 '전략적 자산'인가

2026.01.14
  • 출처 KoBiz
  • 조회수38

25억 달러 투자 사이클의 마지막 해, 한국 콘텐츠 산업이 마주한 구조적 질문

 

2021~2025년 방영된 《오징어 게임》의 병사 복장을 한 퍼포머들이 서울 중심가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6월 28일 서울에서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 공개를 기념하는 출연진 팬 이벤트가 이어졌다.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4월, 한국 정부와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는 워싱턴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5억 달러, 한화로 약 3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집행한 총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 약속은 K-콘텐츠 산업에 일종의 안전판처럼 작용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6년, 투자 사이클의 마지막 해가 도래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안에 2027년 이후의 한국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거나, 현행을 유지하거나. 세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국내 방송사와 영화 투자·배급사들의 재정이 고갈된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레이어다. 넷플릭스의 결정은 단순히 양사 간 거래 조건을 넘어, K-콘텐츠 산업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아시아 콘텐츠 지형의 재편: 태국과 일본의 부상

넷플릭스의 아시아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넷플릭스는 글로벌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 위에 지역 콘텐츠와 현지 콘텐츠를 쌓는 3층 구조를 유지해왔다. 한국 콘텐츠는 이 구조에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핵심 교두보였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소지역 거점'이라 부르는 접근법이다.

태국이 대표 사례다. 넷플릭스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태국에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한국 투자 규모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제작 비용 역시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금액으로 다섯 배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태국 콘텐츠는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태국산 호러 영화와 BL 장르는 이미 동남아 지역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를 앞서기 시작했다. 좀비 서바이벌 영화 《Ziam》은 올해 넷플릭스 비영어권 글로벌 영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일본은 자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넷플릭스가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원피스》, 《유유백서》, 《기생수》 등 일본 원작의 실사 영화화에 할리우드급 예산을 투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5년 11월 공개된 시대극 《Last Samurai Standing》은 비영어권 시리즈 글로벌 1위를 차지했고, 88개국에서 Top 10에 진입했다. 일본 오리지널이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사무라이를 소재로 한 시대극이 서구 관객에게도 통한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일본 콘텐츠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현주소: 비용 우위의 상실과 국내 생태계 공동화

한국은 더 이상 비용 효율이 높은 콘텐츠 생산 기지가 아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은 대작 영화와 시리즈를 다수 제작했지만, 상당수가 아시아 시장 밖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북미와 비교하면 비용상 이점이 사라졌고, 태국이나 동남아 경쟁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고비용 구조다.

경쟁국들의 강점은 뚜렷하다. 스페인과 멕시코는 5억 명에 달하는 스페인어 사용 인구를 아우른다. 태국은 동남아 현지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일본은 《원피스》, 《나루토》처럼 글로벌 팬덤이 검증된 원작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작비가 높고, 한국어의 언어 도달 범위는 제한적이며, 《오징어 게임》 이후 세계적 흥행을 입증한 오리지널 IP가 부족하다.

국내 상황은 더욱 어렵다. 지상파 3사와 종편, 케이블 채널들은 시청률 하락과 광고 수익 감소로 드라마 편성을 절반 넘게 줄였다. 극장 영화 투자·배급 시장도 위축되었다.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계약이나 동시 공개 계약을 맺지 않으면 제작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티빙이 HBO Max, 디즈니+ 재팬과 제휴하고, 일부 제작사들이 북미와 일본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런 시도가 성과를 내려면 최소 2~3년이 걸린다. 어느 쪽도 자본력이나 글로벌 유통망에서 넷플릭스를 당장 대체하기 어렵다. 중국 시장은 한한령으로 여전히 닫혀 있다.

구조적 한계와 과제: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서

위기의 이면에는 투자 구조의 문제가 있다. 올해 K-콘텐츠 관련 작품 중 가장 큰 글로벌 성공을 거둔 것은 영화 《KPop Demon Hunters》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 한 편에서 직접 수익 1조 4천억 원 이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 매출은 350억 원을 넘었고, 외국인 관람객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국 제작물이 아니다. 한국 민속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 수익 대부분이 한국 콘텐츠 산업 바깥에서 발생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보고서 「K-콘텐츠 투자 구조의 한계와 IP 기반 투자의 가능성」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한국의 콘텐츠 투자는 여전히 개별 작품 단위로 이루어진다. 영화나 시리즈가 흥행해도, 그 파급효과가 관광, 패션, 식품 등 연관 산업으로 확산될 때 이를 체계적으로 포착하지 못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기업의 88.6%가 연매출 10억 원 미만이다.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단기적으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것은 《오징어 게임》에 버금가는 글로벌 흥행작이다. 아시아를 넘어 영어권에서도 통하는 작품,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의 가치를 다시 확인시켜줄 수 있는 작품 말이다. 그러나 히트작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콘텐츠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연관 산업까지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여 파급효과를 함께 나누는 설계가 필요하다. 보고서가 제안하듯, IP 사용권 일부를 연관 산업에 부여해 투자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역할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콘텐츠 수출이 100만 달러 늘어날 때 국가 브랜드 가치는 41만 달러, 소비재 수출은 1억 달러당 1,800만 달러 증가한다는 분석이 있다. K-콘텐츠가 국가 위상과 경제 전반에 기여하는 만큼, 공적 지원의 논리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2026년은 단순히 투자 사이클이 끝나는 해가 아니다. K-콘텐츠 산업이 넷플릭스의 아시아 하청 기지로 남을 것인지,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참고자료

1. Korea JoongAng Daily, "Korean content faces critical 2026 as Netflix's investment cycle enters final year," 2025년 12월 9일

2. The Korea Times, "Perspectives on investment in K-content," 202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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