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의 투자

일본영화의 투자는 기본적으로는 ‘제작위원회’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일본영화의 90% 이상이 티비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 등의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제작위원회’는 방송국, 출판사,
배급사, 디비디회사, 제작사, 광고대행사, 배우에이전시 등, 영화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일본 ‘제작위원회’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1. 1. 각 멤버들 간의 역할이 겹치지 않도록 제작위원회를 구성한다. 즉, 방송국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의
    영화화를 메이저 배급사에 제안하면 메이저 배급사는 계열사인 제작사에 영화제작을 발주하고,
    출연배우의 소속사 또한 위원회 멤버로 참여한다. 이렇게 영화가 제작되면 영화 개봉 일에 맞추어 출판사는
    영화의 출판물을 기획하고 광고대행사는 영화를 이용한 광고를 제작하기도 한다.
    극장개봉이 완료된 후 디비디회사는 디비디를 발매한다. 이처럼 ‘제작위원회’의 가장 큰 메리트는 이업종이
    아닌 영화산업 내의 각 메인 플레이어들이 리스크를 나누어 투자를 함으로써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2. 2. 리스크 분산 못지않은 또 하나의 커다란 메리트는 홍보이다.
    최근에는 마치 하나의 장르가 된 듯 ‘방송국영화’라 일컬어지는 영화들이 가장 강점을 가지는 부분인데,
    지상파 키 방송국들이 참여한 영화는 영화 개봉 전에 각 방송국의 편성이 영화 홍보에 집중된다.
    많은 교양, 오락, 예능 프로그램들이 영화 출연배우들로 도배되고 광고대행사가 영화에 참여한 경우는
    중간 중간 나오는 광고까지 영화의 홍보로 이어진다.
    출판사 역시 영화개봉에 맞춰 대대적으로 원작 소설이나 만화(코믹) 홍보전에 돌입하고, ‘잡지천국’이라
    불리는 일본답게 수십 여종의 잡지들의 역시 영화홍보에 지면을 할애한다. 이는 영화 홍보뿐만이 아니라
    출판 매출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듯 ‘제작위원회’ 멤버들 간의
    교묘한(?) ‘윈-원 전략’은 오랜 기간의 노하우를 통해 구축된 것이기 때문에 성공확률도 높다.
  3. 3. 하지만 ‘제작위원회’ 방식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영화의 질적 저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대두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제작위원회’ 방식이고
    ‘방송국영화’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교묘하게 구축되어 있는 이 시스템으로 인해 현재 일본의
    영화흥행은 영화의 내용이나 재미보다는 ‘화제성’에만 집중되어 있다. 관객들을 세뇌시킬 정도의
    모든 매체를 동원한 개봉영화 정보의 대량노출은 좋은 영화를 선택하기보다는 일시적인 이벤트성에 의해
    관객들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갈수록 영화의 질은 낮아지고 새로운 이벤트에만 몰두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대량노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영화들은 더더욱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측면에서 영화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최근 10년간 일본영화에 비해 외화의 성적의 부진한 것도
    ‘방송국영화’들이 자체 전파를 장악하여 전개하는 불공평한 홍보방식 때문이다. 방송국이 참여하지 않은
    영화가 이러한 홍보를 전개하려고 하면 수십억에 달하는 홍보비를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